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국민의힘 당내 성비위 의혹과 관련해 유정복 인천시장의 최측근이 피해자에게 연락, 사건을 축소하면서 회유를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이 최측근은 피해자에게 '남자들이 술 마시면 그 정도(신체접촉)는 한다.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A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당시에는 가만히 있다가 왜 지금 와서 문제를 삼고 그러느냐'라는 취지로 발언, 성비위 의혹을 합리화하고 피해자 B씨에게 2차 가해를 했습니다.
28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3일 유정복 시장의 최측근인 C씨는 국민의힘 성비위 의혹의 피해자인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어깨 손을 올리고 이 정도는 내가 봤을 때 남자들 술 먹으면 그 정도는 하지 않느냐. 친구처럼"이라며 "그럼 그 당시(2023년 2월17일)에 '기분이 나빴다'라고 (가해자로 지목된 A씨에게) 표명을 했었나요"라고 했습니다.
15일 오후 유정복 인천시장이 인천 중구 인천내항 1·8부두에서 열린 제75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본지가 11일
(단독)국민의힘 성비위 의혹 내부고발 '침묵'...2차 가해 방조 기사를 통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3년 2월17일 당시 인천시청 특보였던 A씨는 인천 남동구의원들과 함께 저녁을 먹은 뒤 라이브 주점으로 옮겨 2차를 했습니다. 그런데 2차 장소(라이브 주점)에서 A씨가 동석한 B씨에게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사건 당시 B씨는 인천 남동구 구의원이었습니다.
C씨가 B씨에게 전화를 한 시점은 본지 보도가 나오고 이틀 뒤인 13일입니다. C씨가 B씨에게 연락을 해 성비위 의혹을 축소·합리화한 건 자칫 이 사건의 불똥이 유정복 시장에게까지 튈까 봐 사전에 논란을 차단하려고 했던 걸로 풀이됩니다.
유 시장은 8회 지방선거에 당선되기 직전 21대 총선에서 인천 남동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력이 있습니다. 이후 유 시장은 2020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국민의힘 남동갑 당협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남동구는 유 시장의 정치적 기반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C씨는 B씨에게 "여자 구의원들은 (같은 구의원인 B씨를) 시샘해서 '접대부'니 뭐니 표현을 했을 것"이라면서도 "A씨는 어깨동무하고 놀지 않는다"라고도 했습니다. A씨는 성비위를 저지를 사람이 아닌데, B씨가 상황을 다소 오해를 해 사건을 키운다는 뉘앙스로 읽힙니다. 유 시장 최측근인 C씨는 오히려 A씨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B씨의 행동을 나무라면서 사건의 은폐·축소를 시도한 셈입니다.
2022년 6월1일 8회 지방선거에 당선된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가 지지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유 시장 최측근인 C씨는 B씨의 행동이 '정치적 공작'이라고 폄훼하기도 했습니다. C씨는 "그 사건(2023년 2월17일 2차 라이브주점의 일)은 다 마무리가 된 줄 알았는데, (<뉴스토마토> 기사를 보니까) 아직도 그게 해결이 안 됐다"며 "파란옷(민주당)을 입고 그쪽 편에 서서 시장님한테 옭아매는 일들을 작정을 하고 이런 게 보여지면 너무 실망스럽다"라고 했습니다. B씨가 A씨의 일을 문제 삼는 건 민주당을 편드는 일이고, 유정복 시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C씨의 이야기가 계속되자 B씨는 도리어 "A씨는 왜 저한테만 그러셨을까요? (2차 장소에 함께 있었던) D·E 구의원한테는 그렇게 어려워하면서 왜 저만 (그렇게 했나요)"라면서 반문했습니다. B씨는 그러면서 "제가 거기서 막내고 (구의원에) 당선돼서 (사건 당시) 이제 들어온 지 6개월밖에 안 된 초선 의원"이라며 "제가 어떻게 거기서 감히 어른들한테 '기분 나쁘다, 싫다'고 그렇게 할 수가 있습니까"라고 항변하기도 했습니다.
B씨가 C씨와 통화 중 언급한 D의원은 이번 문제가 처음 공론화했던 지난해 22대 총선 당시 A씨가 제보자 색출을 위해 B씨와 함께 만난 인물입니다. D의원은 사건이 발생했던 2차 술자리에선 B씨에게 'A는 당협위원장이 될 사람이니까 잘해'라고 했으며, 이후 사건이 불거지자 B씨에게는 '우리는 (2차에) 간 적이 없어. 남자들이 여자를 정치 못하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라고 했습니다. 사건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려 했던 겁니다.
B씨는 28일 <뉴스토마토>에 "지난 22대 총선 당시 소속당인 국민의힘을 생각해서 침묵하려 했었다"며 "하지만 당과 주변으로부터 정치적 모략으로 취급받는 현재 상황이 너무 억울하고 서운하다"고 토로했습니다.
한편, B씨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 A씨를 정식 제소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2주가 다 되어가지만, 당은 여전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국민의힘은 B씨가 A씨를 윤리위에 제소한 당일, 당 최고위원회를 거쳐 A씨를 중앙당 당직자로 임명됐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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