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한투, 제테마 CB 투자 참패…잇단 리픽싱도 '무용지물'
전환가액 낮춰도 주가 하락…전환 대신 조기상환 선택
평가손 실현에 CB 정리…제테마, 부진에도 성장 기대감
2025-11-14 06:00:00 2025-11-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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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미용의료 전문기업 제테마(216080)의 전환사채(CB) 투자자들이 잇따른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에도 불구하고 손실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드났다. 제테마는 CB 발행을 반복하며 유동성을 방어하고 있지만, 계속된 리픽싱에도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는 등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제테마는 최근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이 9회차 CB에 대한 105억원의 풋옵션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사진=연합)
 
전환가액 하향 조정에도 주가는 하회
 
풋옵션은 통상 채권자가 일정 기간 이후 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주가 하락 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사용된다. 제테마의 9회차 CB의 경우, 2023년 7월 발행 당시 전환가가 2만210원이었으나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은 지난해 2월 반토막 수준인 1만4147원까지 낮아졌다. 결국 지난 6일 기준 제테마의 9회차 CB 전환가액은 7074원까지 하향 조정됐지만, 주가는 5000원대 선에서 머물고 있다. 전환을 선택하면 즉시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였던 만큼, CB 투자자들은 전환 대신 조기상환을 선택한 것이다.
 
9회차 CB의 주요 투자자는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파트너스, 신한투자증권, 레이크브릿지에쿼티파트너스 등이다. 앞서 제테마는 2023년 7월 560억원 규모의 9회차 CB 발행을 통해 이들로부터 560억원을 투자받았다. ▲한국투자 Re-Up II 펀드(150억원) ▲한투신한레이크 케이뷰티 신기술사업조합(410억원) 등 공동운용(Co-GP)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투자를 집행했다.
 
그러나 해당 펀드들은 보유하고 있던 CB를 정리하면서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리픽싱이 일부 주가 하락 방어장치로 작동하긴 했지만, 근본적인 기업가치 하락을 상쇄하진 못하면서 결국 풋옵션을 행사했다고 풀이된다. 앞서 제테마는 10월10일 제9회차 CB 105억원을 만기 전 취득·소각, 누적 취득금액은 287억원에 달한다고 공시했다. 사실상 투자 손실 확정 후 회수 절차에 진입한 것이다.
 
리픽싱 한계 인식…평가손 실현 통한 재편 나서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평가손실이 현실화되면서 대응에 나섰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 7일 277만0905주(13.45%)에 해당하는 전환사채권을 정리했다고 10일 공시했다. 곧이어 한국투자증권은 ▲한투신한레이크 케이뷰티 신기술사업조합을 통해 405만7110주(10.13%)가 늘었다고 공시했다. 대표보고자 변경에 따른 공시지만, 벤처캐피탈(VC)과 증권사 내 사모펀드(PE) 조직이 각자 보유한 자산을 그룹 차원에서 순환시켜 내부 밸런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회계상 비상장 또는 전환사채형 자산은 공정가치 평가를 통해 매년 손익에 반영된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장기간 전환가액 아래로 머물면 운용사로서는 평가손을 지속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제테마에 대한 CB 투자 손실을 정리한 뒤, 한국투자증권이 이를 떠받는 구조로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VC 입장에선 리픽싱 한도를 벗어난 CB는 더 이상 방어 장치가 없어 결국 손실을 실현하고 새 포트폴리오를 짜는 편이 낫다”며 “특히 회계연도 마감인 12월을 앞두고 평가손을 선제 인식하면 다음 회계연도 운용성과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VC가 손실을 확정해 리스크를 털고, 증권사 PE 부문으로 CB를 이관해 회수를 이어받는 구조”라며 “VC는 회계연도마다 평가손을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손실을 미루기 어렵지만, 증권사 PE 부문은 만기가 길고 구조조정형 투자가 가능해 리스크를 이어받아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테마는 지난 6월 10회차 CB 발행을 확정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섰지만, 규모는 지난 8~9회차 CB 발행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제테마의 8회차 CB 규모는 700억원, 9회차는 560억원이었다. 이번 10회차 CB는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5.0%, 만기일 2028년 6월 27일, 전환가액은 6447원이다. 
 
이번 10회차 CB는 앞서 발행한 9회차 CB에 대한 투자자의 풋옵션 행사 이후 진행된 후속 조달이다. 전환가액이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되면서 이전 8·9회차 CB에 비해 리스크는 완화됐다. 사채권자는 콜옵션 행사 기간인 6개월 동안 전환할 수 없도록 의무보유 조항이 존재해 사실상 전환을 원천적으로 차단, 주가 하락을 방지하는 장치를 심었다. 나아가 발행 형식은 전환사채지만 100% 매도청구권이 존재해 사실상 상환형 채권 구조에 가깝다. 이 때문에 이번 CB 발행에는 NH·미래에셋·KB·삼성·한투·신한 등 대형 증권사 신탁계좌를 통한 자산운용사 펀드들이 인수 주체로 등장했다.
 
한편 제테마는 최근 주가 부진에도 중국 시장에서 필러 제품의 정식 품목 허가를 획득하고, 중남미 지역에서의 매출이 본격화되면서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제테마더톡신’이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되며 매출 기반이 한층 확대됐다. 아울러 중국과 튀르키예(터키) 등 신흥국 진출이 구체화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제테마 측은 이번 CB 발행과 관련해 "주식 지분 희석을 막도록 설계돼 주주 가치를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회사 성장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전개해 기업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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