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금융조직 개편 내용이 빠진 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두고 민주당 안팎에서 정청래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과거 여야가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별검사법(특검법) 수정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을 놓고 합의했던 수준보다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정 대표가 당시 직접 여야 합의안을 뒤집은 게 '정부조직법 후퇴'로 이어졌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에 최근 여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에 나서면서 사법개혁의 동력과 명분도 점차 약화되고 있는데요. 이 역시 정 대표가 당내 강경파에 힘을 실어준 결과란 해석입니다. 결국 모든 논란의 중심에 정 대표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부담이 되는 모양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부조직법 백지화…여야 특검법 합의 뒤집은 부메랑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검찰청 폐지와 기획재정부 분리 등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습니다. 다만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 금융조직 개편은 이번 개정안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조직 개편 대상이었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현행 체제대로 운영됩니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금융조직 개편이 법안 처리 직전 백지화된 것을 두고도 아쉽다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또 일각에선 사태가 이렇게까지 번진 데 대한 정 대표의 책임론도 제기됐습니다.
앞서 지난 10일 여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추진하던 특검법 개정안 내용을 완화하고 국민의힘은 정부조직법 개정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는데요.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과 당원들의 반발이 쏟아지자 정 대표는 직접 합의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만약 정 대표가 여야 원내대표들의 합의를 받아들이고 당내 설득에 나섰더라면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국 정 대표의 합의 파기 선언이 '정부조직법 후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습니다.
사법개혁안 발표 임박했지만…조희대 압박에 동력 '약화'
이재명정부의 핵심 과제인 사법개혁을 위한 동력도 점차 약화되고 있습니다. 정 대표 등이 주도적으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면서 사법개혁 명분이 강화되기보다는 오히려 사법부 압박으로 비치는 모양새입니다.
여기에 오는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긴급 청문회도 개최하면서 압박 수위를 더 높였습니다. 정 대표는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라고 언급하며 지도부와 논의 없이 청문회를 추진한 '추미애 법사위'를 두둔했는데요. 오히려 조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경파에 힘 실어준 결과가 됐습니다. 전현희 최고위원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사법 독립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에 반하는 것'이란 취지로 청문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부터 청문회 추진까지 정 대표가 강공 모드로 나서면서 오히려 민주당의 사법부 장악 의혹을 확산시키는 분위기인데요. 민주당이 이번 주 초 대법관 증원 등의 내용을 담은 사법개혁안을 발표해 여론전에 나설 계획이지만, 정 대표 스스로 사법개혁안의 동력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정 대표의 강경 행보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인사인 김영진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나 역시 당시 여야 원내대표의 특검법 수정안 합의에 동의했었다"라면서도 "이미 끝난 이야기를 다시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김 의원은 "앞으로 당 지도부에서 급하게 하지 말고 원내 지도부와 잘 협의해서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순방 성과 가린 '국회 파열음'…여 '투톱' 균열 가능성도
결과적으로 정 대표의 강경 행보는 이 대통령에게도 부담으로 될 전망입니다. 실제 이 대통령의 유엔총회 순방 성과도 국회 내 파열음으로 부각되지 못했습니다. 최근 이 대통령 지지율도 크게 하락했는데요. 26일 공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9월23~25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무선 전화 인터뷰)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5%포인트 줄어든 55%로, 취임 후 최저치였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투톱인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의 균열 가능성도 커질 전망입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정부 업무 시스템 다수가 마비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을 제안하며 계속해서 여야 협상 의지를 보였습니다. 다만 정 대표가 김 원내대표의 여야 협의 노력해도 향후에도 계속해서 강경 행보를 보인다면 두 사람이 언제든 부딪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 11일 특검법 수정안 처리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충돌했는데요. 정 대표가 야당과의 합의를 몰랐단 듯이 특검법을 다시 협상하라고 지시하자, 김 원내대표는 이런 일을 자신 혼자 결정했겠냐며 정 대표의 사과를 요구해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이후 14일 당정대 고위급 인사 만찬으로 두 사람의 갈등은 봉합됐지만, 일각에선 언제든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