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혈당 스파이크' 당뇨환자들만의 일 아냐
"조금 높은 혈당도 방치해서는 안 돼"
혈당 스파이크,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1
2025-09-19 10:34:52 2025-09-19 14:09:40
다양한 식사 후 PPGR의 평균 연속혈당측정(CGM) 곡선. (사진=Nature Medicine)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혈당 스파이크(Glucose Spike)는 식사 후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했다가 다시 급격하게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는 '혈당의 급격한 변동'을 나타내는 비공식적인 용어이지만, 의료계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식사 후 30~60분 사이, 혈당이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이 ‘혈당 스파이크’가 당뇨 환자만의 일이 아님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2025년 최신 가이드라인에서 공복 혈당과 당화혈색소(HbA1c)만으로는 위험을 설명할 수 없다라며, 하루 중 혈당이 70~180mg/dL 구간에 머문 시간을 뜻하는 Time in Range(TIR)를 새로운 관리 지표로 채택했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도 식후 2시간 혈당을 180mg/dL 미만으로 유지하라는 권고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복 혈당은 100mg/dL 미만, 식후 2시간 혈당은 140mg/dL 미만을 정상으로 간주합니다. 대개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했다’라는 말을 쓰는 것은 식후 혈당 수치가 30~50mg/dL 이상 급격히 증가 경우를 말합니다. 이는 연속혈당측정기(CGM)를 통해 혈당 그래프가 뾰족한 산 모양을 그리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 그림과 같이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말합니다. 
 
식단 별로 혈당 스파이크 현저한 차이 나타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쌀, 감자, 포도, 빵은 혈당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파스타는 상당히 낮은 수준, 베리류와 콩은 120mg/dL 내외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식단이 혈당 스파이크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같은 밥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지난 6월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한 ‘정밀영양’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체질이 탄수화물별 혈당 스파이크를 좌우합니다. 연구진이 55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7종 표준 탄수화물(쌀·감자·빵·파스타·콩·포도·혼합 베리)을 반복 섭취하게 하며 연속혈당측정기(CGM)를 부착하고, 인슐린 억제 검사(SSPG)·경구포도당부하(OGTT) 등 ‘골드 스탠더드’ 대사검사에다 혈액·분변 멀티오믹스(대사체·지질체·단백체·마이크로바이옴)까지 촘촘히 분석했습니다. 결론은 혈당 반응의 ‘개인형 패턴’이 존재하고, 그 배후엔 인슐린 저항성과 β세포 기능 같은 대사체질이 자리한다는 것입니다. 
 
쌀이 평균적으로 가장 혈당을 많이 올렸지만 개인차가 컸습니다. 사람마다 ‘가장 크게 튀는 탄수화물’이 달라 연구진은 ‘쌀-스파이커’, ‘감자-스파이커’, ‘포도-스파이커’, ‘빵-스파이커’로 분류했습니다. 감자-스파이커는 인슐린 저항성이 크고 β세포 기능이 낮았고, 포도-스파이커는 더 인슐린 민감했다. 아시아인은 ‘쌀-스파이커’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빵-스파이커는 혈압이 더 높았다는 연관성도 관찰됐습니다. 
 
혈당 스파이크가 일으키는 문제들
 
문제는 이 스파이크가 혈관을 훼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췌장과 호르몬 체계 전반을 소진시킨다는 점입니다.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면 췌장 속 인슐린을 만드는 β세포가 단기간에 대량의 인슐린을 쏟아내며 혈당을 낮추게 됩니다. 이때 과도한 인슐린 분비는 결국 β세포의 스트레스와 조기 노화를 유발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β세포의 기능은 떨어지고, 제2형 당뇨병 발병 시점을 앞당기는 결정적 고리가 됩니다.
 
급격한 혈당 상승은 위장 호르몬에도 변화를 일으킵니다. GLP-1, GIP 등 인크레틴은 식사 후 인슐린 분비를 조율하고 포만감을 주지만, 스파이크가 잦으면 호르몬의 정상 반응이 둔화돼 식욕 조절이 어렵고, 더 많은 인슐린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한편 혈당이 급히 오르면 인슐린 과다로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는 반동성 저혈당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감신경과 코르티솔, 아드레날린이 과잉 활성화돼 심장이 두근거리고, 피로와 불안, 과식 충동이 뒤따릅니다. 이전의 여러 의학 연구들은 식후 혈당 스파이크가 2형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위험을 예고하는 신호이며,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 사건(cardiovascular events)과 맞물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모든 현상은 혈압, 체중, 수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밤에 혈당이 흔들리면 코르티솔 분비가 증가해 숙면을 방해하고, 복부 지방 축적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지난 2022년 5월 미국 하버드대 조슬린 당뇨병센터 연구팀이 학술지 <분자 대사학>(Molecular Metabolism)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정상 상한을 살짝 넘는 혈당만으로도 췌장 β세포가 급격히 달라집니다. 공복 혈당이 100mg/dL을 넘기면 인슐린 1차 분비가 약해지고, 115mg/dL 이상이면 거의 사라지는데, 이는 아직 당뇨 진단 기준 미만의 ‘경계 혈당’에서도 이미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쥐의 췌장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이 연구에서 약간의 고혈당만으로도 T세포 상호작용 관련 유전자가 크게 증가하여 1형 당뇨 발병 가속화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게다가 염증·자가면역 관련 유전자들이 활성화되는 등 수천 개 유전자의 구조적 변화가 확인됐습니다. 경미한 혈당 상승을 ‘아직 괜찮다’고 방치하면 β세포의 정체성 손상과 분비 저하가 이미 진행될 수 있는 것입니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혈당 스파이크는 단순히 식후 수치의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호르몬·대사 네트워크의 균형을 허무는 사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 높은 혈당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 즉 초기부터 혈당을 정상 범위로 되돌리면 β세포 기능·정체성 악화를 막고 질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5-03719-2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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