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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카카오(035720)의 외국인 지분율이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30% 돌파를 앞두고 있다. 김범수 창업주 겸 경영혁신위원장의 투병과 구형 등 오너 리스크가 불거진 시점과 맞물려 해외 자본이 공격적인 매수세를 이어간 결과다. 단기적으로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제기됐지만, 동시에 저평가 국면에서 인공지능(AI) 신사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대감 확산 등 카카오 지분 변동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카카오)
외국인 지분율 급등…오너 리스크와 맞물린 지분 변화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카카오의 외국인 지분율은 29.58%로 3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불과 2분기 말까지만 해도 26.5% 수준에 머물렀던 외국인 지분이 두 달 새 3%포인트 넘게 급등했다. 외국인 지분율이 30%를 넘는다면 지난 2022년1월7일(30.10%) 이후 3년 8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번 지분율 급등 시기가 김범수 위원장의 투병과
에스엠(041510)(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작 혐의 구형이 겹친 시점과 맞물리며 시장의 시선이 집중됐다. 앞서 지난달 29일 검찰은 SM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 위원장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오너 리스크가 단기적으로는 기업 신뢰도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글로벌 투자자에게는 저평가 국면에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는 국내 IT기업 가운데 이례적으로 국가별 주주 명단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업 초기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고 2012년 중국 텐센트로부터 72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이때부터 텐센트(자회사 막시모)는 카카오의 2대 주주로서 5.97% 지분을 보유 중이다. 국가별 주주 구성 비율 공개는 그동안 시장 안팎으로 제기돼 온 중국 자본 의존도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카카오 측은 <IB토마토>에 “7월부터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외국계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카카오 인공지능(AI) 신사업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목표가 상향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매수가 활발해졌을 뿐 조직적인 해외 자본의 지분 취득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오픈AI 지분 취득설 부상…실현 가능성은
카카오는 최근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연결 기준 올 상반기 매출은 3조892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9932억원) 대비 2.5%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2542억원에서 2913억원으로 14.6%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역대 최고 수준인 3721억원으로 이 기간 140.37% 급증했다.
다만 실적보다 지배구조 리스크가 투자심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외국인 지분율 추이가 당분간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은 외국인 자본의 행보와 오너 경영 공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최근 협업을 강화하고 있는 오픈AI의 카카오 지분 취득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대주주 김 위원장이 사법 리스크와 투병으로 사업 동력이 약화된 가운데 경쟁사 구글은 검색과 유튜브 등 소셜 기반 데이터를 활용해 AI 선두 입지를 굳히고 있어 오픈AI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지분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이유다.
현재 카카오는 오픈AI와 에이전틱 모델 개발, B2C 구독경제 등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달 서울 사무소 개소와 피드 서비스 출시, 10월 공동 프로덕트 공개까지 예정돼 있어 양사 협력은 강화될 전망이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최대주주의 구형을 기점으로 오픈AI가 카카오 지분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오픈AI가 프리미엄을 얹어 지분을 취득한다면 주주 가치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전략적 지분 취득이나 합작법인 설립이 현실화된다면 양사 모두에게 긍정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분 인수 가능성에 대해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국가 차원에서는 고용 안정성, 개인정보 보호, 세수 유출 등 사회적 비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국내 ICT 전략 자산이 해외 자본에 종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오픈AI가 카카오 지분을 인수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 확대 효과가 예상되지만 정부 규제와 국민 정서라는 변수가 크다”며 “김범수 위원장의 투병과 사법 리스크를 고려하면 (해외 자본에) 무리한 지분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오픈AI의 최대주주 지분 취득은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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