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노태문 ‘투톱’으로 안정 택한 삼성…후속 인사 소폭 가능성
대표이사 2인 진두지휘하에 경영 안정 도모
이재용표 ‘기술 중심 경영기조’ 반영할 결과
윤장현·박홍근 역할 주목…이주 후속 인사
2025-11-23 10:38:20 2025-11-23 12:17:28
[뉴스토마토 배덕훈·백아란 기자] 삼성전자가 내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쇄신보다 안정을 택하며 기술 혁신에 집중할 전망입니다. 반도체(DS) 부문의 전영현 부회장과 모바일·가전(DX) 부문의 노태문 사장으로 이뤄진 2인 대표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반도체 사업과 스마트폰 사업 경쟁력 강화와 경영 안정에 힘을 주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후속 인사 규모는 예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사진=뉴시스)
 
사장단 인사 소폭 그쳐…2인 대표체제 복원
 
삼성전자는 21일 사장 승진 1명,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4명 규모의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총 9명 규모의 인사를 단행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수준입니다.
 
당초 재계에서는 10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에 옭매여있던 이재용 회장이 올해 7월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에 대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받은 만큼 ‘뉴삼성’을 위한 대대적인 쇄신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실제 지난 7일 삼성전자는 미래 사업 밑그림을 그리는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상설화하고, 수장을 8년 만에 교체하는 등 체제 개편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특히 ‘2인자’로 꼽혔던 정현호 부회장은 용퇴하고 박학규 사장이 신임 사업지원실장으로 선임됐습니다.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던 사업지원TF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단행한 것을 두고 정현호 라인에 대한 ‘물갈이’도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아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영안정을 도모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그래픽=뉴스토마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DX(디바이스경험)·DS(디바이스솔루션) 등 삼성전자의 양대 사업부를 이끄는 사장단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2인 대표이사 체제가 복원됐다는 점입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 핵심 사업 분야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변화를 축소하고 경영 안정성을 도모해 사업 경쟁력을 가져가겠다는 이 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됩니다.
 
올해 초 한종희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며 직무대행을 맡았던 노태문 사장은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DX부문장 겸 대표이사로 선임됐습니다. 갤럭시 S25와 갤럭시Z 폴드7·플립7 등 폴더블 시리즈 판매량이 호조를 보인 점을 인정받은 결과입니다. DX부문은 노 사장 지휘 아래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제품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영현 부회장은 DS 부문장과 메모리사업부장에 유임됐습니다. DS부문은 올해 3분기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7조원에 영업이익을 시현하며 삼성전자 실적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전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된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등과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사업 정상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술·소프트웨어 인재 전면 배치
 
인사 규모는 작지만 기술 리더십 강화 기조는 뚜렷합니다. ‘기술·소프트웨어 인재’를 전면에 배치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였던 윤장현 부사장이 DX부문 CTO 사장 겸 삼성리서치(SR)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윤 사장은 MX사업부 IoT & Tizen 개발, 소프트웨어 플랫폼, S/W총괄 등을 역임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지난해 말 삼성벤처투자 대표를 맡아 AI·로봇·바이오·반도체 등 유망 기술 투자를 주도해왔습니다. 그는 사장 승진과 함께 모바일, TV, 가전 등 주력사업들과 AI, 로봇 등 미래 기술 간의 시너지를 도모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경제사절단에 동행하기 위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부회장이 맡았던 SAIT(삼성종합기술원)원장에는 박홍근 사장이 신규 위촉됐습니다. 내년 1월1일 입사 예정인 박 사장은 25년 간 하버드 교수로 재직하며 기초과학과 공학 전반의 연구를 이끌어 온 글로벌 석학으로 나노 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양자컴퓨팅, 뉴로모픽반도체 등 미래 디바이스 연구를 주도할 예정입니다.
 
이 회장이 강조해온 기술 중심 경영 기조가 그대로 반영된 셈입니다. 특히 삼성전자 차원에서 AI를 적극 활용해 고객들의 니즈와 관련 생태계를 혁신하는 ‘AI 드리븐 컴퍼니(Driven Company)’을 꾀하고 있는 만큼 기술개발에도 속도를 높일 전망입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의 AI 팩토리 협력을 비롯해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글로벌 빅테크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술 인재 영입에도 힘을 싣고 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수시인사를 통해 올해 2명의 사장을 선임했습니다. 갤럭시 S25의 개발 성공과 글로벌 사업 성장을 주도한 최원준 부사장은 올해 3월 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으로 올라섰으며 3M, PepsiCo 등에서 최고 디자인 책임자를 역임한 마우로 포르치니는 지난 4월 DX부문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 사장으로 영입했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도 우수인재를 연중에 승진시키는 수시인사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하고, 핵심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하에서 경영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미래 기술을 선점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주초 부사장 이하 2026년도 정기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발표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상 사장단 인사 이후 조직개편안과 임원인사도 확정해 발표한다”며 “구체적인 시기는 확정할 수 없지만 조만간 나올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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