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 새판짜기)(단독)③정부광고주 3곳 중 2곳 "홍보매체 선정 기준 없어"
언론재단 '2023년 12월 정부광고 참고자료 활용도 조사 결과' 입수
정부광고주 50% "인쇄매체 광고 집행할 때 활용하는 '참고자료' 없다"
"집행해온 매체별 광고 실적 따라 집행"…"광고 효과 조사 필요하다"
2025-09-12 06:00:00 2025-09-12 06:00:00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정부광고주 3곳 중 2곳은 "홍보 매체를 선정할 때 적용하는 기준이 없다"고 답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1조3100억원의 정부 예산이 정부광고비로 집행됐는데, 해당 예산을 집행하는 근거나 기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심지어 정부광고주 2곳 중 1곳은 "광고 집행 때 활용하는 자료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정부광고 집행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11일 <뉴스토마토>는 양문석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인쇄매체 정부광고 참고자료 관련 의견수렴 결과'를 입수했습니다. 이는 2023년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 정부광고주 3600곳을 대상으로 광고를 집행할 때 필요한 참고 자료가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진행한 조사의 결과입니다. 문체부는 2022년 1월 한국ABC부수협회의 부수 지표를 대신할 새 지표를 만들었지만, 광고주와 매체들의 반발로 활용을 중단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조사는 2023년 12월6일부터 열흘가량 이메일·유선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앞. (이미지=뉴스토마토)
 
정부광고주 3600곳 가운데 언론재단의 조사에 답변을 보낸 기관은 78개소입니다. 기관별로 구체적으로 보면 △국가 행정기관 8곳 △지방 행정기관 36곳 △공공기관 26곳 △지방 공기업 7곳 △특별법인 1곳 등입니다. 해당 조사의 응답률은 2%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정부광고주를 대상으로 정부광고 참고 자료 활용도에 대한 조사를 한 것은 당시 조사가 사실상 처음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조사의 내용과 결과를 보면, 정부가 2022년 만들고 참고 자료로 활용해온 지표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인지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언론재단이 '광고를 집행할 인쇄 매체를 선정할 때 적용하는 규정 또는 지침 등의 기준이 있느냐'는 묻자 '아니오'라고 답변한 곳은 78곳 중 51곳(65.4%)이나 됐습니다. 3곳 가운데 2곳은 집행 기준이 없는 겁니다. 
 
'기준이 있다'라고 응답한 27곳(34.6%)엔 '어떤 기준이 있느냐'라고도 물었습니다. 18곳이 답변을 했는데, '내부지침이 있다'고 응답한 건 16개 기관, '조례가 있다'고 회신한 건 2곳입니다. 이들이 지침이나 조례에 규정한 주요 항목은 △보도자료 인용 건수(비율) △열독률 등 정부광고 참고 지표 △포털 제휴 여부 등입니다. 
 
또 '광고를 집행할 인쇄 매체를 선정할 때 활용하는 참고 자료가 있느냐'는 물음엔 78곳 중 39곳(50%)이 '아니오'라고 했습니다. 39곳 가운데 16곳은 '기관에서 그간 집행해온 매체별 광고 실적'을 인쇄 매체 광고 집행 때 고려한다고 했습니다. △매체 인지도 △예산·예산 대비 효율성 △정부광고주와의 협력 수준·기관의 우호적 관계 등을 따지는 곳도 있었습니다. 앞선 첫 번째 설문과 이번 질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보광고주 절반 이상이 정부광고 집행에 대한 기준을 따로 세우지 않거니와 참고 자료도 활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울러 언론재단은 '앞으로 제공됐으면 하는 참고 자료가 무엇이냐'라고도 물었습니다. 질문은 주관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기관들은 △언론사 홈페이지 방문자 숫자 △광고 효과 조사 보고서 △인쇄 매체별 정부광고 집행 순위 △매체 인지도 및 신뢰도 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언론사에 적용 가능한 효과성 판단 자료 △매체별 편집부 소속 기자 숫자 △출입기자들의 자질, 고령의 기자 채용 비율 등 출입기자들에 대한 객관적 평가 자료 △시민 대상 설문조사 등 인쇄 매체 광고 활용 타당성을 높일 수 있는 자료 등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앞서 2020년 ABC협회의 부수 조작 사태가 벌어지자 문체부와 언론재단은 2022년 1월 ABC협회의 부수 지표를 대체할 정부광고 지표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광고주와 매체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2022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활용된 새 지표는 열독률을 통해 언론 영향력을 반영하고 언론중재 결과·자율심의 결과·편집, 독자 위원회 설치·운영 여부 등 언론의 사회적 책임 요소를 담은 것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를 본다면 새 지표가 포함하고 있는 정보들은 정작 정부광고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아니었던 겁니다. 
 
현재 언론재단은 정부광고주가 요청하는 경우 일부 참고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리서치가 수행한 매체별 열독률 자료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자 여부 △신문윤리위 서약 참여 여부·심의 결과 등입니다. 하지만 정부 기관들이 해당 지표들이 광고 집행 기준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드문 걸로 보입니다. 언론재단 측은 "광고주가 요청하는 자료가 있으면 저희가 보유하는 자료에서 다 제공해드리고 있다"면서도 "재단에 활용 자료를 요청하는 기관 수가 적다. 인쇄와 관련된 컨설팅은 없다고 보셔도 무방하다"고 전했습니다. 
 
언론재단이 제공하는 지표의 활용률이 저조한 배경엔 정부광고 집행 결정과 집행 기준 설정의 간극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정부광고를 집행하는 건 정부 기관(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인데, 집행에 참고할 기준은 문체부와 언론재단이 정하고 있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광고 전문가 A씨는 "정부가 2022년 만든 새로운 지표가 실패한 건 정부광고를 언론사에 '먹고살라고 주는 돈'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라며 "광고주가 중심이 돼서 매체도 납득할 만한 광고 집행 기준이 되는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 시행에 관한 법률(정부광고법)에도 광고주가 필요로 하면 지표를 만들 수 있게 돼 있다며 결국 광고주가 먼저라는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실제로 정부광고법 6조(홍보매체의 선정) 1항에 따르면 "문체부 장관은 정부기관 등으로부터 정부광고를 요청받은 경우 정부기관 등의 의견을 우선하여 홍보매체를 정해야 한다. 이 경우 광고의 목적, 국민의 보편적 접근성 보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국회에서 정부광고 집행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는 매체에 집행된 정부광고 실적을 들어 많은 지적을 받아서, 참고 자료를 확대하는 안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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