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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2일 15:5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국투자증권 기업공개(IPO) 부문이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석달간 한국투자증권은 IPO 주관실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시장 실적 순위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나타난 실적 저조는 경쟁 증권사의 전통IB 강화 과정에서 발생한 인력 공백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은 향후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를 앞두고 당장의 수익성 확보보다는 모험자본 역량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1년여 만에 조단위 IPO 주관 나선 한투
12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가치 부품 제조사 에식스솔루션즈는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상장예비심사가 통상적으로 길게는 3달 정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내년 1분기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식스솔루션즈는 전기차 모터에 들어가는 권선(CTC)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현대차(005380), 테슬라, 도요타를 비롯한 주요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으며 지난 2008년
LS(006260)그룹에 인수됐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에식스솔루션즈의 기업가치는 2조원 내외다. 앞서 올해 1월 프리IPO에선 10억달러 한화로 약 1조4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에식스솔루션즈의 IPO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037620)이 대표 주관을 맡았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에 있어 에식스솔루션즈의 IPO는 오랜만에 맡는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 IPO라는 점에서 뜻깊다. 마지막 IPO는 지난해 7월 상장된 시프트업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소형주 IPO를 중심으로 주관해왔다. 올해 상반기 시가총액 1조원 규모 롯데글로벌로지스 IPO를 주관했지만 연초 증시 불안 여파로 상장이 좌절됐다.
이후 한국투자증권은 중형급 IPO 주관으로 실적 만회에서 나섰다. 하지만 8월부터 10월까지 실적 공백이 이어졌고 경쟁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 KB증권은 물론 신한투자증권과
대신증권(003540)에도 순위를 추월당해야 했다.
인력 대거 이탈로 업무 공백 가중
지난해까지 한국투자증권은 KB증권,
미래에셋증권(037620)과 더불어 IPO 강자로 꼽혔다. 특히 하반기부터는 중소형주 IPO를 중심으로 실적을 쌓아 12월 KB증권이 막판 역전을 허용하기 전까지 IPO부문 주관실적 1위를 기록키도 했다.
<IB토마토> 리그테이블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국투자증권의 IPO 주관실적 총액 6337억원이다. 하지만 올해 10월까지 한국투자증권의 IPO 주관액은 1976억원에 불과하다. 11일 기준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을 맡은 IPO 증권신고서 제출 기업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한국투자증권의 IPO 주관 실적은 2000억원 내외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연합뉴스)
한국투자증권 IPO가 올해 이례적인 부침을 겪는 데는 대규모 인력 공백이 주요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에서 주식자본시장(ECM)을 비롯한 전통IB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영입전이 시작되자 높은 업무 강도에 지친 한국투자증권 출신 인력이 대거 이탈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IPO 시장 진출을 위한 조직 개편에서 한국투자증권 인력 비중이 크다. 우리투자증권이 기업금융(CM)본부 산하에 IPO부를 공식 출범시키면서 관련 인력이 필요했다. 박성봉 부장을 필두로 5명의 부서원은 중소형주 기업발굴과 상장 핵심으로 알려졌다.
사실 한국투자증권 IPO 조직의 인력 공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성환 현 대표 취임 이후 IB본부장은 1본부에서 3본부까지 모두 교체된 한편 IB그룹장 자리도 배영규 전 IB그룹장의 퇴임 이후 최신호 전IB1본부장이 겸임하는 등 혼란이 있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김성환 대표 취임 이후 실적주의가 강해지면서 실적을 내기가 힘든 IPO조직이 압박에 시달린 것 같다”라며 “시장 회복으로 IPO 조직도 새롭게 재정비에 나서겠지만, 지속성은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IPO 역량, 모험자본 강화에 집중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11일 잠정실적 공시에서 한국투자증권은 당기순이익은 96.8% 증가한 650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17.8% 증가한 8353억원, 누적 1조 9832억원을 기록해 국내 증권업계 최초 영업이익 ‘2조 클럽’ 가입이 확실시 되고 있다.
2025년 3분기 한국투자증권 사업 수익 추이 (사진=한국투자증권)
이런 호실적에도 사업별 실적을 살펴보면, IPO를 비롯한 IB부문은 아쉬움이 남는다. 3분기 사업 수익에서 운용부문 수익은 336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외 브로커리지, 자산관리 등이 성장세를 이룬 반면, IB부문은 195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국투자증권 향후 IPO를 비롯한 IB부문의 운영을 미래 모험자본 운용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당장의 수익 실현 보다는 향후 모험자본 공급 역량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 IPO의 경우 시장의 호응이 적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향후 모험자본 공급 역량이 필요한 만큼 IPO부문을 단기적인 수익성 실현보다는 시장 모험자본 공급 역량 강화에 충실히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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