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나프타분해설비(NCC) 업계의 사정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에너지 소비의 구조적인 변화가 불러온 유가 약세, 천연가스 강세로 국내 NCC 업계의 수익성이 나아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NCC와 에탄분해설비(ECC) 업계의 원가 부담 차이가 크게 좁혀지고 있는 것이 그 배경입니다. 때맞춰 롯데케미칼, 대한유화 등이 3분기 개선된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도 뚜렷한 반등세를 나타내고 반등했습니다.
구조조정 앞둔 NCC에 반가운 변화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59% 오른 8만7000원으로 정규장을 마감했습니다. 전일 11.92% 급등하는 등 4영업일 연속으로 강한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동종 업계에 속한 대한유화의 경우엔 이번주 사흘간 24% 오른 끝에 -2.65%의 낙폭을 기록, 조정세를 나타냈습니다.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는 국내 대표 NCC 업체들로 나프타를 분해해 산업계의 쌀이라고 부르는 에틸렌 등을 생산합니다. NCC 업계는 전 세계에서 이뤄진 대규모 설비투자로 인한 공급 과잉에 ECC 대비 뒤처진 가격 경쟁력으로 지난 4년간 고통의 터널을 지나야 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올해까지 4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업계의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데요. 다만 롯데케미칼은 물론 여천NCC, S-Oil, HD현대 등 주요 기업들이 생산설비를 얼마나 폐쇄할지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아 협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이미 가동률을 낮춘 상황인 점도 논의를 더디게 합니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 가격의 구조적인 변화로 NCC 업계의 원가 부담이 줄어들고 있으며 동시에 NCC와 경쟁하는 ECC의 원가는 조금씩 상승해 NCC 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증권업계로 돌아온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이 지난 11일 첫 복귀작으로 낸 리포트 ‘모든 것의 원가’는 국내 NCC 업황 개선을 기대하게 만드는 환경 변화와 관련주 분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여기엔 전 세계 에너지 소비와 공급에서 나타난 구조적인 변화, 이것이 석유화학 업계 특히 NCC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따릅니다.
Oil/Gas Ratio 50배→13배
(그래프=뉴스토마토)
우선 전기차 보급 확대와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 이로 인한 전력 소비량 폭증과 발전설비 투자 등은 올해 전 세계 증시를 휩쓴 핵심 테마였기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테마로서 발전원인 원전과 천연가스, 소형모듈원전(SMR), 태양광 및 풍력 관련주들이 주목받았을 뿐 실제로 발전에 필요한 화석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습니다. 대량의 전력소비를 충당하기 위한 원전이나 SMR을 건설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발전시장에선 천연가스, 석탄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천연가스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초 mmbtu당 2달러를 밑돌았던 시세가 현재 4.5달러대까지 올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천연가스는 mmbtu당 2.5~4.1달러에서 거래됐습니다.
반면 국제유가는 계속 약세를 보였는데요. 전기차 보급 확대, 경기 부진 등에 따른 수요 감소에 OPEC+가 감산으로 대응했지만 3년째 하락세입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올해 계속 배럴당 60달러 부근을 맴돌다가 최근엔 58달러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국내 업체들이 모여 있는 NCC는 원유가격에 영향을 받는 나프타를 주원료로 하며, 미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ECC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에탄을 원료로 쓴다는 사실입니다.
NCC와 ECC의 원가 부담과 수익성을 비교하기 위해 만든 지표가 천연가스 대비 유가 비율 즉 Oil/Gas Ratio입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이고 천연가스가 mmbtu당 5달러일 경우 이 지표는 20배입니다. 대략 10배를 기준해 그 이상이면 ECC, 미만이면 NCC의 수익성이 더 좋다고 판단하는데요. 지난해 한때 50배를 넘었던 이 지표가 11월 중 14배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13일 장중 선물가를 기준으로 업데이트할 경우 12.9배입니다. 아직 수익성에서 역전한 것은 아니지만 NCC로서는 작년보다 부담이 크게 완화된 것입니다.
S-Oil의 샤힌프로젝트 공사 현장.(사진=S-Oil)
NCC-ECC 원가 갭 축소…수익성 개선
미국에너지정보청(EIA)과 세계은행(World Bank)은 내년에도 유가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밑돌 경우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이 재투자하기엔 부담이 큽니다.
미국은 현재 원유 최대 생산국인데요. 미국이 유가 하락으로 생산을 줄이면 천연가스에도 영향이 미칩니다. 미국 천연가스의 40%는 석유 생산 과정에서 얻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에탄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ECC 수익성을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에선 미국 정부가 대미 관세를 무기로 주요국들과 협상을 벌인 결과 미국으로부터 LNG 수입을 늘린 국가가 많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천연가스 생산이 정체되거나 감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수출을 늘릴 경우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은 상승 압력을 받게 됩니다. 게다가 미국은 에탄 수출도 늘리고 있습니다.
유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ECC 업체들은 NCC 업체가 그랬던 것처럼 가동률을 낮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미지역 에틸렌 설비투자 계획은 중단되거나 취소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설비투자 또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이 모든 변화는 NCC와 ECC의 원가 부담 격차 축소와 NCC의 수익성 개선을 가리킵니다.
이 연구원은 이같은 전망을 근거로 석유화학 기업들 중에서도 S-Oil을 최선호주로 추천했습니다. S-Oil은 2년래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정제마진 강세로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는데요. 이 연구원은 글로벌 신규 투자와 증설 규모, 수요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이 2030년까지 이어질 정제마진 강세 사이클의 초입이라고 분석했습니다. S-Oil의 경우 국내 정유사 중 정유 부문 사업비중이 커서 그 수혜를 가장 크게 누릴 수 있습니다. S-Oil은 또 에틸렌 업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S-Oil이 진행 중인 샤힌 프로젝트가 내년 상반기 완공되면 대규모 신규 설비(Steam Cracker)에서 연간 180만톤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할 예정입니다.
롯데케미칼에 대해서도 내년 기초소재 부문의 흑자 전환을 예견하며 목표가 11만원을 제시했습니다. 대한유화 목표가는 21만원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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