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중소기업은행이 비상계엄 해제 뒤 즉각 내놓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주주환원 계획에 자사주 매입·소각이 빠진 데다 적정 보통주 자본 비율(CET1) 유지를 위한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 목표 또한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9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밸류업 계획' 핵심은 지난해 말 기준 8.8%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 이상으로 높이고 자기자본비용(COE)을 줄여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주주 환원 확대를 위해 CET1 목표(12.5%)에 따라 배당성향을 점진적으로 40%까지 높이고 분기 배당 도입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지난 5월 정부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7개월 만에 나온 계획입니다.
이에 관해 9일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 지원을 우선해야 하는 기은 특성상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투자자를 납득시키기에는 부족한 목표 설정"이라며 "자본 비율 목표가 높고 구체적 RWA 관리 목표도 없어 배당성향 상승 속도는 기존 예상보다 느려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기은은 타사와 달리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하지 않아 총 주주환원율이 4대 금융 지주(KB·신한·우리·하나) 평균인 35.1% 대비 낮았다"며 "이번 주주환원 계획에도 자사주 매입소각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ROE 10% 달성 목표에 관해선 "대손비용 하락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자이익 증가율 둔화가 불가피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일각에선 기은의 밸류업 계획 발표 시기를 놓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증시 개장 첫날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거래소를 방문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목소리 높일 때는 가만히 있더니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자 주주환원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무정부 사태로 인해 주가 폭락이 예상되자 '급한 불 끄기용'으로 발표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자사주 소각 계획 없이 배당 확대 내용만 담는 것은 지난해(56조4000억원)에 이어 올해도 29조6000억원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정부의 재정 파탄을 막고자 낸 카드가 아닌지 의심 된다"며 "기은의 목표 환원율이 다른 은행보다 낮은 만큼 2018~2019년 실시해 시장에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낸 '차등배당'을 실시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기은 지분 59.5%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차등배당은 기재부에 돌아갈 배당을 줄이는 대신 일반 주주 배당을 더 늘리는 방안입니다.
기은의 밸류업 계획이 효과를 거두려면 '탄핵' 사태부터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은을 비롯해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3곳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과 동일한 신용등급을 부여받습니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피치(Fitch) 등 국제 신용평가사 3사는 일제히 비상계엄 사태 여파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한국의 국가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중소기업은행 전경. (사진=기은)
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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