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참으로 구박을 많이 받았다. 2017년 중국의 사드보복 이후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하고 실적이 하락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와 부품업체도 함께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상당히 달라졌다. 8월까지 현대차의 수출은 7.5% 증가했고 기아차도 6.5% 늘었다. 현대차의 상반기 매출액은 50조953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8.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조625억원으로 26.4% 증가했다.
덕분에 현대차그룹의 실적도 재벌그룹 가운데 거의 유일하다 할 정도로 상당히 개선됐다. 최근 에프앤가이드 분석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상장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조7753억원으로 작년 동기(4조8694억원)보다 18.6% 늘었다. 연간 영업이익도 11조5942억원으로 작년보다 43.0%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차의 휘파람은 팰리세이드 등 일부 신차의 판매호조 외에 환율상승도 도와줬을 것으로 풀이된다. 어쨌든 이같은 여러 호재 덕분에 주식시장에서도 훈풍이 불고 있다. 현대차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은로 올해 들어 10% 넘게 증가했다. 10대그룹 가운데 군계일학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듯하다.
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현대차의 친환경차 부문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를테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는 올 들어 140% 늘어났다. 점유율도 작년 9위에서 5위로 도약했다. 정부도 수소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산업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는 최근 대통령 전용차로 지정되기도 했다.
또 노사는 8년만에 분규없이 임금교섭과 단체교섭을 마무리했다. 최근 일본이 감행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이라는 비상상황이라는데 노사가 공감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은 아직까지 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을 겨냥한 것이다. 따라서 현대차는 직접적인 표적에서 벗어나 있다. 그럼에도 파업 없이 협상을 끝냈으니, 큰 결단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노사는 '상생협력을 통한 자동차산업 발전 노사 공동선언문'도 채택했다.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해서는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동차 산업도 일본의 경제보복과 같은 돌발상황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 아울러 4차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늘어나는 첨단부품을 일본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또 친환경차의 비중이 커지고 최근 4차산업 혁명과 모빌리티가 확산되는 등 산업의 지형도 크게 바뀌어가고 있다. 이같은 시대적 추세에 현대차 노사도 동참한 셈이다. 특히 현대차의 부품소재도 국산화를 서두르는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데 노사의 의견이 일치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회사 차원에서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사의 이런 움직임은 한국 자동차산업은 물론이고 국가경제 전체를 위해서도 매우 상서로운 일이다.
그렇지만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았다가 철회한 후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새로운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언제 나올지 요원해 보인다.
지배구조 개선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다. 결국 현대차의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보다 단단한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난해한 상황 등을 틈타 아예 뭉개버리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그런 자세로는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발전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현대차는 과거 전성기에는 ‘토요타킬러’라는 별명을 듣기도 했다.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아성을 무너뜨릴 유력한 후보로 국내외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런 경이의 시선은 실종되고 도리어 앞날에 대한 근심이 커졌다. 토요타와의 격차도 최근 도리어 커졌다. 올 들어 그런 근심이 차츰 줄어들고는 있으나, 여전히 낙관하기는 어렵다.
어려울 때 상심해서는 안되듯이, 상황이 다소 좋아졌다고 마냥 즐거워해서도 안된다. 그럴수록 신발끈을 다시 단단히 조이고 스스로 채찍질할 필요가 있다. 한때 상심에 빠졌던 영웅 아킬레우스는 다시 전선에 나가자 엄청난 전투력을 발휘하며 호령했다. 현대차도 이제 다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안팎으로 그런 기대가 커져가고 있다. 현대차 스스로도 그렇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단단한 결의와 노력만 있으면 된다. 더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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