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총선 낙선운동' 시민단체 관계자들 벌금형 확정
"온라인 여론조사는 무죄…'희망자 투표'는 선거법 위반 아니야"
2021-11-30 12:00:00 2021-11-30 12: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2016총선시민네트워크'를 구성해 낙선운동을 벌인 시민단체 관계자들에 대해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당시 2016총선넷 공동운영위원장이었던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등 18명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상고심에서 벌금 30만~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진걸 소장 등은 2016년 4월 낙선 리스트 35명 중 낙선 대상자 10명을 선택하는 온라인 여론조사를 진행한 후 낙선을 위한 집회를 개최하고, 확성장치를 사용하거나 현수막과 광고물 게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낙선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들의 낙선운동을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만~3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온라인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의 입법 취지와 더불어 피고인들이 후보자의 선거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피켓, 현수막, 확성장치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에서의 의사 표현 등 다른 방법으로 다수의 유권자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행위가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다고 볼 수도 없으며 보충성과 긴급성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온라인 투표는 조사자가 표본을 추출해 피조사자를 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투표를 희망하는 사람이 직접 홈페이지에 접속해 별다른 신분 확인 절차 없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중복투표 제한이 없어 한 사람이 여러 차례 반복해 투표할 수도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이는 공직선거법 108조 5항이 정한 '여론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무죄 취지를 설명했다.
 
2심은 1심과 같이 낙선운동만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안 소장 등의 양형부당 사유를 받아들여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들에게 벌금 30만~2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이 적극적으로 법령을 위반할 마음을 먹고 범행으로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고, 부적격 후보자의 당선을 막는다는 공익적 목적 아래 각 모임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법령 해석을 잘못한 결과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각 모임을 위해 특정 후보자나 단체로부터 지원이나 대가를 받았다고 볼 사정이 나타나지 않고, 각 모임은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이뤄졌다"고 양형 이유를 제시했다.
 
안 소장은 이번 대법원판결에 대해 "국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유권자로서 찬성과 반대, 지지와 비판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선거관리위원회의 자의적인 법 해석과 선거법의 광범위한 규제 조항 때문에 유권자가 선거법을 지켜가며 선의로 캠페인을 진행하더라도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기소될 수 있는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2016총선넷 활동가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자의적인 법 해석이 가능해 악용될 수 있는 선거법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와 2016총선시민네트워크 활동가들이 지난 1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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