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게임+)'인조이', 실사 그래픽이 주는 재미와 과제
'실사판 심즈'로 마니아 공략
가상인간 조이, 물체에 가려질 때 어색
김형준 PD "꾸준히 개선해 완성도 높이겠다"
2025-03-20 09:00:00 2025-03-20 10:05: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여기는 가상 세계 인간인 조이(ZOI)들의 인생을 관리하는 AR 컴퍼니. 이 회사 인턴으로 첫 출근해 고양이 신 프시캣의 지도로 한 청년 여성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붙인 이름은 '최홍만'. 자유로운 삶을 소망하는 몽상가 홍만은 공원에서 하루를 보내다 벤치로 갑니다. 그림이라도 그리려는 걸까 싶었지만 기대는 보기 좋게 엇나갔네요.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않고 홍만이는 그저 누워서 자려고 합니다. 홍만아, 거기서 자면 입 돌아가!
 
크래프톤이 28일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의 앞서 해보기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언리얼5 기반 실사 그래픽으로 만든 인조이는, EA 게임 '심즈'에는 없는 실재감을 무기로 전 세계 인생 게임 팬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최홍만의 기질은 차분하고 평온한 몽상가로 선택했다. (이미지='인조이' 실행 화면)
 
내가 만드는 관찰 예능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내가 맡을 조이의 외모와 성별, 성격과 소망을 정할 수 있습니다. 성격과 소망은 각각 16가지에 이르는데요. 어떤 기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어울리는 직업과 평소 행동이 달라지게 됩니다.
 
저는 홍만이 외에도 동거인 '최억만'과 '최영만'을 만들어 봤습니다. 홍만이네 집은 한국 도시의 특성을 본딴 마을 '도원'에 지었습니다. 도원은 뚜렷한 사계절과 현대 시설의 조화를 사실적으로 보여줬습니다. 특히 집 안에 설치된 LG전자 가전과, 마을 곳곳에 다니는 현대차가 현실감을 더했습니다.
 
한국 도시의 특성을 본딴 도원시. (이미지=크래프톤)
 
인조이는 내가 맡은 조이의 성격과 목표뿐 아니라, 날씨와 청결도, 전광판 사진·영상 등 환경 전반을 세밀히 조절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마을에선 조이 400명이 자율적으로 살아가는데요. 공원에서 노래하는 조이, 지나가던 조이 등 아무나 붙잡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가 자기를 지켜보는 것 같다는 식으로 나와 다른 조이 간 관계를 암시하는 대화를 나누기도 하죠.
 
하지만 핵심은 나만의 가정을 꾸려가는 재미입니다. 홍만이네 구성원은 기본값인 동거인 관계인데요. 처음에 부모와 자식 등 가족 관계 설정을 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바꿀 수가 없으니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실제 편의점과 지하철 역의 외관을 갖췄다. 지하철 내부는 구현되지 않고, 조이가 들어갈 때 목적지 근처 역으로 건너뛴다. (이미지=크래프톤)
 
다행히 동거인뿐인 홍만이네 집에서도 인간 관계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홍만이의 직업인 아이돌 연습생에 몰두하다 보니, 그 사이 억만과 영만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억만이 영만에게 옷차림으로 시비 거는 문자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었는데요. 영만이 억만에게 원수 관계를 선언하는 선택지가 생길 정도로 상황이 나빴습니다.
 
그런데 퇴근 후 두 사람이 집에서 나란히 앉더군요. 저는 이때다 싶어, 억만이 자기 문제점에 대해 영만으로부터 듣고, 요즘 세상의 경향에 대해 이야기하게 만들었습니다.
 
영만(아래 남자)가 억만과 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하고 있다. 그 옆의 침대에서 홍만이 자고 있다. PC 사양이 낮다면, 어색한 실사 대신 이와 같은 카툰 필터로 즐길 수 있다. (이미지='인조이' 실행 화면)
 
이후 선택지에 '예전과 같이 돌아갈 수 있는지 묻기'가 나타나더군요. 그 뒤로 억만은 영만의 건강을 걱정해주고, 같이 할 만한 취미를 묻고, 영만의 차림새를 칭찬하는 식으로 다가갔습니다.
 
그 결과 둘의 관계는 '남남'에서 '어색'으로, 그 다음엔 중립을 뜻하는 '…'으로 변했습니다. 앞으로 억만과 영만이 친구 혹은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하며, 홍만이네의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렇게 현실적인 조이들을 만나려면 PC가 최고급이어야 한다. (이미지=크래프톤)
 
소통·벽 처리는 어색
 
크래프톤은 인조이의 '보는 재미'를 강조합니다. 이 게임을 만드는 인조이스튜디오 대표이자 인조이 총괄 디렉터인 김형준 PD는, 19일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핵심 개발 목표를 '리얼'이라고 강조했을 정도입니다.
 
게임에서 조이가 차는 손목시계 요소를 세부 편집할 수 있고, 사진 속 물건을 게임에 반영하는 3D 프린터 기능, 게이머 얼굴과 몸짓을 캡처해 조이에 넣는 기능도 있습니다. 28일 얼리 액세스 시점부터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CPC(함께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 기능을 쓸 수도 있습니다.
 
홍만이가 거울 앞에서 연습하고 있다. 그런데 거울에 가려져서, 일일이 화면을 돌려 확인해야 한다. (이미지='인조이' 실행 화면)
 
문제는 실사형 그래픽이기에 부각되는 어색함입니다. 진짜 사람처럼 생긴 조이는 행동 역시 자연스럽기를 기대하게 되는데요. 홍만이가 다른 조이에게 말을 걸면, 반드시 특정 지점으로 걸어간 뒤에야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생긴 건 사람인데, 행동은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는 로봇 같은 괴리감이 생기는 부분입니다.
 
또 홍만이 벽이나 큰 물체에 가려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홍만이 실내에 있을 때 '벽 제거' 버튼을 누르면, 그녀를 가리는 벽 대부분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집 안의 액자나 기획사 연습실 거울처럼 큰 물건에 조이가 가려지는 일이 많더군요.
 
밖에서 가로수나 신호등, 전봇대 뒤를 걸을 때는 각 요소가 잠깐 사라졌다 나타나는 '깜빡임' 현상이 지속됩니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불편한 경험이 이어지다 보면 어지럼증을 느끼게 됩니다. 조이의 활동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을 때, 조이의 몸 주변만큼만 실시간으로 부드럽게 투명 처리하는 패치가 필요해보였습니다.
 
인조이스튜디오 대표이자 인조이 총괄 디렉터인 김형준 PD가 19일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크래프톤 유튜브)
 
인조이 얼리 액세스판은 4만4800원에 판매됩니다. 크래프톤은 인조이 정식 출시 전까지 DLC와 업데이트를 무료 제공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프리랜서 직업과 사망한 조이의 유령 조작, 동남아 배경인 고양이 섬 쿠칭쿠, 수영장과 수영 활동, 가계도 등을 추가합니다.
 
김형준 대표는 "인조이를 통해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체험하고, 삶에 대한 통제력을 느끼며, 삶을 조금 떨어져서 바라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며 "쉽지 않은 과정이었고 아직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팬들의 조언을 귀 기울여 듣고 꾸준히 개선해서 빠른 정식 출시를 목표로 완성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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