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건설부동산 업계에 불똥이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임대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점포에서 임대료 지급에 차질이 발생해 유동성 위기가 옮겨붙거나 개발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DL그룹은 홈플러스 점포 5개(울산남구·의정부·인천인하·대전문화·전주완산)를 2021년 70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지분은 대림과 DL이앤씨가 각각 5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당 점포는 세일앤리스백(Sale and Leaseback) 방식으로 매각돼 홈플러스가 운영 중인데요.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되면 점포 임대료 채권 채무가 당분간 동결돼 임차료를 못 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DL이앤씨 관계자는 "홈플러스 임대료는 상거래채권으로 분류돼 홈플러스에서도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채권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전차인들에게 임대료를 납부받고 있어 지급 여력을 충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임대료 10개월 치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확보했으며, 회사 자금으로 홈플러스를 매입했기 때문에 신용 보강 등의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롯데건설은 홈플러스 영등포점 등 4개 점포를 보유한 시행사와 사업을 추진 중이었는데요. 개발 사업 역시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사진=뉴시스)
리테일 부동산 위축 가능성 높아져
업체들은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란 설명이지만 리테일 부동산은 당분간 위축될 가능성이 커 부동산 개발을 계획 중인 건설사들의 불확실성을 가중할 수 있는데요.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업용 부동산에서 마트, 아울렛, 백화점 등은 세일앤리스백 거래로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한동안 리테일 부동산 거래와 가치 산정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내 대표 디펠로퍼인 MDM그룹은 2021년 코람코자산신탁의 리츠 '코크렙NPS 제2호'를 통해 7000억원 후반에 홈플러스 가양점 등 10개 점포를 인수했습니다. 이후 홈플러스의 주인인 MBK파트너스가 매각 후 세일앤리스백 형태로 임대료를 제공해왔습니다. MDM은 임대 기간 동안 임대료 수익을 얻고 폐점 이후에는 주거 단지 등으로 개발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했죠. 향후 채무조정이 진행되면 임대료 조정이나 지급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기습적으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배경에는 4조원에 달하는 리스부채와 임대료를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리스부채는 3조8501억원입니다.
아직 리스부채를 상거래채무로 분류할지 금융채무로 분류할지 결정되지 않았으나 일시적으로 변제를 유예하는 금융 채무로 분류되면 임대료 수익이 끊기거나 지연되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채무조정 과정에서 임대료 인하나 조정이 이뤄지면 투자 수익성 역시 악화할 수 있습니다. 개발 대신 매각으로 방향을 틀더라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로 향후 전국 홈플러스 부지 처리 역시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매각된 점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리츠와 같은 부동산투자펀드가 조성한 출자금 및 금융 대출, 해당 대출의 유동화와 신용 공여 익스포저 등 간접금융채무의 비중이 확대돼 있다"면서 "이는 앞으로 홈플러스 기업회생 과정에서 채무조정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업황이 부진한 건설 등의 채권 수요 역시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테일에서 선호하는 고금리 비우량 크레딧채권 중 홈플러스와 같이 발행 기업이 영위하는 업종의 업황이 부진하거나 재무 안전성이 떨어지는 경우 경계감이 부상하면서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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