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로 KT 인사 개입…국민연금은 '공범'
협의 통해 물량 조절했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낙인
검찰 주장한 대가성은 '무혐의'…공정위도 '무혐의' 결론
한정애 의원 "KT 대표 선임에 국민연금 개입 정황"
2025-08-01 06:00:00 2025-08-01 09:42:28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정권교체를 계기로 KT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불법 인사 개입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당시 검찰은 대가를 목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며 구현모 전 KT 대표와 측근들에 대한 범죄 의혹을 키웠습니다. 기존 경영진이 물러나자 대통령실이 주도해 KT 차기 수장으로 김영섭 현 대표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고, 국민연금은 김영섭의 결격 사유에 대해 침묵했습니다. KT 외에도 몇몇 금융지주에 대한 정부 차원의 압박이 있었다는 증언들이 나오면서 김건희 특검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일 KT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은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 자체가 온당치 않았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KT 관련 400여 곳 상당 건물에 대한 유지보수·시설관리(FM)를 위해 통상 4곳의 용역업체와 위탁계약을 체결해 연간 1000억원 정도를 4개 업체가 고루 나눠가는 구조였다"며 "내부에서 용역업체를 대형화시켜 이들도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2개 업체로 가자고 결정됐고, 2개 업체는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KT텔레캅에서 선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4개 업체 간 FM업무 위탁물량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반발이 나와 물량 조정폭을 놓고 석 달 동안 협의가 이뤄졌고 업체 간 합의도 이뤘던 사안이었는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됐다"고 부연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의 모습. (사진=뉴시스)
 
당시 검찰은 KT가 FM업무를 KT텔레캅을 통해 할당하는 과정에서 KDFS와 KS메이트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했고, 연임에 나서려던 구현모 전 KT 대표 측이 이들 업체들로부터 비자금을 받았다고 의심했습니다. 최고경영자(CEO) 선임 진행 과정 중에 이 같은 내용의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구현모 전 대표 측근들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6개월 가까이 KT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이사회 구성을 새로이 하며 현재의 KT 기틀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지난해 5월 검찰은 구현모 전 대표 측근들이 대가를 받고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 내렸습니다. 지난해 말 공정위 역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신고에 대해 KT텔레캅의 행위가 KDFS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KDFS 등 특정 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행위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무혐의 의결했습니다. 공정위 의결서는 1심 법원 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현재 검찰은 해당 내용에 대해 하도급법위반, 공정거래법 강요미수로 방향을 틀어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KT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가 조직적으로 전개되는 느낌이었다"며 "없는 사실을 시민단체 고발과 내부 진술로 확대해 범죄 프레임을 씌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일감을 누구에게 주는가는 자유의 영역이고, 경쟁을 통해 더 잘하는 곳이 일감을 가져가는 것이 자율경쟁 방식"이라며 "협의가 진행된 사안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지목되고, 대가 없이 경쟁에 의해 일감이 조정된 것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모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구매 프로세스 관련 경쟁 활성화는 현 김영섭 대표 체제에서 KT가 추구하고 있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KT는 지난 2월 구매·협력사 관리 프로세스를 개선하면서 '품질'과 '경쟁'을 핵심 키워드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3~5년 주기로 품질 최우선 경쟁을 시행해 협력사를 재구성하는 협력사 순환 체계 도입도 내세웠습니다. 
 
김영섭 KT 대표가 LG CNS 대표 시절인 지난 2022년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감 몰아주기로 KT 경영진을 몰아낸 이후부터 윤석열정부가 김영섭 대표를 앉히는 과정에 더 노골적으로 개입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민연금이 KT CEO 선임 과정에서 후보자 정보를 고의로 누락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3년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이 간사로 속해있는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가 KT 임시주주총회에서 차기 CEO 선임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안을 심의할 당시 김영섭 후보자에 대해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LG CNS 대표 사실만 기재하고 근무기간 사회적 물의나 쟁점에 대해서는 기재하지 않았다"고 문제 제기한 바 있습니다. 
 
김영섭 후보자가 LG CNS 대표로 재직할 당시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받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발에 실패했고 기업가치를 중대하게 훼손한 전적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수탁자 지침 규정상 국민연금은 KT 대표 선임과 관련해 법적 결격사유, 과도한 겸임, 기업가치 훼손 이력 등을 살펴야 합니다. 
 
국정감사에 앞선 8월25일 복지위는 김영섭에 대해 KT 대표로서 선임되기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고, 같은 달 30일 오전 결산회의에서 조규홍 복지부 전 장관은 유념하겠다고 했지만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은 기존 방침대로 밀어붙였습니다. 
 
이 같은 행보는 앞서 다른 후보에 대해 국민연금이 노골적 반대 의견을 내며 윤석열정부의 입을 대신했던 것과 대비됩니다. 당시 KT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구현모 대표 연임에 대해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거론하며 KT의 CEO 선임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적극적 의사 표현을 했던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실이 지목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섭 후보에 대해선 문제되는 이력을 의도적으로 제외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립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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