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청주지법이 지난 8월 을지훈련 당시 안보교육 강연자로 탈북민 출신 극우인사 A씨를 초빙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A씨는 그간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침투설'을 비롯해 부정선거론, 헌법재판소 해체론 등을 주장한 인물입니다.
2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청주지법은 지난 8월19일 을지훈련 당시 A씨를 불러 안보교육을 받았습니다. A씨는 탈북민 출신으로 자립과 관련된 전국 단위 이익단체의 회장직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A씨는 단체의 회장직을 발판으로 시민사회 활동을 하면서 각종 극우집회에 참석하고 극우적 발언을 했습니다.
먼저 A씨는 지난해 7월쯤 광화문에서 열린 '자유통일을 위한 부정·조작선거 수사촉구 범국민대회'에 연사로 참석, "애국시민 동지들이 뭉쳐서 8·15 때 윤석열 지지 선언을 한다면 대한민국의 위기는 반드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8월15일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공명선거 쟁취 총궐기대회'에선 "저는 대한민국 1700만명 기독교인들과 30만명의 목사님들이 계시는 한, 이번 4·15 총선은 분명히 조작선거며 부정선거라는 것을 명백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올해 2월17일에는 본인이 회장으로 있는 이익단체 주최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탄핵, 정치판결 헌법재판소 해체' 등을 주장했습니다.
3월20일에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민공화국의 한국 지부당인 민주당의 해체는 물론이거니와 이재명을 구속하고 파면시킬 것을 거듭 촉구하고 강력이 규탄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충북 청주시 서원구 청주지법 전경. (사진=뉴시스)
특히 A씨는 윤석열씨가 12·3 계엄을 선포한 지 9일 만인 지난해 12월12일 국회에서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과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몰이와 대통령 탄핵에만 미쳐서 날뛰고 있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그리고 한동훈 대표"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A씨는 21대 대선을 앞둔 지난 5월19일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A씨가 회장으로 있는 이익단체 관계자들의 전화통화 내용을 <뉴스토마토>가 확보해 확인한 결과, 복수의 관계자들은 A씨가 "광주 폭동(5·18광주민주화운동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임)의 선봉에 선 자는 북한사람"이라고 발언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을지훈련은 매년 중순 열리는 한미 공동의 전쟁연습입니다. 전쟁이나 비상사태에 대비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의 종합 비상대비 훈련입니다. 이 기간 안보교육을 하는 건 전쟁에 대비해 시민들에게 안보의식을 심어주려는 취지입니다. 다만 안보교육 강사에 대해선 정치적 중립성 등의 기준이 존재합니다.
본지가 행정안전부를 통해 받은 '2025 공직자 안보교육 추진 지침'에 따르면 "강사는 안보분야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건전한 국가관과 안보관을 가진 인사를 활용, 각종 이권이나 선거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중립 인사를 활용"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강의 내용이 정치·종교적 편향성 등 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강의 자료 사전 검토"라고도 기재됐습니다. 이는 정부기관에 통용되는 지침인데, 사법부의 안보교육 지침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극우집회에 참석하는 인사를 안보교육에 초빙했다는 민원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되자, 청주지법은 "행안부 소관의 법정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에 추천 의뢰해 추천을 받은 강사"라며 "앞으로는 강사 섭외에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해당 민원은 지난 11월17일에 접수됐는데, 청주지법의 답변은 이틀 만인 11월19일에 나왔습니다.
그러나 자유총연맹은 이미 12·3 계엄을 옹호하는 인사들을 '헌법지킴이 강사'로 섭외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이에 청주지법이 왜 하필 자유총연맹이라는 단체의 추천을 받아 안보교육 강사를 섭외했는지는 계속 논란이 될 전망입니다.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이민석 변호사는 "(섭외에 관련한) 의심을 받을까 봐서 신속하게 (답변을) 처리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신속하게 처리한 것은 고맙지만, 적어도 법원 내부에서 검증은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총연맹이 추천했으니 법원은 책임이 없다는 주장은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현재 청주지법원장은 조미연 법원장입니다. 그는 올해 2월 인사에서 청주지방법원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그런데 조 법원장은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 재판장이었던 2020년 12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해 윤씨가 총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에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16일 매불쇼에 출연, "(윤석열 총장이) 징계를 제대로 받았으면 윤석열씨는 대통령 못 됐을 것"이라며 "그런데 그 징계에 대해서 집행정지를 인용해 준 판사가 있다. 지금 법원장 한다. 조미연 법원장이다. 그 집행정지가 (인용) 되면서 윤씨가 살아났다"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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