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진 트럼프 압박…이 대통령의 '남은 수'
"나라가 망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배수진' 불가피"
2025-09-28 18:26:47 2025-09-28 18:32:02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미 투자금 선불' 발언에 이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투자금 증액 요구설'까지 불거지면서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이 힘겨루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간 트럼프 주재 만찬에 불참하며 '전략적 거리두기'를 택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28일 "당분간 협상이 강대강 대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5% 상호관세 현실화 가능성"…품목관세도 '보복 대상'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7일 <채널A>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금 3500억달러에 대해 '선불'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우리가 3500억달러(약 493조원)를 현금으로 낼 수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협상 전술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범위라는 것"이란 설명입니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이 방미 기간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을 만난 것에 대해선 "만나서 얘기했지만 진전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우리 입장을 더 명확하고 비중 있게 전달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협상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오는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후속 협상 타결의 목표 시점으로 제시했지만, 실제 타결에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러트닉 상무장관은 한국의 대미 투자액을 일본의 5500억달러(약 775조원)에 더 근접하게 하고, 현금 출자 비중도 높여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25%의 상호관세와 품목별 고율관세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합니다. 선불, 투자금 증액, 현금 출자 비중 요구로 협상 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에 "이 대통령이 미국에 가기 전보다 협상이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이 요청한 무제한 통화스와프가 미국 측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은 데 대해서는 "결국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25% 상호관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고, 경우에 따라 50·75·100%의 품목관세까지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굳이 강경한 길을 택해야 했는지 모르겠다"며 "부분적 합의조차 성사되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곽노성 동국대 명예교수는 "지금 우리나라가 망하느냐의 문제가 달려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겠느냐"며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짚었습니다. 한국이 3500억달러를 한꺼번에 선불로 내버리면, 긴급 자금이 필요할 때 IMF 외환위기가 재현되는 구조라는 분석입니다.
 
곽 명예교수는 대미 투자 구조와 관련해 "약속은 지키되 프로젝트별로, 단계별로 집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조선 계약처럼 큰 프로젝트의 경우, 초기에 일부 자금을 투입하고 이후 진행 상황에 맞춰 나눠 넣는 형태가 돼야 한다"며 "투자금은 우리가 부담하면서도 '미국이 90%를 갖겠다'는 식의 조건은 현실성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과거 '우루과이 라운드'를 거론하며 "당시에도 강한 쌀시장 개방 요구를 받았지만, 데이터에 기반한 설득으로 예외를 얻어냈다"며 "일본·인도·인도네시아 등이 반발하면서 판이 달라졌고, 이번에도 스토리는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대안은 '분할 현찰·한시적 통화스와프'…"미국 정치일정도 변수"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현 상황에서 우리가 후퇴한다면 트럼프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강하게 부딪혀야만 하는 때"라고 말했습니다. 또 "상호관세가 25%로 올라가면서 미국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고 있고, 중간선거 전 여론이 악화하면 공화당이 장악한 미 의회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품목관세의 근거로 삼는 무역확장법은 원래 의회가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한이어서, 의회가 반발할 경우 철회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양 교수는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금이 연간 대미 수출액(2024년 기준·1278억달러)의 3배가량이란 점을 짚으며 "차라리 이 금액을 미국이 아니라 국내 기업 지원에 쓰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습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는 "미국도 우리 외환보유액 사정을 알고 있다"며 "무제한 통화스와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사태 직후처럼 한시적 통화스와프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찰 투자를 일정 부분 해주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기간을 늘려 연 200억~300억달러(약 28조~42조원) 수준으로 봉합하고, 추가로 통화스와프를 1000억달러 정도 설정하는 방안"입니다. 
 
그는 "미국도 얻어가야 할 게 있기 때문에 우리가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면 미국도 손해"라며 "APEC 정상회의 전에 협상을 조기 타결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짚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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