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사가 직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돼 퇴근 중 관사 엘리베이터에서 돌연사 한 경우 보훈보상자법상 보훈보상대상자에는 해당하지만 국가유공자로는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8부(재판장 이정희)는 직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A검사의 유족이 서울남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직무를 원인으로 사망한 검사를 국가유공자법상 순직공무원, 즉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으로 볼 수 있는 지 여부였다.
A검사 유족은 "검사로서 수행한 범죄 수사 등의 업무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검사가 수행한 업무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관련돼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구 국가유공자법 시행령 3조 1항 3호가 법의 위임에 근거해 국가유공자 중 순직공무원의 요건에 관해 정한 기준과 범위는 예시규정에 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이어 "구 국가유공자법 시행령 [별표 1] 2호의 2-1 라목에 정한 '재난관리 및 안전관리, 산불진화, 요인경호, 감염병 환자의 치료 또는 감염병의 확산방지, 화학물질·발암물질 등 유해물질 취급, 국외 위험지역에서의 외교·통상·정보활동 등'의 업무는 생명·신체에 대해 현존하는 위험이 고도로 내재된 직무"라면서 "A검사가 주로 수행한 업무는 검찰청법 4조 1항에 따른 범죄의 수사, 공소의 제기, 재판의 집행 지휘·감독 등이고, A검사가 사망하기 직전 6개월간의 업무 내역을 보더라도, 생명·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이 뒤따르는 직무라고 볼 만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별표 1] 2호의 2-6 본문에서의 '직무 수행 상황'은 '국외에서 천재지변·전쟁·교전·폭동·납치·테러·감염병 등의 위난상황이 발생했을 경우'"라면서 "A검사는 국외가 아닌 국내에서 직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고, 천재지변 등에 준하는 위난상황에서 직무를 수행하다가 발생한 사고 또는 재해로 사망했다고 볼 만한 내용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별표 1] 2호의 2-7상 업무는 '국제회의, 국제행사, 정부합동특별대책, 비상재난대책, 국정과제 등 중요하고 긴급한 국가의 현안업무'인데, 이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당면한 문제나 의안의 신속한 처리가 필요한 업무를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A검사가 수행한 업무 중에 긴급한 처리가 요구되는 사건이 있었더라도 이는 계속적으로 행해지는 업무의 연속선상에서 요구된 것일 뿐 국가적인 차원에서 당면한 문제나 의안의 신속한 처리가 필요한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해당 업무 처리로 인해 [별표 1] 2호의 2-7에서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요건인 '단기간의 현저한 업무량 증가'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대전지검 천안지청 소속이었던 A검사는 2018년 9월7일 오전 0시58분쯤 업무를 마치고 충남 천안에 있는 관사로 돌아와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버튼을 누른 뒤 갑자기 쓰러졌다. 1시간 뒤쯤 주민에게 발견된 뒤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같은 날 오전 2시38분쯤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그의 나이 35세였다.
A검사는 2018년 7월 천안지청에 전입한 뒤 5개월 동안 공판검사로 근무하면서 공소유지와 재판 집행, 위증수사 업무를 처리했는데 총 718건의 사건을 담당하고 있었다.
A검사가 검토한 증거기록 권수와 쪽수는 매월 평균 460.9권(8만9929쪽), 6개월간 합계 총 2764권(53만9574쪽)이었고, 매월 33~38건의 증인신문도 담당했다. 공판검사로서 작성한 서면은 매월 70~90쪽, 재판 선고 후에는 항소 관련사건 처리 업무로 매월 66~133쪽의 서면을 작성했다. A검사가 2018년 2~4월 사이 위증한 피의자 7명을 찾아낸 사례는 그해 대검찰청에서 공판업무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같은 해 7월19일부터 숨지기 전날까지는 북한이탈주민과 소년사건을 전담하는 수사검사로 근무했는데, A검사는 이 기간 배당받은 사건 총 453건 중 349건을 처리했고, 그가 검토한 기록 쪽수는 2만5484쪽이었다. 그해 3월에서 8월까지 초과근무는 최소 135시간이었다.
유족은 A검사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해달라고 서울남부보훙지청에 신청했으나 거절당했고, 결국 소송을 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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