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공수처·봐주는 검찰?…'이정섭 재판' 난항
이정섭 측, 검찰·공수처 ‘이중 기소’ 주장
재판부 질문에 검찰·공수처 답변 못 해
재판부 이례적 질책 “준비 덜 돼 유감”
재판부 “검사 '사건 소홀' 오해 없도록”
2025-09-26 16:54:24 2025-09-26 17:03:23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1심 재판부가 2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를 크게 질책했습니다. 재판부가 수차례 같은 질문을 해도 답변하지 못하거나, 재판부 석명 사항을 숙지하지 못하는 등 미숙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현직 검사 사건인 만큼 ‘봐주기’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충실히 공소유지를 하라고까지 지적했습니다. 
 
전직 대기업 임원으로부터 리조트 접대를 받고 자녀 교육을 위해 위장전입한 혐의를 받는 이정섭 대전고등검찰청 검사가 지난 5월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박강균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검사의 세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검사석에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공수처 검사가 함께 앉았습니다. 두 수사기관이 이 검사를 각각 기소한 사건이 한 사건으로 병합됐기 때문입니다. 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지난 3월 형사절차전자화법 위반 등 혐의로 이 검사를 기소한 뒤,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공수처에 이첩했습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 차정현)는 같은 달 이 검사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사건이 병합되면서 재판장도 형사10단독 류경진 부장판사에서 박 부장판사로 변경돼 이날 공판절차를 갱신했습니다. 
 
공판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된 건 ‘이중 기소’ 논란입니다. 이 검사 측은 두 수사기관이 하나의 행위에 대해 각각 다른 혐의를 적용해 이중 기소했다며 공소 기각 판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검사가 2020년 3월 후배 검사를 통해 처남댁 가사도우미 전과 정보를 조회하고 누설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형사절차전자화법 위반 혐의를, 공수처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이 검사를 추가 기소하고 사건 병합을 요청한 공수처 검사에게 입장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공수처 검사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습니다. 공수처 검사는 “공소장에 공무상비밀누설죄로만 기소해 중복 제기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검찰과 죄명이 다르다는 취지로, 이중 기소 논란을 해소하기엔 부족한 내용입니다. 
 
재판부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재차 지적하자, 공수처 검사는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취지로 공소장 변경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공수처 검사가 검찰 공소장을 변경할 수 없다는 이 검사 측 주장을 환기하며, 세 번째 다시 물었습니다. 
 
재판부는 공수처 검사에게 “준비가 덜 됐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재판부는 “국민의 숙원을 받은 국회가 공수처법을 만들었다면 법적으로 뚜렷하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공수처가 구체적인 근거에 따라 수사·기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공수처 검사가 말하는 걸 들어보면 피고인 주장에 대해 답변이 전혀 안 됐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이 기소된 지 얼마나 됐고, 그 사이 피고인 주장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있었을 텐데, 오늘 핵심 부분에 대해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습을 보게 돼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준비가 덜 된 건 중앙지검 검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재판부는 중앙지검 검사에게 “형사절차전자화법 위반 혐의 행위 태양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변호인 의견서를 확인했냐”며 “지난 기일 재판부도 상당 시간을 들여 말하고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달라는 말까지 했는데 전혀 반영이 안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중앙지검 검사는 “그 부분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에 충실히 공소유지하라고 경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고인이 현직 검사”라며 “검찰에서 이 사건 공소유지나 입증 활동을 소홀히 했다는, 만에 하나라도 오해를 갖게 하지 않도록 할 분명한 필요성이 있다”며 “이 사건에 대해 충실히 공소유지에 임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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