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 세력인 강성 팬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의 영향력에 집권 여당이 과도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인물을 지지하고, 당을 지지했던 팬덤 문화는 이제 공천과 정책 등에 직접 개입하며 '주종 관계'를 뒤집었는데요. 그 정점에는 유튜브 구독자 224만 명을 보유한 김어준 씨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방송인 김어준 씨가 2024년 1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1차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비상계엄 관련 현안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증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천부터 전당대회까지…숨길 수 없는 '영향력'
28일 여권에 따르면 개딸을 필두로 하는 팬덤 정치는 12·3 비상계엄 국면을 지나면서 당의 '의사결정' 구도까지 흔드는 모양새입니다.
일례로 지난 10일 여야가 3대 특검법에 대해 '추가 기간 연장 없는' 수정안에 합의한 뒤로 개딸들의 '문자 폭탄'이 이어졌습니다. 개딸의 분노가 표출되면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4시간 만에 합의안을 무효화했습니다.
정 대표는 합의안이 지도부의 뜻과 달랐다고 했지만 김병기 원내대표는 협상 과정에서 지도부와 긴밀하게 협의했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이 해당 사건을 '부부 싸움'에 비유하며 사건을 마무리했지만, 개딸들의 압박이 이번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정 대표가 개딸들의 압박에 못 이겨 합의안을 뒤집었다는 겁니다.
정 대표가 개딸에 과도하게 흔들리는 배경에는 지난 8월 전당대회가 있습니다. 당시 전당대회는 이 대통령이 지원하는 것으로 보인 박찬대 민주당 의원과 정 대표의 양강 구도였습니다.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곧바로 치러지는 전당대회인 만큼 박 의원의 선전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정 대표의 압도적 승리였습니다. 이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것이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입니다.
이를 놓고 여권 내에서는 방송인 김씨의 영향력이 증명된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로 당시 김씨는 정 대표를 지원 사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였던 당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거취 문제가 이를 증명하는데요. 정 대표가 강 후보자를 지원한 반면, 박 의원은 '자진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박 의원의 자진 사퇴 촉구 후 1시간여 뒤에 강 후보자는 사퇴했는데, 김씨는 방송에서 "사퇴시킬 만큼의 사건은 없었다. 실제로 엄청난 갑질이 있다고 믿는 기자도 없었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씨의 영향력은 지난 총선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당시 친이재명계는 공천에 붙고, 비이재명계 인사들은 공천에서 탈락하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이 일었는데, 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꽃'은 비명계 지역구를 타깃으로 하는 여론조사를 발표하며 잡음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비명계에서는 "의도가 다분한 여론조사"라는 토로가 나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강성 팬덤, 해법은 권력구조 개편"
김씨의 영향력은 정치권 여론 조성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유튜브 언론'을 기반으로 합니다. 현재 김씨가 운영하는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은 총 구독자 224만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누적 조회수 13억 6831만 9719회, 영상 평균 조회수 53만 2167회, 평균 동시 시청자 수가 6만 6030명에 달할 정도입니다.
문제는 김씨의 영향력이 단순한 인기에 그치지 않고 범여권 정치인들에게 직접 반영된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지난 1년 동안 해당 방송에 출연한 국회의원은 119명에 달합니다. 방송 횟수로는 832회(한달 평균 69회)입니다.
김씨가 <TBS>에서 방송할 당시 보수 진영의 의원들도 다수 출연한 바 있지만, 현재는 범여권 의원들만 출연하고 있습니다. 9월 정기국회가 열린 이달에도 범여권 국회의원들은 총 57회나 김씨의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대통령실에서도 한·미 정상회담 및 한·미 관세 협상 이후의 국가 중대사 이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해 일련의 협상 과정들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를 놓고 미디어 지형의 변화로 인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음모론'에 기대고 있는 김씨와 함께 김씨에 흔들리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거셉니다.
특히 <열린공감 TV>를 통해 제기된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배후설'은 김씨 등의 유튜브를 통해 확산됐고, 민주당 의원들을 통해 공식화됐습니다. 하지만 정작 별다른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당에서는 책임을 회피할 뿐입니다.
이러한 현상들과 관련해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특정인(김어준)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민주적' 결정이라고 한다"며 "유튜브 권력이 정치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김어준씨의 문제를 떠나 모든 팬덤이 마찬가지인데, 처음에는 정치인들이 팬덤을 이용하지만 나중에는 팬덤에 종속되며 주종 관계가 바뀐다"며 "이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마찬가지로, 정치권이 팬덤에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유튜브는 팬덤을 이끈다기 보다는 팬덤을 더 강성으로 만드는 작용을 한다.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유일한 해법은 소수의 강성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침묵하는 다수의 투표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권력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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