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용대출금리 평점 따라 최대 7%p 차
2025-09-11 14:58:57 2025-09-11 17:54:29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차주의 신용평점에 따라 최대 7%p 가까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용도가 낮을수록 금융사의 리스크 비용이 전가되기 때문인데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문턱 높이기를 부추기며 신용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저신용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감내해야 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저신용자 두 자릿수 신용대출 금리
 
1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신한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신용점수 1000~951점 구간 차주에게 4.13%가 적용된 반면, 600점 이하 구간 차주에게는 11.11%가 부과됐습니다. 신용평점에 따른 금리 차이가 무려 6.98%p에 달합니다. 
 
하나은행 역시 고신용자에게는 4.19%, 저신용자에게는 9.82%의 금리를 받았습니다. KB국민은행은 같은 구간에 각각 3.99%, 9.26% 금리를 적용했습니다. 세 은행 모두 저신용자에게 10%에 가까운 금리를 책정한 셈입니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신용점수에 따른 금리 차이가 1~3%p 수준에 그쳤습니다. 케이뱅크는 4.95~7.59%, 카카오뱅크는 4.57~5.26%, 토스뱅크는 4.60~5.13% 금리를 각각 제시했습니다. 최고 금리만 놓고 보면 시중은행이 인뱅보다 4%p가량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경우 신용점수 간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습니다. 신한은행은 최고 구간 차주에게 4.52% 금리를 적용했지만, 60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는 13.75%를 매겼습니다. 고·저신용자 간 금리 차이는 9.52%p입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65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는 아예 대출을 내주지 않았고, KB국민은행도 600점 이하 차주 대출은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은행권 신용대출은 사실상 고신용자 중심으로만 이뤄지는 구조가 되고 있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차주 평균 신용점수는 8월 기준 928점으로 집계됐습니다. 올 초(920점) 대비 8점 상승했습니다.  평균 점수가 갈수록 높아진다는 것은 사실상 최상위 신용점수가 아니면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평균 신용점수는 959점으로, 같은 기간 955점에서 4점 더 올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주담대 막히자 신용대출 쏠림
 
은행들이 고신용자 위주 대출을 취급하는 배경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6·27 부동산 대책에 따라 수도권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됐고, 대출 후 6개월 내 실입주를 의무화했습니다. 시중은행은 전세자금대출, 대환대출 등 다른 가계대출 심사도 함께 강화했습니다. 담보대출이 막히자 자금이 필요한 차주들은 신용대출로 몰렸고, 이 과정에서 저신용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물 수밖에 없는 구조가 굳어진 것입니다. 
 
5대 시중은행의 8월 초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05조380억원으로 지난달 말(103조9687억원) 대비 1조693억원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 증가분은 5796억원에 그쳤습니다. 가계대출 증가분 가운데 신용대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셈입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5대 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3.99~4.27%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는 8.58~11.07% 금리를 적용받았습니다. 같은 기간 분할상환 방식 주담대 평균 금리는 3.85~4.15%였고, 저신용자의 경우에도 4.23~4.81%에 그쳤습니다. 신용도가 높은 차주는 신용대출과 담보대출 모두 비슷한 수준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지만, 저신용자는 담보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신용대출로 몰려 두 배 이상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서민금융을 더욱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리가 떨어지고 있음에도 대출금리는 하락 속도가 더디고, 예대금리차(예금금리-대출금리)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결국 고금리 신용대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금융 불평등이 심화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됩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규제가 강화되면 청년층이나 무주택 실수요자, 저신용자는 월세 시장으로 밀리거나 신용대출을 통해 더 높은 금리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은행들은 금리 차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신용점수는 단순히 소득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상환 가능성, 거래 이력, 부채 수준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출되는 만큼 위험도가 높은 차주에게는 불가피하게 높은 금리가 책정된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고신용자 대출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부합하는 조치"라며 "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차주의 신용점수 구간에 따라 최대 7% 가까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신용자와 저신용자 간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에 대출상담 창구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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