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금융위원회의 강압적인 성과연봉제 추진 방식이 금융권 불통의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노조의 대화 요구에도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자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노조가 9월 총파업에 나서기로 하는 등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의 강압적인 태도로 생긴 파열음이 오히려 성과연봉제 도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 곳곳에서 성과연봉제를 두고 노사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우선 금융노조가 금융위의 강압적 성과연봉제 추진에 9월 총파업으로 맞서기로 했다. 금융노조의 총파업은 지난 2002년 주 5일제 근무 도입 관련 이후 14년만이다.
노조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를 놓고 금융당국과 사측에 꾸준히 대화를 요구해왔지만 지금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주택금융공사는 최근 성과연봉제 개편안이 부결되면서 김재천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으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노조는 홍영만 사장을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청에 고발했다. 산업은행의 경우 사측이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 동의서를 강제로 작성하게한 사진이 유포되기도 했다.
산업은행의 경우 사측이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 동의서를 강제로 작성하게한 사진이 유포되기도 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터져나오고 있는 금융권의 이같은 크고 작은 파열음은 금융당국의 강압적인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9개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등 철저한 자구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자본확충이 시급하다 해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성과연봉제 시행을 다시 압박했다.
이어 금융위는 이달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금융공공기관에게만 인건비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연말로 예정됐던 성과연봉제 도입 기관에 대한 인건비 인센티브 지급 시기를 대폭 앞당긴 것이다.
또 지난 3월 7개 금융공기업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해 노조와 대화를 거부한 것도 당국이 배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용자협의회는 금융공공기관과 시중은행 등 34개 금융기관의 사용자 측이 2010년 설립한 사용자 단체다. 이들은 출범 이후 매년 금융노조와 산별 교섭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금융당국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지난달 7일부터 열린 4차례의 노조와의 산별교섭에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산별교섭이 시작된 2000년부터 사측이 한번도 교섭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노사 간 대화가 단절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해당 사안을 두고 논의를 시작했다면 이같이 갈등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노동위원회도 이날 이와 관련한 마지막 조정회의를 개최하고 노사 간 성실한 교섭을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성과연봉제 관련 최근 발언. 사진/금융위원회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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