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진 기자] 국토교통부가 시공능력평가제도를 수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 시공능력평가제도의 경우 다양한 평가항목을 가감하는 방식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를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최근 '건설기업의 시공능력평가 기준 및 방법의 개선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시공능력평가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3조에 따라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건설공사실적과 경영상태, 기술능력 및 신인도 등을 종합 평가해 공시하는 제도다. 매년 7월 말까지 평가를 마치고 공시한 후 8월1일부터 적용한다.
시공능력평가제도는 2016년 개선 이후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비슷한 틀을 유지하고 있다. 경영평가액 비중은 40%에 육박하고 있으며 실적평가액과 기술평가액 비중의 경우 줄어드는 추세다.
토목건축공사업 시공능력 평가액 중 경영평가액 비중은 2019년 36.1%였지만 지난해에는 38.6%로 올랐다. 반면 실적평가액 비중은 2019년 40.4%에서 지난해 38.1%로 감소했고 기술평가액 기준도 같은 기간 17.5%에서 16.4%로 줄었다.
해당 평가 기준은 경영 상태가 좋은 건설사에 유리한 구조로 공사 실적 등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제로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위를 기록했던 삼성물산의 시공능력평가액은 22조5640억원으로 이 중 경영평가액은 13조9858억원에 달하며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이에 국토부도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시공능력평가제도의 현황을 점검하고 심사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평가 항목의 배점을 조정하거나 단산 합산 방식에서 점수제로 전환하는 방안, 항목별 합산 방식이 아닌 공사실적과 기술능력 등 각각 공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현행 시공능력평가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전에 대한 부분이나 경영 능력보다는 시공 실적 비중을 높이는 것을 통해 이용자나 사용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건설시장도 선진화 형태로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번 개정 당시에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로 시공사 선정에 있어 경영 상태 비중이 중요했는데 이게 현재 시점과는 맞지 않아 조정하고 체계화가 필요하다"며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우는 개념의 현행 시공능력평가제도가 업체의 역량과 능력을 담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공능력평가제도가 다양한 입찰제도에 활용되는 만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공능력 평가액은 유자격자명부제나 도급하한제의 근거로도 사용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공능력평가제도 개선 방안을 보면 경영적인 능력보다는 안전과 기술에 초점을 두는 내용"이라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향후 수주 입찰을 받는 데 있어 순위 변화로 인해 준비했던 사업 활동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개선이 된다고 했을 때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상위 10개사 중 하위권에 자리한 건설사"라며 "상위 10개사의 경우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주관사로 참여해야 하지만 11위는 주관사로 참여할 수 있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공능력평가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 연구위원은 "지금은 합산액으로 금액으로 고시를 하고 있는데 업체의 해당 공사의 능력을 대표하는 지표로 볼 수 없다"며 "시공능력평가액 순위가 20~30위권이라도 터널공사와 같은 특정 공사에 있어서는 국내 1등인 경우가 있는 만큼 단일화된 지표 활용에서 세밀화된 지표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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