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해외 매출 양극화 심화…현대-롯데 격차 '53배'
플랜트 선점 '방긋'·주택 집중 '울상'
뉴에너지·하이테크 수주 성과 괄목
"실적 반영 시차…양극화 당분간 지속"
2026-05-11 16:20:14 2026-05-11 17:41:17
 
해외 건설 현장.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상위 건설사들의 해외 매출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현대건설 해외 매출은 12조4000억원을 기록한 반면 롯데건설은 2394억원에 그쳤습니다. 두 회사 간 격차가 무려 53배에 이릅니다. 같은 해 국내 건설 경기가 동반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해외 수익 포트폴리오의 차이가 건설사 간 실적 양극화로 직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1일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삼성물산·GS건설·롯데건설·대우건설·DL이앤씨 등 건설 6개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합산은 87조4000억원입니다. 해외 매출 비중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53.5%에서 롯데건설 3%까지 50%포인트 이상 격차를 보였습니다.
 
3~5년 전 수주 결정이 실적 갈랐다
 
해외 실적 상위권 건설사들의 공통점은 지난 2020~2022년 중동·북미 대형 플랜트를 집중 수주했다는 겁니다. 건설 공사는 수주에서 매출 인식까지 통상 3~5년이 걸리는 만큼, 이 시기 수주 결정이 그대로 지난해 손익계산서에 반영된 셈입니다.
 
현대건설의 플랜트·뉴에너지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37.8% 급성장한 7조100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들이 에너지 전환 인프라에 투자를 쏟아내면서 수혜를 집중적으로 받았습니다. 
 
건축·주택 해외 매출이 북미 공사 현장 준공 종료로 전년 대비 49.4% 감소한 3조545억원에 그쳤음에도 플랜트가 이를 상쇄하며 연결 총매출은 31조62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현대건설은 원전 EPC 실적을 발판으로 소형모듈원전(SMR)·수전해 수소 플랜트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으며, 불가리아·핀란드 등 유럽 원전 시장에도 진출했습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총매출(14조1486억원) 가운데 해외 수주 매출은 7조5690억원으로 전체의 53.5%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총매출(18조6550억원)과 해외 매출(8조7900억원) 대비 규모는 줄었지만, 해외 비중은 6.4%포인트 늘었습니다. 수주 면면을 살펴보면 하이테크 대형 프로젝트 준공에 따른 일시적 매출 공백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공항 등 기술 특화 분야 신규 파이프라인을 채우고 있습니다.
 
DL이앤씨도 해외 성과가 두드러집니다. 지난해 총매출은 7조40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87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습니다. 지역별로는 중동 매출이 4915억원으로 전년(3022억원) 대비 62.6% 급증했습니다. 1조원 규모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암모니아 플랜트를 연속 수주하고 미국 텍사스주에서 세계 최대 규모 폴리에틸렌 플랜트(200만톤)를 시공합니다. 4세대 SMR 기술선과 설계 표준화 공동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해외 접은 건설사들, 국내 주택 의존 심화
 
반면 같은 시기 국내 주택 사업에 집중했던 회사들은 해외에서 고전했습니다. 특히 롯데건설의 지난해 연결 기준 해외 매출은 2394억원으로 전년(6047억원) 대비 60.4% 급감했습니다. 전체 매출 7조9099억원 중 해외 비중은 3%에 불과합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현장이 줄어든 데다 그룹 계열사 내부 공사 의존도가 높아진 결과로 보입니다.
 
롯데건설은 "인도네시아 라인프로젝트와 베트남 웨스트레이크하노이 등 대형 사업장 공사가 끝나며 자연스럽게 매출이 감소됐다"며 "추가 해외 사업 검토 중으로 우선은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GS건설은 다른 맥락에서 해외 구도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GS건설의 지난해 연결 총매출은 12조4503억원으로 이 가운데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 매출은 867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GS건설은 지난해 8월 아부다비 국영에너지사(TAQA)와 GS이니마 지분 전량을 1조677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습니다. 내년 2월 처분이 목표입니다. 
 
차입금이 6조원대로 불어난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선택으로 보이는데, GS이니마가 빠지면 해외 매출 기반이 크게 줄어드는 구조적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GS건설은 "매각은 선택과 집중의 일환으로, 향후  불안정한 대내외 환경 가운데 당사가 강점을 가진 사업 분야의 좋은 사업성을 가진 프로젝트 위주의 선별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우건설은 정상화 궤도에 올라탔습니다.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1조95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5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9.2% 급등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신규 수주도 3조4212억원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현재 나타나는 실적 차이가 단순한 영업력의 차이가 아니라 전략적 의사결정의 시차가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또한 국내 주택 경기 회복 시점이 비관적인 상황에서, 해외 포트폴리오 재편을 서두르더라도 시차에 따른 양극화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 해외에서 실적이 나는 회사들은 2020년대 초 국내 분양 열기에 편승하지 않고 중동·북미에 사람과 돈을 투입했던 곳"이라며 "해외 플랜트 특성상 지금 수주해도 2030년 전후로 실적이 나는 만큼, 앞으로 2~3년간 현재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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