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참관)헌정 첫 ‘법정’ 선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김건희, 남색 정장 입고 양손 모은 채 모습 드러내
김건희 측 “특검이 침소봉대…공소사실 모두 부인”
재판부, '주2회 기일 지정'으로 신속한 재판 '강조'
2025-09-24 16:17:47 2025-09-24 17:21:07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김건희씨가 24일 명태균 게이트·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혐의로 법정에 섰습니다. 전직 대통령 배우자가 기소돼 법정에 선 건 헌정사상 김씨가 처음입니다. 김씨의 배우자인 윤석열씨도 내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재판을 받는 것 역시 헌정사상 최초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씨 공천 개입 의혹,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건희씨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10분부터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받는 김건희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습니다. 
 
김씨는 남색 정장을 입고 마스크와 안경을 착용한 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왼쪽 가슴에는 수용번호 4398이 적힌 배지를 달았습니다. 김씨는 양손을 모으고 입정했으며 방청석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다만 일반 방청석 자리는 군데군데 비어 있었습니다. 법정에 나온 김씨가 모습은 재판 시작 전까지 생중계됐습니다. 앞서 지난 22일 재판부는 이날 첫 재판에 대한 언론사의 법정 영상·사진 촬영을 허가한 바 있습니다. 
 
이날 김씨를 기소한 김건희 특검에선 김형근 특별검사보를 비롯해 8명이 출석했습니다. 김씨 측에선 채명성·최지우·유정화 변호사가 나왔습니다. 
 
재판은 특검의 모두진술로 시작됐습니다. 특검이 주장한 김씨의 혐의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2010년 10월~2012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8억11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2021년 6월~2022년 3월 윤석열씨와 공모해 명태균씨로부터 2억7천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받도록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공모해 2022년 4~7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샤넬 가방 및 고가 목걸이 등 금품 8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 등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씨 공천 개입 의혹,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씨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씨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습니다. 김씨 측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관해선 특검이 침소봉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채 변호사는 “피고인이 주가조작 공범들에게 이용당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며 “특검은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일부 증거로 침소봉대했다”고 말했습니다. 채 변호사는 “(김씨 사건은) 과거 정권에서 두 차례 걸쳐 무혐의가 났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재판부와 특검은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선 윤석열정부 때인 지난해 10월 한 차례 무혐의를 받았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씨 측은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선 명씨가 김씨에게 일방적으로 여론조사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채 변호사는 “명씨가 개인적 목적에 따라 실시한 여론조사를 피고인이 카카오톡으로 몇 차례 받은 것”이라며 “피고인이 명씨와 별도 계약 맺은 바 없고, 여론조사를 하라고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검이 (여론조사에 대해) 어떻게 가치를 산정했는지 의문”이라며 “김 전 의원 공천에 개입한 사실은 더더욱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씨 측은 통일교 청탁 의혹에 대해선 ‘배달 사고’라며 부인했습니다. 채 변호사는 “통일교 청탁을 들은 사실이 없다. 샤넬 가방 등 물건을 전달받은 사실도 없다”며 “윤 전 본부장이 배달 사고라고 전씨에게 문자를 보냈다는데, 그게 이 사건의 실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재판은 김씨 측에서 기록 열람·등사가 끝나지 않아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주장해 40분 만에 종료됐습니다. 김씨는 인적 사항 외 별다른 발언을 하진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주 2회 기일을 잡으며 신속 재판을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씨 측이 기록 검토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주요 증인들에 대한 특검 주신문부터 진행한 뒤 김씨 측 반대신문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기일을 지정했습니다. 재판부는 “10월 중으로 (특검 주요 증인인) 27명에 대한 주신문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증인신문 순서를 정하기 위한 공판준비기일을 오는 26일 연 뒤, 추석 연휴가 끝난 10월15일부터 본격적인 증인신문을 진행할 에정입니다. 첫 증인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계자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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