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 새판짜기)②'집행 기준' 없이 관행에 맡겨둔 정부광고…사이비 언론만 양성
정부광고 집행 기준, 기관 자율 따라 내부 지침 마련해 사용
'보도자료' 게재가 광고 집행 기준, 돈 쫓아 문 여는 언론사
'언론중재위 제소 땐 3년간 광고 중단' …노골적 언론 탄압도
전문가 "기사와 광고 분리돼야…정부, 광고로 언론 길들여"
"일률적 기준 적용 어렵지만, 저널리즘 최소한 원칙 세워야"
2025-09-11 06:00:00 2025-09-11 06:00:00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한 해 집행되는 정부광고 예산은 1조3000억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각 기관이 어떤 기준으로 광고비를 집행할지에 관한 기준은 거의 없습니다. 사실상 각 기관마다 제각각의 기준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겁니다. 기관에 대한 비판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광고가 중단되는 일도 종종 발생합니다. 대신 정권 입맛에 맞는 기사를 쓰면 광고가 급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정부가 광고를 통해 '받아쓰기', '베껴쓰기' 언론을 장려하는 꼴입니다. 언론 생태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정부광고 개혁이 필요하단 주장이 나옵니다. 
 
10일 <뉴스토마토>는 바른지역언론연대가 지난 4월 각 지자체에 '정부광고 집행 기준'에 대해서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아낸 38개의 답변서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인천시와 경남 통영시, 경북 경주시, 충남 예산군 등 19개 지자체는 시정 홍보 기여도나 보도자료 게재 건수를 기준으로 정부광고를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 중구 한국 프레스센터 앞. (사진=뉴스토마토)
 
정부광고 집행 기준은 '시정 홍보 기여도'?
 
대표적으로 인천시는 행정광고 집행 기준 중 하나로 '시정 홍보 기여도'를 설정했습니다. "시정 홍보 참여(기사 빈도)가 높고, 시 정책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매체"일수록 광고를 더 많이 받는 겁니다. 
 
일정 기간 보도자료를 작성하지 않으면 광고 집행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산군은 "우리 군이 제공하는 홍보자료를 특별한 사유 없이 10일 이상 보도하지 않을 경우", 부산시 기장군은 "최근 3개월 이상 군 배포 보도자료 게재하지 언론사"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해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 겁니다. 
 
나눠 주기식 광고 관행도 드러납니다. 경남 거제시는 "지역 주간지 및 인터넷 신문은 창간 및 행사의 경우 대부분 언론사에 광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역 언론사에 특별한 일정이 생길 때마다 마치 선물을 주듯 광고를 배정하는 겁니다. 
  
이에 대해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는 "광고와 기사는 원칙적으로 분리돼야 한다"며 "정부 기사 게재 건수가 정부광고의 집행 기준이 돼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보도자료를 기사화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언론사가 보도 가치를 가지고 판단할 일"이라며 "광고를 미끼로 기사를 싣도록 하는 건 언론사 편집권에 개입하는 행위다. 언론사를 길들이려는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선거 앞두고 신문 만드는 사이비 언론도"
 
이런 탓에 광고 집행을 노리고 문을 여는 인터넷 매체도 늘어난다는 지적입니다. 지역신문 관계자 A씨는 "특히 인터넷 매체들 상당수는 기자 한 명 정도를 고용해 보도자료만 복사해 쭉 올린다. 취재 기사는 1~2%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며 "지역의 한 매체 대표는 사석에서 '시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광고를 유치하고 있다'는 말도 공공연히 하더라"라고 귀띔했습니다. 공공기관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B씨는 "최근에는 2~3명이 만든 소규모 언론사가 난립하는 것 같다"며 "기관을 출입하는 기자가 계속 늘어나고, 계속 광고 달라고 전화도 온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상황은 국회 국정감사나 지방의회 행정감사 시기, 선거철에 특히 심해집니다. 언론이 피감기관이 된 지자체에 비판 기사를 쓰겠다고 협박, 광고비를 받아내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모소영 바른지역언론연대 사무국장은 "언론사 필요에 따라선 돈이 될 때 신문을 발생하는 사이비 언론들도 있다"며 "선거철만 되면 광고비 받으려 (선거에 출마한 후보 입맛에) 맞게끔 신문을 내서 광고비를 받고 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문 산업이 사양산업이 된 지 오래지만, 새로 문을 여는 매체가 늘어나는 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 신문·잡지 실태조사'를 보면 2023년 기준 종이·인터넷 신문은 6218개로 2019년(4246개)보다 46%(1972개) 증가했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에 당연한 듯 광고를 요구하는 언론사의 영업 방식도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B씨는 "심지어 대형 언론사 중에서도 광고를 안 주거나 다른 매체보다 보다 적게 주면 '(언론사와) 기관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란느 식으로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며 "우리나라 3대 신문 중 어느 한 군데만 광고를 하면 나머지 두 곳에서 싫어하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세 곳에 같이 광고를 할 때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9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 앞. (사진=뉴스토마토)
 
'편파·왜곡 보도' 때 광고 배제?…기준 없어
 
정부가 언론사를 대한 노골적 탄압 수단으로 정부광고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고양시가 지난 1월 공개한 행정광고 집행 기준에는 '고양특례시가 언론중재위원회에 한 차례 제소'하기만 해도 3년간 고양시의 광고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담았습니다. 지난해 11월 고양시가 시정과 정책을 비판한 고양신문의 기사 4건을 무더기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뒤 벌어진 일입니다.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고양시는 해당 조치에 대해 '언론 탄압'이라는 비판이 빗발치자 최근 해당 문구를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고양신문에 대한 광고 집행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고양시청 관계자는 '고양신문에 광고가 재개됐느냐'는 질문에 "(그 문제는) 해소 안 된다"며 "(고양신문의 고양시 비판 기사는) 편파적이거나 균형 있게 보도하지 않을 경우 정부광고 집행 배제 요인에 들어간다"고 답했습니다. 고양시엔 '고양특례시 정책에 대해 불균형적인 시각으로 부정적인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도한 언론사'에게 광고를 배제하는 기준을 두고 있는데, 고양신문이 바로 이 경우 해당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불균형적인 시각으로 보도한 언론사를 판단하는 데 객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고양시청 관계자는 "시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가는 조항으로 광고 집행을 담당하는 담당관이 (편파 보도 여부를) 결정한다"고 답했습니다. 광고 집행 여부와 액수는 사실상 광고 집행 기관장이나 담당자 손에 달려 있는 겁니다. 
 
모소영 바른지역언론연대 사무국장은 "지자체들이 지자체장의 성향에 따라,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또 자신의 선거에 활용할 수 있는 언론에 광고비를 집행한다"며 "제대로 된 기준이 없고 광고를 막 하는 상태"라고 비판했습니다. 
 
"저널리즘 원칙에 맞는 최소한의 기준 필요"
 
정권 혹은 기관의 장이 바뀔 때마다 보수언론 혹은 진보언론에 '광고 몰아주기'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정부광고 집행 기준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 관계자는 "탑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떨어지는 광고들이 큰 문제"라며 "보수 신문의 광고 매출이 보수 정권에서 갑자기 증가하는 건 누가 봐도 바람직한 광고 집행이라고 하기 어렵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윤석열정부에선 <스카이데일리>로 광고 몰아주기가 있었던 걸로 확인돼 큰 논란을 빚었습니다. 이 신문은 윤석열정부 시기 '부정선거'를 적극 옹호했고, 5·18 민주화운동 때 북한군이 침투해 폭동을 계획·실행했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심지어 윤석열씨가 탄핵됐을 땐 '중국인 간첩 체포'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뉴스토마토>가 지난 2월18일 (단독)윤석열 취임 후 '스카이데일리' 정부광고 2.4배↑ 기사를 통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스카이데일리의 정부광고 수주액은 2021년 2억6965만원에서 2024년 4억6211만원으로 윤석열정부 들어 2.4배나 늘어난 걸로 드러났습니다. 이 신문의 정부광고 수주 증가세는 주류 보수언론으로 분류되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문화일보보다 훨씬 가팔랐습니다. 윤석열씨가 부정선거 음모론에 경도돼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스카이데일리의 정부광고가 급증한 건 정부가 광고를 의도적으로 밀어준 결과라는 의혹까지 제기됩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이에 현장에서는 정부광고 집행과 관련해 최소한의 원칙을 마련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남 한 지역의 홍보팀장 D씨는 "ABC협회 부수 조작 사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각 지자체에 알아서 광고를 집행하라고 하면서 특별한 기준이 없는 상태"라며 "내부 기준을 만들더라도 조례로 제정하지 않는 경우 해당 기준을 100% 적용하긴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자체 규정을 내세워 광고 집행이 어렵다고 말해도, 광고를 요청해 오는 언론사들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는 겁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학 미디어영상홍보학 교수는 "정부광고의 경우 다양한 주체들이 집행하는 것이라서 그걸 일률적인 기준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좋은 언론이냐, 아니냐를 정치적으로 판단해선 안 되지만, 저널리즘 윤리를 실천할 의지가 없는 언론들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고 (정부광고가) 집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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