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아파트가 17억!…'강원도의 힘'
동서고속철 10월 착공 예정…2년새 신규분양·입주 증가
부동산 강세 주변으로 확산…아야진 811세대 분양 대기중
2022-08-08 02:30:00 2022-08-08 10:17:17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강원도가 들썩이고 있다. 전국 부동산 시장이 확연한 조정세를 지나는 와중에도 아랑곳없이 강한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과거 강원도 시세를 이끌었던 원주와 춘천이 주춤하는 사이 강릉, 속초 등 영동지역이 치고 나와 주목된다. 동서고속철도 착공이 다가오면서 속초 시장의 강세가 주변으로 확산되고 있어 당분간 이같은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전국에서 월별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가 단 한 번도 밀리지 않고 상승한 지역은 광주광역시와 강원도 두 곳에 그쳤다. 이중 강원도는 지난해 6월 102.1였던 지수가 지난 5월 117.8까지 상승했다. 
 
강원도 부동산 시장의 강세는 강릉과 속초가 주도하고 있다. 2019년까지는 원주와 춘천에서 공급된 물량이 압도적이었으나 2020년 이후로는 강릉과 속초에서 신규 분양이 부쩍 늘었다. 이렇게 두 곳에서 나온 신규 분양이 흥행에 성공했고, 아직 공사가 진행 중임에도 전매제한 없이 프리미엄이 형성돼 거래가 이뤄진 결과 전체 평균 시세를 크게 끌어올린 것이다.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시세 상승률은 서울과 두 도시에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관찰시기를 최근 1년으로 좁히면 전국 대부분 지역이 한 자릿수 상승 또는 보합에 그친 것과 달리 강릉과 속초 시세는 각각 26.8%, 21.1%씩 상승했다. 
 
미분양주택 통계에서도 두 도시의 힘을 느낄 수 있다. 6월 현재 강원지역 전체 미분양주택 수는 1303세대다. 하지만 이중 평창이 583세대를 차지하고 있고 실제 공급이 많았던 강릉은 139세대, 속초는 62세대에 그쳤다. 
 
동서고속철도 속초역 예정지. 속초시 노학동과 조양동에 걸쳐 있는 곳으로 멀리 설악산과 울산바위가 보인다. (사진=김창경 기자)
 
속초역 예정지에서 바라본 속초2차아이파크(오른쪽). 이곳에 역이 들어설 경우 가장 가까운 아파트 단지가 된다. (사진=김창경 기자)
 
 
이같은 강세를 이끈 배경엔 고속철도가 있다. 국가철도공단은 현재 서울과 춘천을 잇는 철로를 속초까지 연장하는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을 이르면 오는 10월에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에 앞서 착공식은 이달 안에 열린다. 완공은 2027년으로 계획되어 있다. 
 
속초시, 양양군 등은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 이후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으나 아무래도 고속철도에 비할 수는 없다. 춘천에서 화천-양구-인제-백담(설악산)을 지나 속초로 향하는 이 철로가 완공되면 서울에서 속초까지 고속철도로 75분이면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서울과의 거리가 크게 단축된다는 대형 호재 덕분에 강릉에 이어 속초시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게 된 것이다.  
 
속초역은 노학동과 조양동 일원에 건설될 예정이다. 청초호와 이어진 청초천 주변으로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현재 건물은 많지 않고 대부분 논과 밭 지대인데 이곳에 역사와 상업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한때 고성군에서 이 역을 유치하려 했으나 노선 변경 시 자연훼손 등의 문제가 커져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속초역사 예정지 주변 아파트들이 시세를 주도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속초시 대장 아파트는 동명동 속초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짓고 있는 주상복합단지 속초디오션자이다. 2020년에 분양한 단지로 최고 43층 3개동, 454세대로 이뤄져 있다. 
 
속초디오션자이는 준공까지 1년을 남겨놓고 현재 공사가 한창인데 올해 2월 17억4000만원에 실거래됐다고 올라온 분양권 덕분에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물론 평수가 187㎡(전용면적 131㎡)형으로 크고 조망이 좋은 특별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최고층 펜트하우스 분양권이 16억702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작년 5월에 16억9000만원에 거래된 이력이 있다. 
 
이렇게만 보면 속초에서는 보기 드문 엄청난 시세 같은데, 사실 이 평형은 분양가도 11억6000만~11억7000만원으로 상당히 높았다. 프리미엄이 5억원 정도 붙은 셈이다.   
 
대형 평형이 아닌 117㎡(전용 84㎡)형 바다 조망 고층 매물의 호가는 8억원을 넘는다. 분양가는 4억7000만~4억8000만원 수준이므로 분양가 대비 상승률로 따지면 이쪽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속초디오션자이 공사 현장(오른쪽)이 보인다. 사진 왼쪽은 동명휴티스오션시티 건설 현장. (사진=김창경 기자)
 
속초시외버스터미널 뒤편에서 내년 2월 완공 예정인 속초롯데캐슬인더스카이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김창경 기자)
 
 
버스터미널 뒤편에서도 속초롯데캐슬인더스카이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568세대 최고 29층 8개동 건물로 내년 2월 완공 예정이다.  
 
이곳의 113㎡(전용 84㎡)형 분양가는 4억원 정도, 여기에 프리미엄이 5000만원 넘게 형성돼 있다. 4억7000만원 이상 실거래 기록이 있다. 
 
173㎡(전용 128㎡)형은 13억4517만원에 실거래됐다는 기록이 하나 있는데, 이 평형은 분양가가 12억9400만원이므로 속초디오션자이에 비하면 ‘착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완공했던 중앙동 힐스테이트속초센트럴(주상복합)은 전용 84㎡형이 연초에 8억1500만원까지 거래된 기록이 있으나 현재 호가는 11억원 이상 매물도 있고 8억원도 있어서 물건별로 확인이 필요하다. 시세만 보면 앞으로 속초디오션자이와 대장 아파트 자리를 두고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1~2년 사이 신규 분양은 대부분 동해바다와 속초시내에서 이뤄졌지만 속초역 예정지 주변에도 아파트는 있다. 조양동에 위치한 속초2차아이파크는 지난 6월에 사용승인이 난 새내기 아파트다. 29층 6개동 건물에 578세대가 산다. 고층에서는 동해바다와 청초호가 작게 보이긴 하지만 바다 조망권을 거론하기는 어려운 단지다. 
 
속초2차아이파크는 그보다는 고속철도 호재가 크다. 거리상 속초역(예정지)을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즉 역세권 아파트다. 게다가 신축인데도 시세는 시내의 아파트들과 차이가 있다. 111㎡(전용 84㎡)형 실거래 최고가가 5억1000만원이다. 나머지는 전부 4억원대다. 3억원 안팎이던 분양가를 감안하면 헐값은 아니지만 앞선 아파트들과 비교해 가격 차이가 크다. 
 
이곳에도 전용면적 125㎡, 156㎡형 등 대형 평형이 있으나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적정한 시세를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은 입주 초기인 탓에 매매보다는 세입자 구하는 매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11㎡(전용 84㎡)형의 전세 호가는 약 3억원이다. 
 
속초2차아이파크는 현재 사람들의 눈에서 벗어나 있지만 속초역 공사가 인근에서 시작된다면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는 단지다. 
 
이밖에도 속초에서는 지난해 장사동 영랑호엘크루라테라(200세대), 속초동명휴티스오션시티(90세대), 이편한세상 속초동명(546세대) 등이 신규 공급됐다. 이만큼 물량이 쏟아졌는데도 미분양이 적다는 것은 외지인들의 투자가 많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릉시에서 공급된 단지들은 속초 분양보다 규모가 큰 편이다. 지난해 분양한 강릉시 교동 강릉롯데캐슬시그니처의 경우 1305세대 대단지다. 112㎡(전용 84㎡)형 분양가가 4억1700만원이었는데 지난 7월 5억1583만원 실거래가 기록이 있다. 이보다 큰 대형 평형도 프리미엄은 형성돼 있지만 속초 바닷가 아파트들만큼 인상적이지는 않다. 반대로 속초시 아파트에 쏠린 관심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강릉영진코아루휴티스디오션(217세대), 교동하늘채스카이파크(688세대), 교동 강릉역경남아너스빌더센트로(456세대) 등 강릉에서도 신규 공급은 계속 나오고 있다. 
 
강릉시의 대장 아파트는 아직 송정동 강릉아이파크가 맡고 있다. 109㎡(전용 84㎡)형 매물 호가가 6억5000원이다. 비슷한 가격에 실거래도 이뤄졌다. 규모에서 앞선 강릉롯데캐슬시그니처와 어떤 식으로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양 낙산해수욕장을 접하고 있는 상가들. 이곳을 재개발해 생활형 숙박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사진=김창경 기자)
 
분양 홍보물. 이곳 외에도 바로 근처에 다른 생활형 숙박시설이 공사 중이다. (사진=김창경 기자)
 
 
강릉과 속초가 뜨겁다 보니 그 열기는 주변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다만 양양은 두 도시 사이에 끼어 있음에도 거주인구보다는 관광객이 많아 아파트 대신 생활형숙박시설 이른바 ‘생숙’ 분양이 주를 이룬다. 취사 시설을 갖춰 아파트를 닮은 주거시설이다. 양양에서 가장 번화한 낙산해수욕장에서는 현재 생숙 몇 곳이 동시에 재개발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주 사고 소식이 보도된 곳 역시 해수욕장 주차장 옆에 있다. 이곳 외에도 해변을 바라보는 1열 상가를 허물고 대형 생숙을 짓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입지는 좋지만 이 일대가 호텔과 모텔이 모여 있는 지역이어서 투자로 접근하기엔 리스크도 작지 않아 보인다.
 
실거주 수요자들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함께 모이는 또 다른 곳은 고성군이다. 특히 속초시와 맟닿아 있는 토성면이 뜨겁다. 
 
시겅계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봉포리 258-9, 봉포해수욕장 주변에는 글로벌 호텔그룹 윈덤(WYNDHAM)이 위탁운영하는 원덤강원고성이 들어선다. 고성봉포코아루오션비치 아파트 옆이다. 
 
지하 4층~ 28층 2개동 489호실을 공급하며 신세계건설이 건축을 맡아 2025년 7월에 완공할 예정이다. 호텔 같지만 법적으론 생숙이다. 이에 작년 11월부터 분양 중인데도 아직 완판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름값 때문인지 분양가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계약면적 69㎡형이 3억2740만원, 106㎡, 108㎡형이 5억41만~5억1246만원이다. 69㎡형이라고 해도 공용면적이 큰 숙박시설의 특성상 전용면적이 27.7㎡형에 불과하다. 펜트하우스 다음으로 큰 196㎡(전용 78㎡)형이 9억3294만원이다. 옆에 코아루 아파트 99㎡(전용 75㎡)형 매물 호가가 올라서 3억7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가격이다. 
 
고성군에서 주목할 곳은 조금 더 올라가면 나오는 아야진이다. 태영건설이 이곳에서 811세대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7번국도 옆 아야진 항구와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자리로, 완공되면 고성군에서 가장 큰 세대 단지가 된다.
 
고성군 아야진 산 21번지 일원에서 태영건설이 811세대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아파트 부지에서 아야진 마을과 해변이 내려다 보인다. 해변에서 바라보면 언덕이지만 7번 국도변에서 보면 완만한 지대다. (사진=김창경 기자)
 
유진클래시움 옆 동부건설이 290세대 아파트를 지을 부지. 태영건설 부지와도 가깝다. (사진=김창경 기자)
 
 
이 지역에서는 지난해부터 분양할 거란 소문이 많았지만 해를 넘겨 아직도 분양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각종 행정절차는 모두 마무리했지만 태영건설 측에서 적절한 분양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이 들어설 부지 근처에는 동부건설이 최고 29층 아파트 290세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아야진에서 유일한 아파트 유진클래시움 바로 옆이다. 아직 구체적인 분양 계획은 없으나 동부건설은 지난해 12월 이 사실을 공시한 바 있다.  
 
아야진은 지난 몇 년 사이 관광객들에게 주목받으며 대형 카페, 숙박시설이 들어서고 있는 곳이다. 단독주택 필지도 개발돼 분양됐다. 동시에 외지인들의 투자도 크게 늘어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해안이든 안쪽 마을이든 매물이 거의 없다고 한다.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이 지역 주민들은 물론 아래로는 속초, 위로는 간성지역 주민들도 태영건설의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속초 아파트 시세가 부담돼 속초에서 멀지 않은 이곳으로 오려는 사람들과 아파트가 없는 간성 주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    
 
이곳에서 10km 정도 떨어진 토성면 신평리 산100번지 일대에 한옥마을 개발이 진행된다는 것도 부동산 시장에는 긍정적인 일이다. 
 
강원도와 고성군, ㈜이조는 지난해 12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3만5369㎡ 부지에 4000억원을 투자해 742개 객실을 갖춘 한옥호텔, 리조트 등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처럼 강릉과 속초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속초시가 지금의 강세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공사 중인 주요 단지들이 완공됐을 때 증가한 공급에 맞춰 입주가 무난하게 이뤄질지 여부와 시세 변화가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속초시에서는 신규 분양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는데도 인구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월말 현재 속초시 인구는 8만3035명, 가구수는 4만1203세대였다. 1년 전 7월엔 각각 8만2377명, 4만252세대였으며 2020년 7월은 8만2211명, 3만9396세대였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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