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LS증권, 졸속 펀딩 노출…계약 전 60억 송금
독소조항 인지하고도 위험 헤지 없이 계약
본계약 전 60억원 계약금부터 덜컥 지급
우선매수권 행사돼 거래 무산…법정 분쟁 속 합의 난항
2026-05-11 15:26:21 2026-05-11 15:33:18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LS증권이 과거 대규모 메자닌 투자 과정에서 딜(Deal)의 독소조항인 우선매수권 존재를 인지하고도,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필수 조치 없이 본계약부터 체결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후 거래는 무산돼 업무집행사원(GP)의 리스크 검증 및 딜 구조화 역량의 중요성을 부각시켰습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S증권은 지난 2021년 7월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결성해 KDB산업은행이 보유하던 790억원 규모 더블유씨피 전환사채(CB) 인수를 추진했습니다. 당시 LS증권은 매도자인 산업은행 측에 60억원의 계약금을 선지급하며 딜 클로징(종결)을 자신했으나, 사채에 걸려 있던 우선매수권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발행사인 더블유씨피 측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서, LS증권 측은 거래가 무산됐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매수인인 LS증권이 사전에 우선매수권 리스크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LS증권은 본계약 체결 직전 산업은행 측에 ‘우선매수권 불행사를 위한 서면 합의나 공문을 계약하기 전까지 받아볼 수 있느냐’고 직접 문의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인 자산 매매 계약에서 우선매수권과 같은 제3자의 권리는 거래 성립의 선행 조건으로 다뤄진다”며 “우선매수권자가 권리를 포기했다는 확약서를 받기 전까지는 딜이 완결된 것이 아니며, 이 단계에서 자금을 집행하는 것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을 GP 스스로 떠안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LS증권은 확약서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본계약을 강행했습니다. 심지어 본계약 체결 수일 전 60억원 계약금도 선지급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금 집행은 본계약 체결 이후 또는 계약 체결과 동시에 이뤄지는데, 매수인이 법적 권리를 확보하기도 전에 투자금 보호 측면에서 위험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비정상적 거래가 가능했던 배경으로 2021년 당시 이차전지 묻지 마 호황을 꼽습니다. 당시 더블유씨피는 상장을 앞둔 이차전지 분리막 대어로 꼽혔기 때문에 주식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급증이 리스크 검증 시스템을 마비시켰다고 분석합니다.
 
무리한 투자의 피해는 펀드에 참여하려던 LP(유한책임투자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LS증권 측은 딜 무산 후 산업은행으로부터 계약금과 소정의 이자는 돌려받았으나, 정작 수백억 원 자금을 준비했던 LP들은 수개월간 돈이 묶이며 기회비용을 낭비했습니다.
 
LS증권은 막대한 기대이익 상실을 이유로 매도자인 산업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앞서 1심 법원은 우선매수권 행사로 인한 이행불능을 지적하며, 현금흐름할인법(DCF)으로 산정한 사채의 실제 시가(약 404억원)가 오히려 계약금액(790억원)보다 현저히 낮다고 판단해 LS증권 측에 실질적 손해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현재 소송의 무게추는 1심에서 승소한 산업은행 측에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LS증권 측은 항소심 재판부에 사채 시가 산정에 대한 재감정을 강하게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며 법정 공방이 길어질 양상인 가운데, 재판부 권고에 따른 조정 가능성이 전해지며 새로운 변수가 떠올랐습니다.
 
재판부는 감정 결과와 애초 계약가(790억원) 사이의 괴리를 지적하며 "투자자 모집에 든 부대비용(계약금) 등을 고려해 조정을 검토해 보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심 패소로 궁지에 몰린 데다 최근 이차전지 업황 부진까지 겹치면서 LS증권 측은 합의에 긍정적인 견해를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섣불리 합의에 나설 때 자칫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어 수용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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