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산업 결산) AI 품은 전자·반도체…HBM ‘주도권’
‘AI 홈’으로 사용자 경험에 초점
B2B로 전자업계 체질 개선 가속
AI가 쏘아올린 메모리 초호황기
HBM 몸값 급등, 범용 칩도 품귀
2025-12-29 15:38:56 2025-12-29 16:46:48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2025년 전자·반도체 업종의 화두도 역시 ‘AI(인공지능)’였습니다. 반도체 업계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이 성장을 이끈 가운데 범용 메모리 수요까지 덩달아 높아지면서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본격화됐습니다. 가전·모바일 등 전자업계는 AI를 탑재한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가운데 기업간거래(B2B) 사업 비중도 키운 해였습니다. 지난해가 AI가 등장한 해였다면, 올해는 AI가 일상 속으로 스며든 원년으로 평가됩니다.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전시회 ‘IFA 2025’ LG전자 전시 부스에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LG전자).
 
가전업계 쌍두마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홈’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사용자 경험 고도화에 집중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비스포크 AI’ 제품군에 ‘원 UI’를 적용, 직관적이고 편리한 제품 사용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AI가 파악해 편의성을 더 높인다는 전략입니다.
 
지난 9월에는 스마트싱스 전용 허브 신제품인 ‘싱스원 스마트홈 허브(V4)’를 국내에 출시했습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스마트싱스’와 연동해 각 가정 내 스마트홈을 쉽게 구축하도록 돕고, 인터넷 연결 없이도 설정된 루틴을 작동하는 ‘앰비언트 AI’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삼성전자는 생활가전에 이어 TV·모바일 전반에 온디바이스 AI 적용을 확대해, 기기 간 연동과 자동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개별 제품의 성능 강화를 넘어 가전을 하나의 AI 경험으로 연결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입니다.
 
LG전자 역시 AI 홈 허브인 ‘LG 씽큐온’을 출시하며 자사의 AI 개념인 ‘공감지능’ 구현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집 안 가전과 IoT 기기를 24시간 연결 상태로 유지하며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LG AI 홈의 핵심 기기로, 생성형 AI를 탑재해 맥락 이해 능력을 극대화했습니다. 단순 가전 제어를 넘어 ‘AI 공간 솔루션’으로 확장했다는 평가입니다.
 
이 밖에도 웹OS 플랫폼을 기반으로 TV 부문에서 AI 화질·음향 조정과 콘텐츠 추천 기능을 향상시켰고, 이를 상업용 디스플레이, 사이니지 등 B2B 영역으로 키워 소비자에서 산업까지 AI 적용 범위를 넓혔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인수한 독일 플랙트그룹이 공급하는 공기냉각, 액체냉각 등 주요 공조 솔루션 제품 사진. (사진=삼성전자)
 
새 먹거리 HVAC…B2B 사업↑
 
아울러 두 기업은 냉난방 공조(HVAC)에서 몸집을 키우며 B2B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서 공랭식을 넘어선 액침 냉각 등 고효율 솔루션 수요가 높아진 덕분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의 인수를 완료하며 AI 데이터센터 공조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입니다. 삼성보다 한발 앞선 LG전자 역시 지난 6월 유럽 최대 온수 솔루션 기업인 노르웨이 오소(OSO)그룹 지분 100%를 인수하는 등 종합 솔루션 역량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처럼 가전업계가 AI와 B2B 사업에 집중한 이유는 전통적인 B2C 가전 시장 수요가 둔화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철강 파생상품에 부과된 관세가 50%에 이르면서 가전 원가 부담이 커졌고, 중국산 LCD TV의 저가 공세로 국내 가전업계는 고초를 겪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분기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사업부가 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으며, TV사업을 주관하는 LG전자 MS사업본부도 30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전자업계가 AI 전환(AX)를 전면에 내세우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이는 만큼, 내년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이젠 단순히 제품 기능을 높이는 수준으로는 시장에서 우위를 지키긴 어려울 것”이라며 “AI를 통해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등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며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10월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으로부터 SK하이닉스의 HBM4 반도체 웨이퍼를 선물로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AI 덕…HBM 판매로 실적 훈풍
 
삼성전자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반도체 부문(DS사업부)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납품이 늦어지고,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부진 등으로 수익성 부담이 계속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잇단 호재가 터졌습니다. 우선 AI 메모리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의 HBM3E 퀄테스트를 통과하면서 메모리 공급 확대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차세대 HBM4 개발과 양산 준비에도 속도를 내며 내년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내년 1분기 고객사에 HBM4를 납품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파운드리 사업부의 경우, 지난 7월 테슬라와 23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계약을 맺고, 미국 테일러 공장(팹)에서 ‘AI6’ 칩을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TSMC가 맡기로한 ‘AI5’ 칩의 일부 물량도 확보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애플과도 차세대 이미지센서 개발에 나서는 등 삼성 파운드리의 안정성이 개선되면서 빅테크들의 주문이 몰리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도체 주도권을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올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D램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HBM, 서버용 D램, 기업용SSD(eSSD) 등과 같은 고부가 메모리 비중을 늘리며 매 분기 최고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3분기에는 영업이익 11조3834억원을 기록하며 창립 이후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처음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일찌감치 올해 HBM을 완판시킨 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사들과 내년 HBM 공급 협의도 모두 마쳤습니다. HBM4의 경우 고객사 요구 성능을 모두 충족하고, 내년 본격적인 판매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서울시내 한 치킨집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기에 더해 범용 메모리 제품군까지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메모리 업계는 전 제품군에서 적지 않은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같은 슈퍼사이클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확장 및 고객사들의 신형 가속기가 출시되는 가운데, 타이트한 공급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돼 지금과 같은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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