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기업공개(IPO) 인력을 5대 주요 증권사 중 가장 적은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가 다시 외부 충원에 나서면서 내부 혼선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말 취임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의 조직 개편 과정에서 IPO 인력 공백이 발생하며 기업금융(IB) 명가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주요 증권사 중 유일하게 30명대 규모로 축소
10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현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006800),
삼성증권(016360),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5개사)의 지난 5월 기준 IPO 인력(본부장 등 제외)은 평균 4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이 52명으로 가장 많았고, △KB증권(48명) △NH투자증권 (46명) △삼성증권(43명) 순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5월 말 기준 38명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상반기 리그테이블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래에셋증권과 무려 14명 적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보다 IPO 인수금액이 더 큰 대신증권의 경우 본부장을 제외하고 39명으로, 한국투자증권의 인력 수는 대신증권보다 더 쪼그라든 셈입니다. 인수금액 하락은 인력 감축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관련기사☞
한국투자증권, 인력 감축에 IPO 순위 7위 '뚝') 여기에 지난 달에도 2명 이상 퇴사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30명 중반대 수준입니다.
이례적인 인력 축소를 두고 업계에서는 과거 IB 명가로 불렸던 한국투자증권이 IPO 업무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성환 사장은 최근 IPO 조직에 대해 실적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비상장 주식 투자인 프리(Pre) IPO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수익을 추구해왔지만, 리그테이블 상위권을 유지했음에도 타사보다 높게 책정된 목표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는데요. 지난해에는 상장에 실패한 부실 자산들이 손실로 이어진 데다, 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존 투자자산이 부실화되면서 실적 개선 기조가 강해졌다고 전해집니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IPO 업무 자체가 당초 수익이 높은 부문은 아니지만, 리테일을 비롯한 각 부문의 시너지 등 여러가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인력이 줄면 딜 수임 건수 자체가 줄고, 공모자금 유치 기회도 줄면서 선순환 구조가 끊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 IB1본부에서 15명의 인원을 축소한 4월 인사 당시에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사내 게시판에서는 "모든 산업이 사이클이 있고 프로덕트도 마찬가지일텐데, 지금 성과가 안 좋다고 본부 폭파급으로 인원을 조정하면 앞으로 IPO를 하지 말자는 것인가", "IPO 기존 계약은 버리라는 거냐" 등 구성원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무리한 인사' 비판에 뒷말도 무성
최근에는 다시 IB1본부 인력을 충원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내부 인력을 이동시킨 후 추가 이탈 인원이 발생하자, 부족해진 인원을 외부에서 충원하려는 취지로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체로 IB업계의 수시 채용은 공개되는 방식은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한국투자증권에서 관련 인력을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상시 인력 충원은 해당 부서마다 필요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락가락'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한국투자증권은 기업금융영남센터 경력직 채용 공고를 내고 채용을 진행했는데, 채용 후 반년 만인 지난 2월 영남 IPO 조직을 본부로 흡수해 사실상 해체했습니다. 이번에도 상반기 인력 축소 후 세 달 만에 다시 외부 인력을 채용하는 모습에 사이클이 길고, 연속성이 중요한 IPO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를 두고 회사 안팎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김 사장 취임 후 IB본부장은 1, 2, 3본부 모두 교체됐고, IB그룹장 자리는 2018년부터 6년간 조직을 이끌었던 배영규 전무가 김성환 사장 취임과 함께 퇴임한 후 공석 상태입니다. 대신 지난해 7월 회사는 전략컨설팅을 담당하는 IB전략본부를 신설해 리서치센터장 출신의 윤희도 전무를 부서장으로 선임했습니다.
하지만 IB그룹장 자리는 공석입니다. 책무구조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책임자를 선임하기 위한 조치로 윤 전무가 IB그룹장에 유력하다는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 측은 당분간 IB그룹장 선임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IB그룹장 공백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안팎에서는 일반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IPO 업황 악화에 따른 조치일 뿐, IB 그룹 자체는 확대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당시 이동 인력의 대부분은 커버리지를 담당하는 IB3본부 및 운용그룹 등으로 재배치됐습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회사에서도 IPO인력은 고급 인력인만큼 DCM 파트로 이동된 거라 IB 전체 인력이 줄지는 않았다"며 "지난해 신설한 IB전략본부에서 IB영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쪽 인력은 오히려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사옥. (사진=한국투자증권)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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