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으로 소환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장소에서 조사받는다. 이번에는 박 전 대통령 조사 때와는 달리 영상 녹화가 이뤄진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오는 14일 오전 9시30분 이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에 대한 피의자로 소환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출석하면 전례에 따라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한동훈 3차장이 특수2부장실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조사 취지와 방식을 설명한다. 이후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 또는 송경호 특수2부장이 이복현 특수2부 부부장이 10층 1001호실에서 이 전 대통령을 마주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이 전 대통령 뒤쪽에는 변호인과 수사관이 자리한다. 1001호 조사실 옆 1002호는 응급용 침대와 책상, 소파를 갖춘 휴게실로 이용되며, 1001호와 1002호의 맞은 편에는 경호원 대기실 2곳과 변호인 대기실 1곳이 설치됐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 대한 영상 녹화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투명한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경호 등 문제로 한 번에 조사를 끝낼 방침이지만, 확인할 분량이 많아 장시간 조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경호 때문에 청사 이용자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며 "이에 가급적 1회 조사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진술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고, 조서를 검토할 때 추가 의견 등 조사 소요 시간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전 보안 점검을 위해 소환 하루 전인 이날 오후 9시부터 14일 이 전 대통령이 출석하는 시간까지 서울중앙지검 청사는 출입이 전면 통제된다. 다만, 지난해 박 전 대통령 조사 당일과는 다르게 이 전 대통령이 출석한 이후에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다른 사건의 피의자나 민원인도 출입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출석하는 당일 취재진도 비표를 소지해야 청사에 출입할 수 있다. 이번 취재진 규모는 내외신을 합해 100여명에 이른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21일 총 13개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와 무려 21시간이 지나 귀가했다. 이때도 검찰은 영상 녹화를 요구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지난 2016년 10월부터 5개월에 가까운 기간 검찰 특별수사본부 1기와 2기,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할 시점에 혐의가 어느 정도 밝혀졌다. 이 전 대통령은 수사가 2개월 정도 진행된 현재 17개 정도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따라 혐의를 구체화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은 조사를 받은 귀가한 지 닷새 만에 청구됐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전자(005930)가 대납한 다스 소송비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상납받은 특수활동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받은 자금 등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다스 자회사 홍은프레닝과 다스 협력사 ㈜금강, 에스엠의 자회사 다온과 관련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배임), 다스 비자금과 관련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특정범죄가중법(조세)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는 강훈·피영현·김병철 변호사 등 3명이 입회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경찰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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