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당노병학회가 펼치는 채소와 단백질 먼저 먹기 캠페인. (사진=대한당뇨병학회)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식사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식후 혈당 급등(혈당 스파이크)을 크게 낮출 수 있을까요. 2형 당뇨병 환자부터 임신성 당뇨, 당뇨 전단계와 건강인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임상에서 거의 같은 결론이 반복됩니다.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탄수화물을 나중에 먹으면 혈당 곡선이 완만해지고 피크가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연구만 요약해도 ‘증분 혈당 피크(IGP) 54%↓, 혈당 증가면적(iAUC) 53%↓’라는 ‘반 토막’에 가까운 수치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왜 순서가 문제일까 - 위 배출, 인크레틴, 호르몬의 ‘타이밍 과학’
첫째, 위 배출(위 비움 속도) 지연입니다. 섬유소가 많은 채소와 단백질/지방이 먼저 들어가면 탄수화물의 위 배출이 늦어져 포도당 흡수가 완만해집니다. 둘째, 인크레틴(GLP-1) 분비 증가입니다. 인크레틴은 음식 섭취 후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말하는데, 탄수화물을 마지막에 섭취한 군에서 GLP-1 분비면적(iAUC)이 유의하게 더 높았고, 인슐린 분비의 과도한 급등은 더 낮았습니다. 셋째, 식욕호르몬 그렐린의 억제 지속도 관찰됐습니다. 이 세 가지가 겹치면서 ‘혈당 급상승-급하강’ 형태의 스파이크가 둔화되는 것입니다.
임상 연구에서 입증된 식사 순서의 효과
지난 2017년 미국 웨일 코넬 연구팀의 2형 당뇨병(T2D) 무작위 교차시험 결과 동일한 한 끼(채소·단백질·탄수화물)를 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서로 먹게 했을 때, 혈당 증가면적(iAUC)과 증분 혈당 피크(IGP)가 각각 53%, 54% 낮았습니다 순서만 바꾼 단일 식사에서도 효과가 컸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같은 연구진의 당뇨 전단계 무작위 교차시험에서는 단백질·채소→탄수화물 혹은 채소→(단백질+탄수화물) 조건이 탄수화물 먼저 먹는 것보다 IGP를 40% 이상 낮추고, iAUC는 38.8% 낮췄습니다. 정상 혈당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단계일수록 순서 전략의 잠재적 예방효과가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일본의 2013년 건강한 사람과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임상 연구에서는 채소 먼저→주단백→탄수화물 순서가 T2D와 정상내당능 모두에서 혈당 변동성·IGP·iAUC를 유의하게 낮췄고, 빨리 먹어도 순서만 지키면 완화 효과가 유지됐습니다.
2024년 인도에서 임신성 당뇨(GDM) 환자 여성 25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에서는 채소→단백질→탄수화물을 4주 적용하자, 60분과 120분 혈당과 인슐린이 유의하게 낮아졌습니다. 임신 중 혈당관리에서도 순서 전략이 실용적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50~70% 감소’ 수치가 말하는 것
연구마다 지표·식단·대상이 달라 감소율의 분포는 차이가 납니다. 그러나 가장 보수적으로 봐도 피크(IGP)와 면적(iAUC) 같은 핵심 지표에서 37~50%, 일부 재인용 분석에서는 iAUC 최대 70%까지 제시되고 있습니다. 혈당 피크가 반감 수준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해 줍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자료에서 “채소·단백질 먼저, 탄수화물 나중”을 추천하면서 식후 혈당을 약 15~40% 낮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밥상에서는 ①나물·김치·채소반찬→②두부·달걀·생선·고기→③밥·면 순서로 먹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식후 2시간 혈당 목표는 180mg/dL 미만(대한당뇨병학회)으로, 스파이크 억제의 실용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총량도 함께 고려해야 더 효과적
하지만 당연히 식사의 구성이나 총량, 질에 따라 효과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백미나 밀가루 음식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을 통곡물로 바꾸는 전략과 함께 식사의 순서를 바꾸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신장이나 췌장, 담낭 질환이 있는 경우 단백질과 지방 비중 조절이 필요합니다.
인제대학교 백병원 이은영 영양부장은 대한당뇨병학회지(JKD)에 2025년 6월30일 발표한 ‘혈당 스파이크 예방을 위한 영양관리’에서 심혈관 질환 발병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혈당 스파이크’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다음과 같은 식사 전략을 제안합니다. “이 영양 관리는 혈당 조절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심혈관 합병증 위험을 낮추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 탄수화물 조절: 혈당지수(GI)가 낮은 탄수화물을 선택하고, 총 탄수화물 섭취량을 조절하며, 흡수가 빠른 당류는 피할 것.
▲ 균형 잡힌 식사: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균형 있게 섭취하여 위 배출 시간을 늦춰 혈당 상승을 완화할 것. 식사 시 단백질이나 지방을 먼저 먹을 것.
▲ 식이섬유 섭취: 포도당 흡수를 늦추고 혈당 항상성이 유지되도록 식이섬유를 섭취할 것.
▲ 폴리페놀이 풍부한 식품 섭취: 포도당 흡수를 방해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여 혈당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할 것.
‘식사 순서’는 약이 아닙니다. 하지만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는 비교적 쉽고 효율적인 행동 처방임에는 분명합니다. 물론 총당질·질 개선, 규칙적 운동, 수면·스트레스 관리와의 결합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DOI: https://doi.org/10.4093/jkd.2025.26.2.102
혈당 떨어지는 지름길로 제시되는 채소와 단백질 먼저 먹기. (사진=대한당뇨병학회)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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