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LH가 직접 시행 ‘기대 반 우려 반’
LH 직접 시행, 중견건설사 수익성 압박
공급 확대 기대 속 지속가능성 우려
2025-09-11 15:11:47 2025-09-11 17:46:41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정부가 최근 발표한 ‘9·7 부동산 대책’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택지를 직접 시행·개발하기로 하면서 건설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일부 건설사들은 안정적인 공공 물량 확보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반면, 민간 시장에서 대형사와 경쟁에서 밀려 공공택지 분양을 통해 성장해온 중견건설사들이 일감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공공 주도 전환, 공급 확대 목표는 긍정적
 
지난 7일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이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연간 27만호에 달하는 신규 착공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LH가 공공택지를 직접 시행해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이를 통해 분양가를 낮춰 무주택 서민과 청년층을 위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경기 고양시의 한 LH 임대주택 단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이 같은 LH 직접 시행을 놓고 정책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민간 시행·시공 구조가 축소되면서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밝힌 공급 물량은 최근 분양 실적에 비해 다소 공격적인 수준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는 건설 투자와 후방산업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공공 만능주의가 지속 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중견 건설사 “시행 수익 사라지면 직격탄”
 
한국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호반건설의 자체 분양수익은 1조1476억원으로, 도급 공사수익 9108억원을 웃돌았습니다. 매출이익률도 분양은 23.6%였지만 공사는 3.7%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주요 중견 건설사들의 매출을 보면 ‘자체 분양 수익’이 도급 공사 수익보다 비중이 높습니다. 다만 최근 흐름은 분양 수익조차 줄어드는 모습입니다. 호반건설의 최근 3개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분양 수익은 △2022년 2조505억원 △2023년 1조5820억원 △2024년 1조1476억원으로 감소 추세입니다. 
 
다른 중견 건설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선지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DL건설의 경우 2024년 매출이 약 2조47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익률은 약 0.6%로 떨어졌다”며 “분양 중심 매출 구조가 유지됨에도 도급 공사 부문의 원가 상승과 수익성 저하 부담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규모가 큰 중견사인 호반조차 이처럼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LH 직접 시행이 본격화되면 중견 건설사들의 타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민간 시장은 정비사업 외에는 사실상 활로가 막혀 있는데, 그나마 버팀목이던 공공택지마저 줄어들면 사업 기회 자체가 크게 축소될 것이다. 중견 건설사 입장에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LH가 시행까지 맡게 되면 공공 물량 확보라는 긍정적 효과는 있겠지만, 실제 건설업체들이 이윤을 남기는 데 있어서는 압박이 심해질 수 있다”며 “그동안 민간에서 확보하던 수익 구조가 사라지면 중견사일수록 경영 환경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도급 사업도 대형사 위주 재편되나
 
국토교통부는 LH가 직접 주택을 짓는 것까지는 어렵다는 이유로 ‘도급형 민간 참여 사업’ 방식을 통해 민간 건설사가 설계와 시공을 맡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 방식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담이 없어 안정성이 높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하지만 중견 건설사가 마주할 현실은 녹록지 않을 전망입니다. 공공공사의 시공비가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 수익성이 떨어지고 공기 지연 시 오히려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사비가 현실화되더라도 대형 건설사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부담입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 공사 현장. (사진=송정은 기자)
 
대한주택건설협회도 최근 발표한 정부의 9·7 부동산 대책 관련 성명에서 “대형 건설사 위주의 사업 추진이 우려된다”며 “중견·중소 건설사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철한 연구위원도 “LH 공사가 워낙 비용 구조가 타이트하기 때문에 중견·중소 건설사가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도급 물량은 대형사 중심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견 건설사들이 “민간 정비사업 확대 참여, 시공 전문성 강화, 민관 협력 사업 다변화 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다만 정부 차원에서도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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