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네이버 산하 5개 계열사 노동조합원들이 본사에 임금인상·복지 혜택 증진 등을 요구하며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이들은 사측과 대화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파업도 염두에 두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노동조합인 '공동성명'(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은 26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단체교섭을 체결하지 못한 이들 계열사는 "모기업인 네이버가 5개 계열사 노동자들의 드러나지 않는 노동을 외면했다"면서 "계열사의 교섭이 체결될 때까지 조합원 모두가 연대하는 방식의 단체행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노동조합인 '공동성명' 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이루기 위해 즐기는 투쟁- 풀파워업 프로젝트'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이선율 기자)
단체 행동에 나선 5개 계열사는 그린웹서비스, 엔아이티서비스(NIT), 엔테크서비스(NTS), 인컴즈, 컴파트너스로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아이앤에스가 100% 지분을 소유한 네이버의 손자회사다. 이 회사들은 네이버 서비스의 신규 출시를 비롯해 운영전반에 걸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날 네이버 노조는 본사와 계열사간 처우 차이가 심각하다며 차별적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이버를 비롯한 IT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자회사·손자회사로 계열사 쪼개기를 하며 노동조건을 달리 두며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따르면 신입 초임을 기준으로 5개 계열사 중 연봉이 가장 낮은 곳은 네이버보다 약 2000만원을 적게 지급하고 있다. 네이버와 일부 계열사에 지급되는 월 30만원의 개인업무지원비는 5개 계열사에는 지급되지 않는다.
앞서 공동성명은 네이버가 100% 지분을 소유한 5개 계열사에 대한 공통 요구안을 들고 각각 사측과 10~16회에 걸쳐 교섭을 진행한 바 있다. 교섭 과정에서 공동성명은 본사 초봉의 50~60%에 불과한 계열사 신입직원 연봉 10% 인상, 매월 15만원 복지포인트 지급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네이버는 요구안에 못 미치는 연봉 인상률(5.6∼7.5%)을 제시했고,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전담 기구 설치 등 일부 단체협약 사항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교섭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이번 쟁의행위에 게임 요소를 접목해 '이루기 위해 즐기는 투쟁'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쟁의행위 수위에 따라 착한 맛, 순한 맛, 보통 맛, 매운 맛, 아주 매운 맛으로 구분해 각각의 쟁의행위에 일정 수 이상의 조합원이 참여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노동조합인 '공동성명' 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이루기 위해 즐기는 투쟁- 풀파워업 프로젝트'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선율)
아주 매운 맛에 해당하는 단체 행동의 경우 최고 수위의 쟁의에 해당하는 파업이 포함돼있다. 노조 측은 쟁의찬반 투표에 앞서 진행한 조합원 간담회를 통해 파업 가능성 역시 충분히 알렸다고 밝혔다.
오세윤 네이버지회(공동성명) 지회장은 "5개 계열사는 네이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다른 법인과 용역 계약을 통해 업무를 하고 있어 독자적인 사업이 없는데, 사측은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서 "네이버는 비용절감을 위해 이들을 자회사로 두고 용역계약을 맺는 전형적인 사내하청 구조를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 지회장은 이어 "5개 계열사는 다른 독자적 사업 없이 오로지 네이버를 위해 일하며 수익을 내는 자회사임에도 제대로 된 노동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성과급, 인센티브까지 감안하면 본사와 계열사간 임금격차가 더 심하다. 리프레시 휴가도 계열사엔 부여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문제를 짚었다.
영상을 통해 연대발언에 나선 서승욱 카카오지회 지회장은 "원청·하청 구조가 IT 업체 전반에 퍼지면서 성장의 성과가 분배되지 않고 있다"면서 "네이버 5개 계열사 노동자들의 문제는 IT 노동자들의 문제로서, 차별이라는 잘못된 관행이 바뀔 때까지 네이버 노동자들과 함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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