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구글에 이어 애플까지 국내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을 요구하는 가운데 국가 안보를 우선적 기준으로 볼때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남북분단 상태에 있는 국내 안보에 위험할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까닭입니다.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과 국내 사업자들과 형평성 문제도 고려 대상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민주당 전 정책위원회 정책실장·수석전문위원을 역임한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13일 정책이슈리포트를 통해 해외 사업자들의 고정밀지도 반출 요구에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구글은 2007년부터 꾸준히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난 2월 국토지리정보원에 1대 5000 이상의 대축적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애플도 구글과 동일하게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미국과 싱가포르로 반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서를 국토지리정보원에 제출했습니다. 정부는 8월과 9월 구글과 애플 측에 지도 반출 허가 여부를 알려야 합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옥. (사진=뉴시스)
안정상 교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이란 정밀 타격에서 보듯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은 위험천만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남북분단 상태에 있는 우리나라는 국가 안보 현실을 우선적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단호히 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데이터 주권이 침해될 우려도 제기됩니다. 고정밀 지도가 반출된면 공간정보관리법 상 간행심사 등 사전·사후규제를 집행할 방법이 없어 구글이 위치, 지명 등 내용에 관해 주도적으로 결정하거나 오류를 야기할 경우 이를 바로잡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주권을 위협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대상인데요. 안 교수는 "전송된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해서는 구글만이 알 수 있기에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서버가 해외에 있는 한 국내법을 적용하거나 직접 조사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난 2010년 한국 검찰이 구글이 스트리트뷰 서비스 준비 과정에서 국민들의 일부 개인정보들을 불법 수집했다는 이유로 구글 본사에 직원 소환을 요청했지만 구글 측의 거부로 조사가 흐지부지됐던 점을 예로 들었습니다.
국내 사업자들과 형평성 문제도 고려 대상입니다. 안 교수는 "국민 세금을 기반으로 구축된 지도 데이터를 무상으로 제공할 경우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있을 수 있다"며 "조세 회피를 일삼는 구글은 지도 데이터에 대한 정부의 관리·평가 대상에서 제외돼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 교수는 국내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의 전제 조건은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거나 최소한 국내에 서버를 둬야 한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앞서 정부도 국가 안보상의 문제로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원칙적으로 국외 반출이 불가하지만, 국내에 데이터센터나 서버를 설치할 경우 보안에 대해 관리·통제할 수 있어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구글은 블러 처리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안 교수는 "구글은 세금과 국내법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국내에 데이터센터 또는 서버 설치가 전제되지 않는 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내세웠습니다. 이에 대한 법안도 지난 6월 발의된 상황입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공간정보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는데요. 공간정보의 기본측량성과 해외 반출을 축척 1대 2만5000 이하인 지도까지만 허용하고, 해외로 반출을 원하는 사업자는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해야 하고,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보안조치 이행을 완료할 것을 명시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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