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유근윤·전연주 기자] '신의 직장'으로 평가받는 한국은행이 직원들에게 1%에도 못 미치는 초저금리의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 복지 차원이라지만, 중앙은행이라는 점에서 과도하다는 지적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물가상승에 금리인상 악순환이 더해지면서 늘어난 이자부담에 생계를 위협받는 대다수 서민들에게 기준금리보다 낮은 한은의 직원 대출 금리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한국은행은 7월부터 금리를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12일 <뉴스토마토>가 김두관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2019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직원들에게 연평균 1.08%의 초저금리로 주택 구입 및 임차에 관한 대출을 단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도별 대출금리를 구체적으로 보면 △2019년 하반기 1.7% △2020년 상반기 1.3% △2020년 하반기 1.0% △2021년 상반기 0.7% △2021년 하반기 0.7% △2022년 상반기 1.1% 등이다.
이는 기준금리보다 낮은 데다, 비슷한 유형의 국책은행별 사내 주택 대출 금리와 비교해도 '초저금리 특혜'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은 2019년 7월18일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인하한 뒤, 올해 5월26일 다시 1.7%로 인상했다. 2020년 5월28일 기준금리가 0.50%까지 내려가기도 했지만, 2019년부터 올해 5월까지 평균 기준금리는 1.13%였다. 같은 기간 한은이 자사 직원들에게 해준 대출 금리는 1.08%로, 기준금리보다 낮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의 사내 주택 대출 금리는 평균 3~4%대에 이른다.
특히 한은의 초저금리 대출은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비교할 때 많게는 4%포인트 이상 낮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으로 시중 은행 20곳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36%에서 5.58%에 달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저소득층의 내집 마련을 위해 운영하는 디딤돌대출 금리도 연 2.15~3.00% 수준이다. 한은 직원이 사내 제도를 이용해 5000만원의 대출을 받으면, 시중 은행에서 빌릴 때보다 100만원 정도 이자 부담이 준다.
한은에서 사내 대출을 받아간 직원 숫자와 평균 대출액은 △2019년 20명, 1인 평균 3257만원 △2020년 67명, 1인 평균 3625만원 △2021년 51명, 1인 평균 3741만원 △2022년 6월 기준 22명, 1인 평균 3583만원 등이다. 2020년과 2021년엔 각각 24억2875만원, 19억825만원의 예산이 직원 대출로 빠져나갔다.
이 같은 한은의 직원 대상 초저금리 대출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성호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지적되기도 했다. 당시 정 의원은 "한은이 2021년 7월 말 기준으로 임직원들에게 연 0.7%의 금리로 52억2600만원의 주택자금을 빌려줬다"고 했다. 정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한은은 "시중 은행 대출 금리는 마진을 위해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금리를 산정하는데 한은의 사내 대여금은 통화안정증권 1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6개월 변동금리로 하고 있다"며 "직원들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실제로 부담하는 이자는 1% 중반대 정도 되는 걸로 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 "개선책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겠다"고만 했다. 그럼에도 올해 상반기 한은의 사내 대출 금리는 0.7%에서 1.1%로 겨우 0.4%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은의 사내 대출 금리가 매우 낮아 특혜 시비가 나온다는 점에 대해선 그간 감사원이나 국회 등으로부터 많은 지적이 있었다"면서 "올해 7월부터는 은행연합회 공시 시중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변경했고, 이달부터 대출을 받는 임직원은 3.22% 정도를 적용을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병호·유근윤·전연주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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