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해외 제약사들이 ‘싹쓸이’하고 있는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출사표를 내고 있습니다. 향후 기술 수출을 포함해 후속 치료제 출시를 염두에 둔다는 계획입니다.
5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우리 비만치료제 시장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의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티어제파타이드)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로 양분돼 있습니다. 후속 주자로 뛰어든 기업 가운데 조기 출시가 예상되는 기업들은 셋. △한미약품 ‘에페글레나타이드’ 연내 출시 예정 △HK이노엔 ‘에크노글루타이드(IN-B00009)’ 연내 임상 3상 종료 예정 △JW중외제약 ‘GZR18(보팡글루타이드)’ 연내 국내 임상 3상 추진 목표 등입니다.
나머지 7개 기업은 임상 1상이나 임상시험승인계획서(IND) 승인도 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초기 개발 단계는 기술 수출을 염두에 둔 개발 전략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해당 기업들 및 개발 단계는 △대웅제약 ‘월 1회 장기지속형 주사제’ 임상 1상 △동아에스티(메타비아) ‘DA-1726’ 임상 1상 △대웅제약 ‘월 1회 장기지속형 주사제’ 임상 1상 △일동제약(유노비아) ‘ID110521156’ 미국 임상 1상 △종근당 ‘CKD-514’ 연내 임상 1상 진입 목표 △동국제약 ‘월 1~3개월 장기지속형 주사제’ 2027년 임상 1상 진입 목표 △유한양행 ‘IVL3021’ 연내 임상 1상 IND 신청 목표 △셀트리온 ‘CT-G32’ 2027년 IND 제출 예정 △셀트리온 ‘다중 작용 경구제’ 2028년 IND 제출 예정 등입니다.
외국계 제약사가 양분하고 있는 우리 비만치료제 시장에 국내 제약사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신약·다중타깃 주사제 개발 한창
우리 기업들의 개발 전략은 제형 다양화로 풀이됩니다. 4가지 제형으로 구분되는데 세부적으로 보면 △신약 및 다중타깃 주사제 △장기지속형 주사제 △먹는 치료제 △패치형(마이크로니들) 등입니다.
신약 및 다중타깃 주사제의 경우, 우선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대표적입니다. 당초 당뇨치료제로 사노피에 기술 수출됐지만, 반환된 이후 비만치료제로 전환해 재개발됐습니다. 자체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적용, 체내에서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는 기전으로, 위장관계 부작용을 개선했다는 차별성을 갖고 있습니다. 제품은 출시 후 평택 스마트플랜트에서 생산됩니다. 회사는 국내 수요에 대응할 수 있고, 안정적 공급도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공급할 수 있어 비만 환자들의 약물 접근성과 지속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HK이노엔이 중국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에크노글루타이드(IN-B00009)’는 현재 국내 임상시험 제3상이 진행 중으로 연내 임상을 마친다는 계획입니다. 에크노글루타이드는 세포 내 신호 전달 분자인 cAMP-biased GLP-1 작용제입니다.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가 과체중이나 비만한 중국 성인 총 664명을 대상으로 중국 현지 36개 센터에서 실시한 임상 3상 결과를 보면, 40주 시점에서 고용량군(2.4mg)은 평균 13.2% 체중 감소가, 48주에는 평균 체중 감소율이 15.4%로 증가했습니다. 심혈관 및 대사 위험 인자도 개선됐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GLP-1 계열 치료제와 비교해 신호 전달의 선택성을 높여 약효 지속성과 대사 개선 효과를 강화했다”고 밝혔습니다.
동아에스티 관계사인 메타비아가 개발 중인 ‘DA-1706’은 GLP-1 및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타깃이 특징입니다. 임상 1상에서 고용량 증량 시험이 진행 중이며, 근육량 감소 등의 안전성 이슈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입니다. 특히 GLP-1 계열 치료제에서 지적돼 온 오심이나 구토 등 위장관 부작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돼 임상에서 위장관 이상 반응이 비교적 경미하게 나타났습니다. 회사 측은 “체중 감소세를 보이면서도 지방량 감소와 제지방량 보존이 함께 나타나 근육량 유지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셀트리온의 ‘CT-G32’는 4중 타깃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개인 편차에 따른 효능 차이와 근손실 부작용 등은 개선하고, 새 타깃을 추가해 식욕억제 및 체중 감량 효과는 극대화한다는 구상입니다. 동시에 지방 분해 촉진과 에너지 대사 조절도 가능케 한다는 겁니다. 현재 질환 모델 동물 효능 평가가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IND 제출이 목표입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경구제 개발도 활발
한번 주사하면 장기간 약효가 지속되는 주사제 개발도 활발합니다. 대웅제약은 최근 티온랩테라퓨틱스와 월 1회 세마글루타이드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개발이 완료되면 주 1회 투여와 비교해 연간 주사 횟수를 52회에서 12회로 줄게 됩니다. 연내 첫 환자 투약을 목표로 국내 임상과 글로벌 개발이 추진됩니다.
동국제약은 월 1회에서 최대 3개월간 약효가 지속 가능한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태입니다. 아직은 비임상 단계로, 내년 임상 1상 진입이 목표입니다. 유한양행은 인벤티지랩과 장기지속형 주사제 ‘IVL3021’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1월 개발 협력에 착수해, 연내 임상 1상 IND를 신청할 예정입니다.
JW중외제약이 중국으로부터 도입한 ‘GZR18(보팡글루타이드)’은 2주간 1회만 투여해도 되는 형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회사는 올해 하반기 국내 임상 3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회사 측은 경구제 보다는 아직 주사제에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관련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먹는 비만 치료제 시장은 향후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일동제약은 ‘ID110521156’을 개발 중이며,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된 바 있습니다. 종근당은 경구용 GLP-1 계열 후보물질 ‘CKD-514’를 개발 중입니다. 올해 하반기 임상 1상에 진입한다는 목표입니다. 임상 1상 결과, 경쟁약물 대비 높은 용해도로 낮은 용량에서 우수한 체중감소 및 혈당 강하효과를 보였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경구용 ‘GLP-1RA’ 개발은 비만치료의 접근성과 장기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며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 투여 불편성, 보관·공급 부담을 줄이고, 만성질환인 비만을 보다 쉽게 시작하고 지속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을 제공하자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셀트리온이 2028년을 하반기 IND 제출 계획을 목표로 개발 중인 ‘다중 작용 경구제’도 눈에 띕니다. 해당 경구제는 GLP-1 수용체를 포함한 타깃에 다중 작용하는 기전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입니다.
아울러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임상 1상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마이크로니들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되는 약물 전달률의 경우, 파일럿 임상에서 80%까지 나왔다는 후문입니다. 효과성은 주사제에 못지않다는 얘깁니다.
오남용 우려는 여전
‘위고비 오남용: 비만 약물 치료 방향과 정책에 대한 제언’(남가은·김경곤, 2024) 논문은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경우, 가격을 조정하는 중재자가 없다면 제품의 가격이 왜곡될 수 있으며,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계층은 왜곡된 가격으로 인해 정작 약물 치료의 필요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 약물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연구는 부족한 공급, 왜곡된 가격 및 정보의 비대칭성은 위고비와 같은 약물의 오남용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도 꼬집습니다.
질문을 바꿔 비만치료제의 공급이 확대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후속 제품들이 기존 위고비와 마운자로보다 싼 가격 정책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만약 접근성이 확대되고, 나아가 우리 비만약 시장이 현재보다 팽창되리란 전망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미용 비만 시장의 형성, 오남용의 과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곧 비만병 치료라는 본래 취지가 왜곡된 ‘판도라의 문’을 열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정형준 구리원진녹색병원장은 “GLP-1 제제가 중독에 대한 우려가 없어 타 비만치료제 대비 안전성 이슈는 크지 않다”면서도 “비만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피부 미용 시장에서 해당 제제가 오남용되지 않도록 적정 관리가 요구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다른 보건의료 관계자는 “환자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미용 목적의 오남용 우려 가능성이 크다”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불필요하게 약물이 처방되거나 복용되지 않도록 국민들에게 더 경각심을 알려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과도한 비만치료제 처방 의료기관에 대해 삭감 등의 조치를 취하면 의사들도 처방 단계에서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신중한 처방을 위해 정부와 전문가 집단 간 역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인 리라글루티드, 세마글루티드, 터제파타이드 함유제제를 오남용 우려의약품으로 지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향후 위와 동일 목적, 성분의 제품이 출시되는 경우, 당연히 오남용 우려의약품으로 지정 관리된다”고 밝혔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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