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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2일 11:1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KAI(
한국항공우주(047810))의 항공기 정비 자회사 KAEMS(이하 캠스)가 민항기 정비 사업 확대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설비 투자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민항기 정비 시장은 민항기 수 증가로 인해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중정비 수요가 특정 시기에만 몰리는 등 수요가 일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특정 시기에만 바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철 장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시설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사진=한국항공서비스)
민항기 정비 수요 증가…다수는 해외로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캠스는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 352억원, 순이익 2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캠스는 지난 2018년 출범 이후 꾸준히 설비 투자에 나서며 연간 순손실이 이어졌지만 매출 증가에 힘입어 연간 순이익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캠스는 민항기와 군용기 정비, 군수물자 조달 사업을 한다. 민항기와 군용기를 포함한 항공기 정비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민항기 정비 사업은 국내 다수 저비용 항공사(LCC)와 해외 LCC로부터 발생한다. 자체 중정비 시설이 없는 항공사가 주요 타깃이다.
국내외 민항기 정비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LCC 운영 항공기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항공기 정비 등 항공 안전에 관한 규칙도 강화되고 있어서다. 인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국내 민항기 정비 시장의 규모는 2018~2022년 연평균 2조2000억원 수준에 달했으며, 올해는 2조원대 후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캠스의 사업 로드맵에 따르면 캠스는 점진적으로 정비 가능한 민항기 기종을 늘릴 예정이다. 향후 설비 확장 등 추가 투자가 가능한 부분이다. 캠스의 정비 설비는 민항기 정비 시설 1동, 군용기 정비 시설 1동, 군수물자 관련 시설 1동으로 구성돼 있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특정 부문에 대한 추가 증설 등 투자도 가능하다.
다만, 민항기 등에 대한 추가 투자 가능성은 미지수다. 민항기 정비 수요가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항공기마다 정비 주기가 제각각 달라 수요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민항기 정비의 70%가량은 중국, 싱가포르, 몽골, 대만 등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높은 인건비 등 구조적 문제도 사업 확대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항공기 정비는 정비 수준이 높아질수록 인건비 비중이 낮아지는데, 중정비의 경우 비용에서 인건비 비중이 70%에 달한다. 구조적 문제가 존재하는 가운데 사업 확대가 마냥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항공기마다 정비 주기가 제각각 다른 것도 안정적인 수요 예측을 어렵게 한다.
이에 올해 상반기 캠스의 매출 확대는 군용기 정비에서 나왔다. 캠스는 모회사 KAI로부터 회전익(헬기) 정비 물량 등을 위탁받는다. 지난해 KAI로부터 발생한 군용기 매출은 294억원으로 연간 총매출(607억원)의 절반 수준이었는데, 올해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KAI가 넉넉한 군용기 정비 수주 물량을 쌓아뒀기 때문에 향후 군용기 정비 사업의 매출 기여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정비 두고 이해 상충에 입장 달라
민항기 정비 수요가 해외로 나가는 원인에 대해 항공업계는 부족한 정비 설비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항공기 중정비 등 시기가 겹칠 경우 캠스가 정비 수요를 독자적으로 소화하기 어렵다고 본다. 캠스의 민항기 정비 시설은 민항기 4대가 동시에 점검을 받을 수 있는 규모다. 반면 올해 11월 기준 국내 LCC가 보유한 항공기 수는 182대에 달한다. 이 중 모회사 FSC(대형 항공사)에 정비 등을 위탁하는 LCC 등을 제외해도 수 십대의 항공기가 정비 대상이 된다. 여기에 타이항공, 피치항공 등 해외 항공사와의 정비 계약도 있다.
이에 정비 기한을 맞추기 위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비 기한을 넘긴 항공기는 운항할 수 없어서 항공사 수익에 타격을 준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중정비를 할 경우 연료 사용량도 줄고, 항공기 휴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여러 이점이 있는 것을 알지만 정비 기한을 맞추기 위해 해외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일상적인 운항정비는 항공사가 자체 수행할 수 있다. 다만, LCC는 자체 중정비 설비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외부에 정비를 의존한다. 다수 항공사의 중정비 시점이 겹칠 경우 정비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린다. 보통 기체 중정비는 1~2년에 한 번씩 받는다. 이착륙이 잦은 LCC 항공기는 점검 주기가 더 짧아질 수 있다. 국내에서 운항하는 민항기 다수가 단거리 항공기에 집중돼 있다. 점검 주기가 겹칠 가능성도 크다. 한정된 정비 설비 등에서 기한에 맞춰 정비 수요를 소화하기 어려운 것이다.
아울러 최근 항공사들이 자체 정비 설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또한 캠스가 적극적으로 설비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흐린 이유다.
티웨이항공(091810)은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정비 격납고를 짓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0월 통합 정비 센터를 개설하고 경정비 등을 직접 수행한다. 아울러 캠스가 장기적으로 자체 군용기 정비 수주를 계획하고 있는 점 등은 민항기 정비 수요에 적극 대응하려는 동기를 낮출 수 있다.
캠스 측은 <IB토마토>에 “국내 항공사는 국내외 MRO 업체들이 공정한 경쟁 결과를 바탕으로 정비 물량을 배정한다. 국내 MRO, 특히 중정비의 경우 해외에 비해 임금 등 원가 경쟁력이 낮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정비 효율성 제고 및 비용 절감, 기술 고도화 등 다양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제도 개선, 정비 인프라 확대 등을 유관기관과 논의하고 있으며, 향후 시장 국내 MRO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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