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트럼프의 타이레놀 관련 발언…하버드대 연구와 접점·차이점
트럼프의 "타이레놀 임신 중 복용하지 말라" 일파만파
하버드 연구 핵심은 "필요할 땐 사용해야, 장기·고용량 복용은 피할 것"
2025-09-26 09:42:48 2025-09-26 14:27:38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타이레놀 제품. (사진=타이레놀 홈페이지 캡처)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지난 2025년 9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행사에서 임신부의 진통·해열제 복용과 관련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A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연설에서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증 위험과 연관될 수 있다”며 “Don’t take Tylenol(타이레놀을 복용하지 말라)”, “Fight like hell not to take it(절대 복용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싸워야 한다)”라는 매우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도 함께했고, 미국 FDA는 이 약물에 새로운 경고 라벨을 부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백악관은 이어 발표한 공식 문서에서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자폐증 간에 연관성을 시사하는 증거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인과관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버드 주도 타이레놀 연구와 트럼프 발언의 접점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주장은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원과 마운트사이내이 의대 연구진이지난 8월 발표한 대규모 체계적 검토 논문과 직접 맞닿아 있습니다. 
 
이 연구는 전 세계 46편의 코호트·사례-대조 연구를 메타분석해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복용이 자녀의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위험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이 있다는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연속 4주 이상 복용 시 연관성이 가장 뚜렷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연구진은 그러나 “약물 사용을 무조건 금지할 것이 아니라 ‘최저 유효 용량을 가장 짧은 기간 사용’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며, 고열을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태아에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하버드대 연구와 트럼프 발언 사이의 간극
 
 인과관계 불확정
 
트럼프 발언과 달리 현재까지 과학계는 ‘연관성(association)’만을 확인했을 뿐 인과관계(causality)를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네이처(Nature) 등 주요 학술지는 “강력한 증거가 부족하며 교란 요인(confounding)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네이처는 9월22일 “자폐증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자폐증과 아세트아미노펜을 연결할 만한 데이터가 불충분하며, 이러한 연관성에 집중하는 것은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경고한다”라고 트럼프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공격했습니다. 
 
② 발언의 단정성과 과학계의 신중함
 
트럼프는 “하지 마라, 복용하지 마라”는 식의 강한 금지 언어를 사용했지만, 과학계와 FDA는 “의사의 지시에 따른 신중한 사용”을 권장합니다. 세계의 여러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tough it out(버텨라)”는 표현이 임신부의 통증과 발열을 경시하는 잘못된 메시지라고 비판했습니다. 
 
③ 과학적 근거의 과장
 
백악관은 공식 문서에서 “증거가 늘고 있다”는 표현으로 트럼프의 주장을 뒷받침했지만,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다수 매체들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으며 약물 완전 금지는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게다가 트럼프는 이번 발언을 백신과 자폐증 연관설과도 결합해 음모론적·정치적 색채를 더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 비판은 꾸준히 제기되어온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음모론과 오버랩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타이레놀 발언은 하버드 연구 등 최근 과학적 논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과학계의 신중한 결론을 정치적·선동적 언어로 과장한 측면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학계는 “근거는 아직 ‘연관성’ 수준이며, 인과성 규명과 장기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결국 ‘신중한 복용과 지속적 연구’가 현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응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입장입니다. 
 
“필요할 땐 사용하되, 장기·고용량 복용은 피하라”는 하버드 연구진의 조언이 현 시점에서 가장 과학적으로 타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워낙 관심이 크고 파장이 큰 사안이어서 하버드대가 타이레놀 연구와 관련된 입장을 하버드대 T.H. 챈 홈페이지에 발표(8월20일 발표/9월23일 업데이트)한 내용 전뮨을 그대로 소개합니다.
 
하버드대의 타이레놀 연구 관련 입장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은 자녀의 자폐증 및 ADHD 위험 증가 가능성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이라는 상품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파라세타몰이라고도 함)에 노출된 아이들은 자폐증 및 ADHD를 포함한 신경발달장애(NDDs) 발병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이 연구는 8월14일 <BMC환경건강(BMC Environmental Health)>에 게재되었다. 하버드 T.H. 찬 공중보건대학원 학장이자 환경보건학 교수인 안드레아 바카렐리가 수석 저자로 참여했다. 본 연구는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이 주도했으며, 다른 기관의 공동 저자들도 포함되었다. 
 
연구진은 전 세계 46건의 기존 연구 결과를 분석하여 태아기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이후 아동의 NDD 발생 가능성 간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환경보건 데이터 종합 및 평가를 위한 표준 프레임워크인 ‘네비게이션 가이드 체계적 문헌고찰(NG SR)’ 방법론을 활용하여,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노출과 NDD 발생률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는 엄격하고 포괄적인 분석을 수행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이 약물이 임신 중 통증과 발열 치료에 중요하며, 이러한 증상 역시 태아 발달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열은 신경관 결손 및 조산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연구진은 “광범위한 제한보다는 의학적 지침 하에 개인별 위험-이익 평가에 맞춰 신중하게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해야 한다—최소 유효 용량, 최단 기간—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말, 식품의약국(FDA)은 임산부에게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에 주의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의료진에게 발송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바카렐리는 이 발표 직전 몇 주 동안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과 자신의 연구 결과를 논의했으며, 백악관 팀에 아세트아미노펜의 태아기 노출과 신경발달장애 간 “관련성 증거”를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담은 성명서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바카렐리는 “아세트아미노펜을 4주 이상 복용할 때 그 연관성이 가장 강하다”고 말했다. 
 
성명은 이어 “연관성을 확인하고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기존 증거를 바탕으로 볼 때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 특히 과다하거나 장기간 사용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과학은 과학이어야 합니다. 과학은 진영 논리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려서는 안 되며, 오직 검증 가능한 증거와 엄정한 방법론 위에서만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정치화된 과학은 신뢰를 잃고 결국 사회 전체의 합리적 결정까지 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