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규제, 일부 기업 민원으론 못 바꾼다"…주병기, 금산분리 완화 '제동'
"금산분리 완화 요구는 '민원'"
"대기업, '손정의' 흉내 말아야"
2025-11-23 17:10:56 2025-11-23 17:10:56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계의 금산분리 완화 요구에 대해 "(한국에서는) 30년, 서구에서는 100년 된 규제를 몇 개 회사 민원 때문에 바꿀 수는 없다"며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주 위원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산분리에 대해 한쪽(재계)에 치우쳐진 일종의 '민원성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어 상당히 불만"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주 위원장은 금산분리 완화가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다른 대안이 있는데 활용하지 않고, 수십 년 된 규제 체제를 허물자고 하는 것은 너무 무모하다"며 "바꿀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력 기업들은 시설 투자와 자본조달 모두 지금까지 잘해왔다"며 "그것을 하는 데 금산분리 원칙이 허들(장애물)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못 박았습니다.
 
주 위원장은 국내 대기업들의 확장 투자 방식에 대해서도 경고했습니다. "한국 경제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기업이 자기 본업에 충실한 것"이고 "투자회사를 만들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처럼 여기저기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일본 소프트뱅크는 사실상의 투자 전문 회사로, 제조업 기반의 국내 대기업 그룹과는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또 구글·메타·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는 대부분 자체 영업현금흐름과 회사채 발행으로 충당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재계에서는 "글로벌 빅테크는 자체 펀드를 조성해 외부 투자금을 끌어오지만, 한국은 금산분리 원칙 탓에 이런 방식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 경쟁에서 밀린다"고 주장합니다.
 
최 회장은 최근 '공정거래법의 기업집단 규제'를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주 위원장은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나 삼성 반도체 등 모든 기업이 현재의 규제 체제 속에서 기술 성장을 거듭했고, 공정거래법이 경제적 강자를 견제했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고 정면 반박했습니다. 
 
주 위원장은 "다른 나라 기업도 자기 돈으로 벤처캐피털(VC)을 키우고 있다"며 "그런 노력이 한국 경제에 중요한 부분인데, 국내 대기업은 규제 탓만 하지 말고 현행 제도 안에서 해야 할 투자를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이날 지주회사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구체적인 계획도 내놓았습니다. 지주회사의 '중복 상장'(쪼개기 상장)을 막기 위해 자회사나 손자회사를 신규 상장할 때 의무 지분율을 현행 30%에서 50%로 높이겠다는 내용입니다.
 
총수 일가에 대한 '사익편취 규제'도 한층 촘촘해집니다. 공정위는 '규제 대상 지분율'(총수일가 20% 이상 등)을 판단할 때 발행주식 총수에서 자사주를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자사주를 포함하면 총수 일가 지분율이 실제보다 낮게 계산돼 규제를 피해 갈 수 있다는 점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주 위원장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가리지 않고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지배력 확대 행위는 더 강하게 제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공정위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내년 1분기 인력을 대폭 늘립니다. 민생 경제 지원과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총 167명을 충원할 계획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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