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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7일 16:3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상위 10대 증권사 가운데 7곳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내년 3월까지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최근 증권업계는 국내 증시 호황과 발행어음 신규 인가 등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주요 증권사들이 리더십 교체기를 앞두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각 사의 핵심 이슈와 경영 성과를 짚어보고, 다가올 리더십 변화의 흐름과 방향을 전망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KB증권은 올해 주요 기업금융(IB) 실적에서 1위 자리를 조기에 확정 지었다. 덕분에 IB를 이끌고 있는 김성현 대표 연임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김 대표는 현재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 중 최고 베테랑으로 꼽히며 5연임을 달성해냈다. 안정과 세대교체라는 갈림길에서 KB증권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변은 없었다"…KB증권, 2025 IB 선두 조기 확정
7일 <IB토마토> 10월 리그테이블 자료에 따르면 KB증권은 2025년 IB실적에서 기업공개(IPO)부문은 총 주관액 8783억원, 채권 주관과 인수부문에선 14조8879억원, 11조5717억원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KB증권은 사실상 올해 주요 IB 부문에서 1위 주관실적 1위를 조기에 확정 지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증권은 올해 작년보다 더 이르게 순위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하지만 방향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치열한 순위 경쟁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3분기 실적에서 IB부문 누적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4% 증가한 3668억원, 자산관리(WM) 부문은 14.4% 증가한 7289억원을 기록하며 사업 실적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누적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9.2%. 9.3% 감소한 4967억원, 6623억원을 기록했다. 선제적 대손충당금 적립 여파 때문이다.
올해 3분기까지 KB증권은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을 기존 17억원에서 1413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특히 3분기에는 593억원 적립을 추가로 이어 고금리 시기 이후 최고 수준의 적립 규모를 보였다.
KB증권의 이 같은 행보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KB증권은 작년까지 주요 실적 경쟁에서 치열한 행보를 보였다. 시장에서 난색을 표하는 거래도 주관하는 등 수익성 확보에 열을 올렸다.
증권업계 큰형님 김성현 대표의 향방
KB증권은 김성현 대표와 이홍구 대표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중 김 대표는 1963년생으로 현 증권업계 CEO 중 최고 베테랑이다. 1988년 대신증권 IB팀장으로 입사해 2003년 당시 한누리투자증권(현 KB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후 현재까지 KB증권에서 IB를 맡아 우직하게 한 분야를 지켜왔다.
김성현 KB증권 대표 (사진=KB증권)
이를 위해 KB증권은 당시 리서치센터장이었던 유승창 전무를 주식자본시장(ECM) 본부장으로 발탁했다. 이후 2022년 증시 사상 최대어로 꼽혔던
LG에너지솔루션(373220) IPO 주관을 시작으로 명실상부 대형 IPO 명가로 발돋움했다.
실적도 좋지만 KB금융그룹의 신뢰도 두텁다.
KB금융(105560) 계열사의 신임 대표의 임기는 2년, 연임하는 대표는 1년을 더 준다. 김 대표는 지난 2019년 첫 임기를 보낸 뒤 올해까지 총 다섯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작년 KB금융 계열인 은행과 보험, 카드, 라이프생명 등에서 대표가 교체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도 김 대표의 연임은 무게감이 실린다. KB증권의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검증된 내부인사를 선호해 온 점과 KB증권의 IB 부문의 탄탄한 실적 덕분이다.
하지만 현재 증권가 CEO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젊다는 점이 걸린다. 또한 쇄신을 강조해온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의중도 변수다. 양 회장은 이사회에서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누구보다 입김이 세다.
확장 보다는 안정…KB증권의 선택은?
작년까지 증권업계에선 60년대 초반생들의 용퇴가 이어졌다. 하나같이 한국 금융사의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사실상 공동창업주인 최현만 대표를 시작으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가 자리를 물려주고 떠났다.
이들은 모두 다음 세대에게 기회를 준다는 취지의 소견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실제 이들이 떠난 뒤 새롭게 취임한 CEO들은 종합투자계좌(IMA) 진출이란 과제를 동시에 부여받았다. 하지만 KB증권 입장에선 현재 당장의 과제는 새로운 도전보다는 안정에 초점이 모아진다.
(사진=KB증권)
KB증권은 현재 발행어음 인가 초대형IB다. 지난 상반기 KB증권의 자기자본은 6조7247억원으로 IMA 인가 기준인 자기자본 8조원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다. 전사적인 역량 강화보다는 현재 사업 안정성 확보와 성장에 무게감이 실린다.
올해 진행된 충당금 적립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KB증권의 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경쟁사 대비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증권의 부동산 익스포저는 자기자본의 51%에 불과하고 브릿지론 비중은 약 22%, 중후순위 비중은 30%에 불과하다. 해외 부동산금융 비중도 9% 수준으로 대형사 21% 대비 낮은 수준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금융 관련 충당금 적립은 위기 안정성에 힘을 주는 행보로 풀이된다.
한편 KB증권의 세대교체는 다음번에도 WM사업과 IB부문의 이중 교체로 이뤄질 전망이다. KB증권은 KB금융지주의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합병 이후부터 WM부문과 IB부문의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IB부문 김성현 대표 후임으로는 해당 부문 내부 인사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증권업계에선 김성현 대표의 형님 리더십이 한동안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평가했다. IB부문에서의 실적과 함께 향후 인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KB증권은 이전 현대증권 출신 인사들이 IB부문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라며 “금융지주에서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인사에서도 이점이 고려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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