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신고가 랠리, 머니무브 불 당길까
하반기 실적 회복 기대…금리인하로 유동성 유입
주가 상승 폭 비해 증시 자금 증가세 미약
2025-09-12 06:00:00 2025-09-12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코스피가 4년 만에 신고가를 새로 썼지만 증시 자금 증가 속도는 더디기만 합니다. 개인투자자들은 고점에 다다랐다고 생각하는지 인버스 투자에 몰리고 있는데요. 코스피 순자산비율(PBR)은 1.1배 수준으로 아직 고평가 영역에 들어선 것은 아닙니다. 하반기 예고된 대형 악재도 없어 추석 연휴 전까지는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전망입니다. 증시가 계속 순항할 경우 남보다 한발 늦게 움직이는 연금 자산이나, 정부의 강한 규제를 피해 이탈하는 부동산 자금이 합류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코스피가 3317로 신고가를 기록한 10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축하 메시지를 내고 “자산시장으로의 머니무브”, “부동산 중심의 투자에서 자본시장으로의 전환”을 강조했습니다. 2021년 6월 이후 4년2개월 만에 코스피가 3300선을 넘어선 데다 장중 신고가를 기록한 기쁨을 담은 메시지입니다. 증시 활황에 자본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본격화되길 바라는 마음도 담겼습니다. 
 
예탁금·신용 제자리…대차잔고만 ‘100조’ 
 
하지만 4년 만의 대기록에도 증시 자금 추세엔 뚜렷한 변화가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일 현재 투자자 예탁금은 68조3785억원으로 전일보다 2조5000억원가량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1일 예탁금이 70조원을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큰 규모는 아닙니다. 50조원대를 맴돌던 5월에 비하면 증가한 것이지만 예탁금 증가 폭이 지수 상승세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용거래융자 금액도 22조3424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나고는 있으나 8월1일 당시보다 5600억 정도 늘어난 데 그쳤습니다. 일반적으로 강세장에서 신용거래가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위탁매매 미수금 역시 90조원을 밑도는 수준에서 안정돼 있습니다. 주가 강세로 미수금이 급증해 우려를 낳기는커녕 차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증시 주변 자금 동향에선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에 크게 환호한다는 인상은 찾기 어렵습니다. 
 
반면 지수 상승과 함께 대차거래잔고는 계속 불어나 9일엔 1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주가가 오를수록 하락을 대비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실제로 개인들은 코스피가 신고가를 향해 달리는 와중에도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와 레버리지 인버스 이른바 ‘곱버스’ ETF에 몰려든 모습입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정방향 ETF를 대규모로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패턴입니다. 이들이 기다리는 하락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투자 손실과 함께 상당한 박탈감을 안게 될 전망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주가 상승에 수익률 벌어지면…머니무브 빨라진다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많은 것은 9월 들어 강하게 오른 데 대한 조정 가능성과 추가 상승 동력에 대한 확신 부족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사임, 프랑스의 경제위기 등 대외적인 변수도 불안 요인입니다. 
 
그러나 증시를 둘러싼 환경은 상당히 우호적입니다. 증권사들도 올 하반기 증시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관세정책은 작년부터 올 상반기 전 세계를 짓누르는 악재였지만 이젠 적응하는 단계여서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물가도 시장이 걱정했던 것보다 낮게 발표돼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페드워치(FedWatch)는 다음 주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92.2%로 가리켰습니다. 10월29일 추가로 인하할 확률도 75.4%로 높습니다.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유동성 확대 등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선 대통령이 취임 100일 맞이 기자회견에서 직접 대주주 양도소득세 철회 가능성을 내비쳤고, 국회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을 논의합니다. 최고세율이 당초 안보다 낮아질 경우 이 또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상반기 관세 폭탄에 움츠렸던 기업들이 하반기 본격적인 실적 회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나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은 –5%로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지만 3분기엔 9%, 4분기엔 45%로 턴어라운드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나증권이 분석한 코스피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9.8배로 높지 않습니다. 
 
연기금 등 국내 기관 자금과 장기성 자금의 경우 주가 상승을 후행하는 특징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데요.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도입된 지난해 10월부터 8월까지 5대 증권사로 순유입된 자금이 2조7030억원에 달합니다. 이 중에서도 확정기여(DC)형 유입액(9868억원)보다 개인이 직접 운용에 참여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유입액(1조7162억원)이 더 많았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가가 올라 다른 금융권과의 수익률 격차가 벌어질수록 연금자산 유입 규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머니무브가 본격화될 수 있는 것입니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코스피 레벨 상승은 가계자산 머니무브를 위한 상징적 목표치로 간주될 수 있다”며 “정부 스탠스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지만 구조적 목표를 고려하면 연말 지수는 사상 최고치 이상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