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재용과 회동…반기업 지우고 '성장'
경제성장·친기업 메시지…중도층 외연확장 주력
2025-03-20 17:42:53 2025-03-20 18:20:55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 역삼 SSAFY 서울캠퍼스에서 환담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김유정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기업의 성장'을 강조하며 '친기업' 행보에 힘을 실었습니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자신에게 덧씌워진 '반기업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이 대표의 전략적 행보로 분석됩니다. 이 대표가 기업과의 접촉면을 늘리며 중도층 외연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기업 잘돼야 나라 산다"…이재명의 '우클릭'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역삼동에 있는 삼성 청년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싸피) 서울캠퍼스를 찾아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삼성이 경제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대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에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싸피를) 끌고 왔다"며 "방문해 주신 데 감사하다"고 화답했습니다. 싸피는 삼성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든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CSR) 프로그램입니다. 취업 준비생에게 소프트웨어 역량 향상 교육과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이 회장은 싸피 캠퍼스 로비에 직접 나와 이 대표를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두 사람은 로비에서 악수로 인사를 나눈 후 행사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이 대표와 이 회장은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 간담회에서 10분간 대화를 나눴습니다. 간담회에선 청년 취업 지원 방안, 반도체·인공지능(AI) 인재 양성 등을 논의했습니다. 다만 최근 주요 경제 현안으로 떠오른 '상법 개정안'(상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반도체 특별법'(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어 마지막 순서로 싸피 교육생들과의 간담회가 진행됐습니다.
 
이 대표는 이 회장과의 만남에서 대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을 강조했습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동을 마친 뒤 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앞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있어서는 정부의 적극적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했다"고 전했습니다.
 
두 사람의 회동은 탄핵 정국 속에서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와 재계 서열 1위 그룹 총수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정치권과 경제계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특히 두 사람이 각각 제1야당 대표와 삼성 회장으로서 공식 만남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대표가 이 회장을 만난 것은 지난 2021년 경기지사로 재직할 당시 비공개 식사를 한 이후 4년여 만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재명(왼쪽) 민주당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 역삼 SSAFY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핵심은 '중도층' 공략…연일 '친기업' 드라이브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이 회장과 만난 것은 '중도보수' 선언과 '성장 우선 기조' 강조 등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이 대표 실용주의 행보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됩니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그동안 기업 규제 강화와 노조 친화 정책 등으로 반기업 정서가 강한 정당으로 꼽혀왔습니다. 하지만 조기 대선 국면을 염두에 두고 최근 정책적으로 우클릭 행보에 나서고 있는 이 대표는 이 회장과의 회동을 계기로 '반기업 이미지' 딱지를 떼어내고 기업 성장론을 앞세워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이 대표는 재계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며 경제 정책 행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기업 성장론과 친기업 노선을 띄우며 '경제 리더' 이미지를 내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지난달 현대차 아산공장 방문 당시에는 국내 생산과 고용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5일엔 민주당 대표로 10년 만에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과 만나 민생경제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오는 22일에는 세계적인 석학이자 '사피엔스' 저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와 'AI 발전과 인류의 대응'을 주제로 한 대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결국 이 대표 행보의 핵심은 중도층 공략입니다. 중도층에 소구할 수 있는 정책적 안정감을 보이기 위해 성장 기조·친기업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이 회장을 만난 것은) 삼성그룹을 이념적으로 어떤 잣대의 후순위로 두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삼성 자체에 안심을 주려기보다는 중도·중산층에게 '내가 그렇게 위험한 인물이 아니야', '삼성 같은 우리나라를 먹여 사는 기업에 대해서 우호적이야'라는 이미지를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 '재계 길들이기'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 대표가 차기 대권에서 가장 유력한 고지를 점하고 있기 기업에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박주용·김유정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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