[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원달러환율 상승에 온나라가 잔뜩 긴장한 상태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환율이 고점에 다다랐다고 판단, 환율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원달러환율이 하락할 때 수익이 발생하는 미국달러선물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의 순매수 규모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1331.30원을 기록했다. 주중 한때 1346원까지 치솟으며 시장 참여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으나 주후반 상승폭을 일부 되돌리며 한 주를 마감했다.
하지만 외환시장이 들썩이는 와중에도 개인투자자들은 미국달러선물인버스 ETF 등을 연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규모는 크지 않지만 평소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다.
개인들은 지난 한 달간 KODEX 미국달러선물 ETF를 28억원 넘게 순매도한 반면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 ETF는 6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특히 달러선물지수 등락률을 역방향으로 2배 부풀려 추종하는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ETF는 200억원어치 순매수해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드러냈다. 레버리지 ETF에 투자가 몰린다는 것은 단기간 내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투자자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KOSEF 시리즈의 달러지수 연계 ETF 역시 거래금액은 적지만 흐름은 동일하다. 달러선물 ETF보다는 달러선물인버스 ETF가, 달러선물인버스 ETF보다는 달러선물인버스2X ETF의 순매수 금액이 월등하게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달러 강세로 자국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다만 수출비중이 큰 한국 경제의 특성상 원화의 낙폭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환율 상승을 부채질했다. 지난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5bp(0.25%p) 올리면서 양국의 금리는 2.50%로 다시 같아졌지만, 미국이 내달 FOMC를 앞두고 있고 여기에서 50bp 또는 75bp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돼 금리가 다시 역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미국이 빅스텝을 결정하면 금리를 한 번에 25bp씩 올리고 있는 한국으로선 이 차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금리차가 벌어질수록 원달러환율은 상승 압박을 받게 된다. 최근 환율이 1350원에 바싹 다가섰던 배경에도 이같은 심리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원달러환율이 단기간에 과도하게 급등했다며 환율 하락에 투자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원달러환율이 1300원을 넘은 적이 드물고 1300원 위에 머문 기간도 길지 않다는 것이 이들이 투자의 근거로 내세우는 논리다. ‘원달러환율 1300원’은 비정상적인 국면이고 언젠가는 정상화될 거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실제로 원달러환율이 1300원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2008년 9월 미국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등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자 10월엔 원달러환율도 1300원을 넘어섰다. 이듬해 3월엔 1600원을 위협할 정도로 치솟았다. 하지만 단시간 내 진정되면서 다시 한 달만에 1300원 밑으로 내려왔다. 7월에도 잠깐 1300원 위로 고개를 들었으나 바로 안정세로 접어들어 2010년 4월엔 1100원 초반까지 하락했다. 즉 실질적으로 1300원 위에 머물렀던 기간은 7개월이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보고 있다. 원달러환율이 당분간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몇 개월 기다리면 정상화될 거라 믿고 달러선물 ETF를 매수하는 것이다. 1년만기 적금처럼 매달 ETF를 적립식으로 매수하겠다는 투자자도 있다.
원화보다 더 떨어진 엔화에 주목하는 투자자도 있다. 엔달러환율도 139.22엔으로 역사적인 수준까지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100엔 밑에 머물렀던 안전자산이 체면을 구겼다. 일본의 경우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서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더욱 컸다. 엔화가치 하락폭이 원화보다 크다 보니 원엔환율도 크게 하락했다.
이에 언젠가는 엔화도 다시 돌아설 것이라며 엔화를 매수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엔화 투자로 흔히 활용되는 수단은 엔화예금이다. 이자가 없어 오로지 환차익만 기대해야 한다. 엔화 강세를 내다보고 TIGER 일본엔선물 ETF를 매수하는 투자자들도 있으나 이는 고민해 볼 부분이 있다. 이번 환율 상승은 원화와 엔화가 함께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원달러환율과 엔달러환율 방향이 같다.
이번 강달러 국면에서는 엔화가 원화보다 더 약해 원화 대비 엔화보다는 달러 대비 엔화의 낙폭이 훨씬 컸다. 그렇다면 엔화가 돌아설 것을 예상하고 투자하겠다면 국내에 상장된 TIGER 일본엔선물 ETF보다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엔달러선물 추종 ETF를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TIGER 일본엔선물 ETF는 한국거래소 엔선물시장에 상장된 엔선물지수 최근월물 가격을 추종한다. 엔달러가 아니라 원엔의 가치를 반영한다. 올 들어 엔달러환율은 18.79%나 상승(엔화가치 하락)했지만 TIGER 일본엔선물 ETF 주가는 5.59% 하락에 그쳤다.
미국 증시엔 엔달러환율이 하락할 때 수익이 나는 엔선물 인버스 ETF 종목 FXY가 있다. FXY는 올해 15.93% 하락했다. 낙폭이 컸던 만큼 환율이 방향을 돌릴 경우엔 주가 상승폭도 클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다만, FXY도 미국에서 거래되는 ETF이므로 달러로 환전해 투자해야 하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엔달러환율이 하락해 평가차익이 생긴다고 해도 해당 시기에 원달러환율도 하락한다면 매매차익을 환차손으로 까먹게 된다.
따라서 FXY 투자는 현재 달러 예수금을 보유한 투자자가 접근할 만한 투자수단이다. 그게 아니라면 환차손을 뛰어넘는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레버리지 ETF를 노려야 한다. 엔달러선물을 2배로 추종하는 종목으로는 YCL이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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