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민주노총 간첩단, 실체 없다"…'비밀조직' 인정 안 돼
윤석열정부서 대대적 수사했으나 북한 지령 ‘비밀조직’ 실체 없어
사건 연루 2명 '무죄' 확정…개별 행위 인정된 석모씨 등 2명은 중형 받아
'무죄 확정' 신동훈, 국정원에 사과 촉구…" 억측·추측으로 인생 짓밟아"
2025-09-25 13:53:47 2025-09-25 15:38:17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2023년 윤석열정부가 대대적 수사를 벌였던 '민주노총 간첩단'은 실체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민주노총 내부에 북한의 지령을 받는 간첩 조직이 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겁니다. 다만 북한과 접촉한 개별 행위가 인정된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출신 석모씨에 대해선 징역 9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습니다.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25일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제공) 혐의로 기소된 석씨에게 징역 9년6개월,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국보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 출신 양기창씨, 신동훈 제주평화쉼터 대표는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앞서 윤석열정부 당시인 지난 2023년 1월 국정원과 경찰은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와 여러 산별노조 사무실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습니다. 석씨 등이 지난 2017년 9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부서인 문화교류국 지령을 받아 문화교류국을 '본사'로 칭하는 지하조직 '지사'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간첩 활동을 벌였다는 겁니다. 이른바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입니다. 검찰은 석씨 등 4명을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2024년 11월 1심 재판부는 비밀조직인 '지사'의 존재를 인정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지사가 북한 문화교류국 지시를 받아 북한의 대남혁명전략 완수를 목표로 하는 노동당 조직"이라며 "민주노총 등 대규모 노동단체를 북한의 영향력 아래 두기 위한 공작 등 활동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인 석씨에게 징역 15년, 김씨에게 징역 7년, 양씨에게 징역 5년 등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신 대표에겐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반면 올해 5월 열린 항소심에서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2심 재판부는 "검찰 증거만으로는 지사가 조직으로서 실체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석씨는 민주노총 간부 직위를 이용해 지시를 이행했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지사가 다른 구성원을 포함해 조직적으로 노동계에 영향을 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검찰이 증거로 내민 보고문과 충성 맹세문에 대해선 "개인적 차원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2심에서 피고인들은 일부 감형을 받았습니다. 석씨는 징역 9년6개월, 김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양씨와 신 대표는 무죄였습니다. 
 
국가정보원이 2023년 1월18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물이 든 상자를 들고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는 판단의 결을 달리했지만, 석씨에게 제기된 혐의에 관해선 대부분 인정했습니다. 2심 재판부가 주요하게 살핀 석씨 혐의는 민주노총 내부 정보를 북한에 넘긴 겁니다. 재판부는 민주노총 위상을 고려할 경우 석씨는 내부 징계가 아니라 중대범죄 행위로 처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민주노총이 갖는 위상과 사회적 역할 등을 고려하면 민주노총 차원에서 (석씨를) 개인적 일탈을 징계하는 것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하고 사회적 분열과 혼란을 초래한 중대범죄 행위로 처벌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석씨에 대해 유리한 정황으로는 "비밀조직 지사가 실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또 "민주노총 총파업이나 사회 현안 대응은 민주노총 자율적 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노총이 석씨가 결성한 비밀조직에 의해 장악돼 운영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석씨 다음으로 중형을 받은 김씨는 북한 공작원들과 회합한 뒤 지령문을 받고 보고문을 보낸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받았습니다. 반면 양씨는 신씨는 북한 공작원과 만났으나 사전에 이를 알았거나 사후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이 맞다며 양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국가보안법 위반죄의 성립, 국제형사사법공조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판결 직후 무죄가 확정된 신 대표는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을 시작한 국정원을 향해 "사과하라"라고 촉구했습니다. 신 대표는 "국정원은 명확한 사실과 증거로 수사에 임하지 않고 답을 미리 정해놓고 오로지 억측과 추측만을 동원해 한 사람의 인생을 짓밟았다"며 "정중한 사과를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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