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중앙회장 선출 스타트
지연되던 선거…늦어도 이달 말 진행될 듯
업계 오화경 연임 '촉각'…하마평은 아직
2025-03-07 14:23:51 2025-03-10 14:37:01
 
[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저축은행중앙회가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첫 단계를 밟았습니다. 오화경 현 회장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선 관 출신 후보가 낙하산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됩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이 지난 2022년 서울 강남구 하나금융그룹 강남사옥에서 제19대 중앙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한 언론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회추위 첫 회의…선거 일정 논의
 
7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후보추천 위원회는 지난 5일 제20대 회장 선출을 위한 첫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선 후보 모집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늦어도 이달 중 차기 회장 후보 모집을 위한 접수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통상 중앙회 선거는 선거일 한 달 전 회추위와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됐습니다. 또 선거일 2주 전에는 후보 공고가 이뤄졌습니다. 과거 이순우 전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의 경우 2018년 12월 임기 만료 뒤 회장 선거가 늦어지면서 한 달가량 직을 더 유지하긴 했으나, 회추위 구성 이후 40일 만에 선거가 실시됐습니다.
 
이번 중앙회 회장 선거를 위한 회추위와 선관위 구성은 지난달 20일 중앙회 회의실에서 개최된 이사회에서 의결됐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선거일은 보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사회에서 의결된 회추위 7인 구성원은 저축은행 대표 4명과 외부 전문이사 2명, 전직 중앙회 회장 1명입니다. 선관위는 5인도 정해졌습니다. 중앙회는 각 위원회 위원 실명 공개 시 선거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 회추위 회의가 진행되기 전까지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선거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회추위와 선관위 구성은 중앙회 이사회에서 결의하는데,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금융당국과의 선거 일정 조율과 회원사 79곳 대표가 모두 모이는 회장 선출 총회 날짜를 잡는 게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다 결국 오 회장 임기는 지난달 16일 종료됐습니다.
 
업계, 오화경 회장 '연임' 전망
 
저축은행 업계나 저축은행중앙회 내부에선 오화경 회장 '연임' 전망이 우세합니다. 그간 꾸준히 회원사 대표들과 직접 만나 소통에 힘써왔고, 금융당국과의 의견 조율도 잘해왔다는 이유입니다.
 
오 회장 연임에 무게 추가 기울어진 이유 때문일까요. 회추위 첫 회의가 열린 지금도 중앙회 회장 선거에 공식적으로 출마하겠다는 선언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마평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계엄과 탄핵까지 이어지는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속 관 출신 후보 지원자가 나오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자산 정리,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 예금보험료율 인하 등 차기 회장이 해결해야 할 저축은행 업계 숙원 사업이 많은데요. 이런 연유로 다른 민간 출신도 선뜻 출마하겠다고 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오 회장도 아직 공식적으로 연임 의사를 밝히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대로 오 회장에 대적할 후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오 회장의 연임은 순탄할 것이란 예상이 주를 이룹니다. 오 회장이 실제로 연임에 성공할 경우 1975~1981년 최병일 2·3대 회장과 1983~1989년 명동근 5·6대 회장 연임 이후 세 번째 사례로, 36년 만에 연임 기록을 갈아치우게 됩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오 회장이 임기 동안 꾸준히 저축은행 대표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왔고, 민간 출신이기는 하지만 당국과의 관계도 원만하게 맺어온 것으로 안다"며 "정치 상황도 혼란스러운 데다 저축은행 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 오 회장 연임이 안정적이라는 평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이 23일 개최된 '전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합동 매각 설명회'에서 PF 경·공매 활성화 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저축은행중앙회)
 
'깜짝' 관 출신 등장할까
 
(그래픽=뉴스토마토)
저축은행 일각에선 관 출신이 깜짝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예상도 나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역대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선거에 관 출신이 매번 참여했던 만큼 이번에도 후보를 아예 안 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관 출신을 내기 위해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선거 일정마저 계속 미뤄지면 저축은행 업계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다"고 평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선거에 간섭할 수 있는 근거는 따로 없습니다. 상호저축은행법이나 중앙회 정관 모두 회장직 승계 절차에 관한 구체적 규정은 따로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선거는 회원사 79곳이 1사 1표 원칙하에 투표로 뽑는 구조입니다. 과반수 투표와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회장이 선출됩니다.
 
하지만 중앙회 특성상 예금보험료 인하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당국과 유기적인 소통이 중요한 데다 저축은행 경쟁력과 공신력을 지원하는 중앙은행 기능을 수행하기에 관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실제로 1972년 설립 이후 53년간 회장 출신은 연임 포함 총 17명이었는데, 이중 82%에 해당하는 14명이 관 출신이었습니다. 2명은 다른 업권에서 왔습니다. 오 회장은 역대 유일한 저축은행 업계 출신입니다. 아주캐피탈과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22년 제19대 중앙회 선거에서 79표 중 53표를 받아 관 출신인 이해선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을 누르고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에 당선됐습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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