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항공사들의 인력 구조조정이 현실로 다가왔다.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한 비정규직부터 감원이 시작된 가운데 항공업계 전 종사자들이 실직 공포에 떨고 있다.
31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객실 승무원 인턴을 대상으로 1~3개월 무급휴직 신청자를 받았다. 대한항공은 객실 승무원 채용 후 인턴 과정 2년을 거쳐 정직원으로 전환하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앞서 대한항공은 임원 급여 삭감, 단기 무급휴직, 연차 소진 독려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보유 항공기가 대부분 운항을 멈추면서 다른 항공사들처럼 전 직원 무급휴직이나 월급 삭감이 있을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제주항공에 매각된 이스타항공도 전날 1~2년차 수습 부기장 80여명에 4월 1일부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통보 메일을 보냈다. 이스타항공은 수습 부기장의 경우 큰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정규직으로 전환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경영 사정이 어려워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계류장에 대기 중인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뉴시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대부분의 항공사는 4~5월께 인턴 승무원 정규직 전환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이스타항공처럼 수습이나 인턴을 정직원으로 전환하지 않는 사례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 관리·청소, 기내식 공급 등의 업무를 하는 지상조업사나 협력업체들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마찬가지다. 이들의 주 수입원이 항공사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항공사에 서비스를 제공한 후 조업료를 받아 운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업사들과 협력업체들은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이나 권고사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에 따라 규모는 다르지만 인력 감축 규모는 업체당 많게는 수백명에 달한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활주로에서 지상조업사 직원들이 항공기의 짐을 하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저비용항공사(LCC) 협력업체들도 현재 강제 연차와 무급휴직이 아니면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이스타포트는 모기업 이스타항공이 지난 24일부터 전 노선 운항 중단에 나서면서 직원 대부분이 무급휴직에 돌입했다.
국적사들의 국제선이 80% 이상 멈추고, 당분간 큰 폭의 수요 회복도 기대하기 힘들어지며 항공사들의 인력 구조조정은 비정규직을 넘어 정규직까지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건비를 지원해달라는 항공사 노조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조업사 관계자는 "매출 피해는 수백억원에 달하는데 정부가 발표한 세금 감면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며 "임직원에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국적사들의 상반기 매출 손실을 6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며 3개월 후 파산하는 항공사가 나올 것이라는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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