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온 로보틱스 사업이 마침내 연구 단계를 지나 수익 창출의 궤도에 올랐습니다. 차세대 소형 이동형 로봇 플랫폼 모베드의 판매뿐만 아니라,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은 이미 글로벌 산업현장의 안전 관리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의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의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하반기 중 모베드를 양산할 예정입니다. 앞서 지난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2026)’에 참가해 모베드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개최하고, 모베드의 국내 판매를 본격 개시했습니다.
모베드는 자율주행 로봇 구현을 위한 연구개발용 모델인 베이직(Basic)과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프로(Pro) 등 두 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됩니다. 프로 모델은 AI 기반 알고리즘과 라이다·카메라 융합 센서를 탑재해 복잡한 실내외 환경에서도 안전하고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합니다. 제품 사양으로는 너비 74cm, 길이 115cm에 최대 속도 시속 10km이며, 1회 충전으로 4시간 이상 주행이 가능합니다. 최대 적재중량은 라인업에 따라 47~57kg 수준입니다.
모베드 얼라이언스는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국내 부품사, 로봇 솔루션 기업, 유관 기관이 참여하는 4자 협력 체계로 운영됩니다. 현대트랜시스·SL을 비롯한 10개 부품사는 센서·전장·배터리 등 핵심 부품 생산을 맡고, LS티라유텍·가온로보틱스 등 5개 로봇 솔루션 기업은 산업 맞춤형 서비스 구성 및 현장 구축을 담당합니다. 이처럼 단순 하드웨어 판매에 그치지 않고, 파트너사들과 완성형 솔루션을 공급하는 생태계 주도형 상용화 전략을 택한 것입니다.
스팟은 이미 다양한 글로벌 산업현장에서 활약 중입니다. 미국 유타주 소재 코퍼 원 구리 광산에 스팟이 배치돼 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의 ‘완전 자율 광산’ 구축을 목표로 하며, 스팟은 광산 운영 소프트웨어인 마리아나OS와 직접 통합되는 방식으로 운용됩니다. 국내 주요 완성차 생산 라인에도 스팟을 배치해 안전 점검을 자동화함으로써 인건비 절감 등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스팟이 오염 시료 채취 도구를 장착하고 바닥면 채취 작업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은 스팟, 물류 로봇 스트레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등 3종의 로봇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공정별로 최적화된 로봇을 배치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틀라스는 2028년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시작으로 부품 시퀀싱·조립 공정에 투입되고, 2030년엔 전 세계 생산기지로 확대한다는 구체적 일정도 제시돼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로봇 생산기지를 통해 아틀라스를 포함한 4족 보행 로봇 스팟, 물류 자동화 로봇 스트레치 등을 연간 3만대 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또 다른 수익화 경로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나스닥 상장(IPO)이 꼽힙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약 6억6000만달러에 인수했으며, 당시 계약에는 4년 내 IPO 추진 조건이 포함됐습니다.
투자업계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기업가치를 40조 원에서 최대 60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아틀라스 상용화 프로토타입 모델은 CES 2026에서 로봇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현대차그룹은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나스닥 상장 시점은 이르면 내년 초가 유력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현대차그룹은 상반기 중 예비심사 청구와 주관사 선정을 거친 뒤 하반기 공모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지난 1월 CES 2026에서 기자들을 만나 보스턴 다이내믹스 IPO와 관련해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여러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그건 구체화 단계에서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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