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돌파 전망에 달러예금 파죽지세
2025-11-25 14:51:31 2025-11-25 15:45:46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권 달러예금 인기가 파죽지세입니다.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가운데 최근 KB·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습니다. 
 
5대 은행 잔액 614억달러
 
(그래픽=뉴스토마토)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이달 21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613억1061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올해 8월 646억달러로 고점을 찍었다가 9월 610억달러, 10월 573억달러로 감소하다가 이달 들어 다시 늘고 있습니다. 강달러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에 따라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달러예금으로 돈을 굴리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달러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여 은행에 예치하는 외화 예금 상품을 말합니다. 이 상품의 실질적인 수익은 예금 이자뿐만 아니라 환율 변동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환전 시 막대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국내 세법상 이 환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또한 예금자 보호 상품으로 분류돼 있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도 주목받는 자산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강달러에 '환차익' 노린 자금 유입
 
달러예금이 인기를 끄는 현상은 고환율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합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및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이어지고, 이는 강달러 현상이 쉽게 꺾이지 않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달러예금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달러 정기예금은 미국 기준금리를 바탕으로 이자를 산정하기 때문에 국내 은행의 원화예금 최고금리 평균 연 2.68% 보다 높은 연 3%대의 금리가 대부분입니다. 만기일에 환율이 지금보다 상승한다면 환차익까지 추가로 거두는 것이 가능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장점에 힘입어 달러를 보유한 개인은 물론이고 판매대금을 달러로 받는 수출기업 역시 자금 관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달러예금에 자금을 넣고 있는 상황입니다.
 
달러예금뿐만 아니라 금리 연동형 달러보험 상품 판매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지급을 미국 달러화로 진행하는 보험 상품입니다. 원화 보험상품과 구조는 동일하지만 달러로 보험료를 납입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상품은 달러 예치금을 미국 국채, 회사채 등 장기 외화채권에 투자해 연 4%대~5%대의 기본 이율을 제공합니다. 금리가 하락해 공시이율이 낮아져도 중도 해지를 통해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차액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투자자들이 환율과 금리 변동성 모두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합니다. 실제로 5대 은행 달러보험 누적 판매액은 이달 21일 기준 1조5000억원을 넘었습니다.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 실적인 9641억원을 넘긴 것입니다.
 
환율 1500원 전망까지 '변동성'에 베팅
 
시장에서는 최근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종료 등 일부 불확실성 해소 요인으로 환율 급등세가 잡힐 것으로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달러 강세 기조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합니다.
 
이는 원화 가치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미 무역 협상에 따른 국내 투자 감소 전망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 불투명,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활발한 해외 증시 투자에 따른 국내 자본 유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4일 1477.1원 주간거래를 마쳤습니다. 전거래일 종가보다 1.5원 오른 수준으로 이날 환율은 2거래일 연속 1470원을 상회하면서 미중 무역 갈등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4월9일 1487.6원  이후 최고 수준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원화 실질 가치는 최저 수준입니다. 주유국 통화와 비교한 원화 실질실효환율지수는 지난달 말 기준 89.09(2020년=100)을 기록했습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8월(88.88) 이후 최저치 수준입니다. 
 
다만 금융당국은 환율이 치솟을 때 달러 상품에 가입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계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달러보험이 인기를 끌자 가입에 주의하라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당시 금감원은 "외화보험 계약 해지 외에는 환율 변동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방안이 없다"며 "해지 시 환급금이 납입한 원금보다 적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자신의 투자 성향을 잘 따져보고 조금씩 돈을 예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떨어질 것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세계 정세를 모두 읽을 수는 없기 때문에 또 떨어질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원금을 찾지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진단 후 적당한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달러예금의 매력을 더 키운 분위기"라며 "원화가 급히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환율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더라도 다시 달러 상품에 재투자하여 자금 규모를 불릴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달러환율이 1500원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권 달러예금 인기가 파죽지세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보유 중인 달러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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