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인니 시위로 속타는 은행…영업 실적 악화 '불가피'
경기 불안정성 심화에 투자 심리 하락
시위 격화에 현지 법인 최소 인원 영업도
2025-09-12 06:00:00 2025-09-12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9일 16:5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인도네시아의 반정부 시위로 은행 현지 법인의 영업 추이도 갈릴 전망이다. 디지털 전환 미비로 대부분의 고객이 영업점을 찾고 있어 영업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총여신에서 리테일 비중도 상당해 시위가 장기화될 경우 실적 악화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4대 은행)
 
인도네시아 반정부 시위로 현지 법인 '출렁'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 보유 은행은 총 네 곳이다. 이제까지 국민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쏠쏠하게 순익을 보탰다. 다만 현지 반정부 시위로 영업 실적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지난 달 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인도네시아 하원 의원이 1인당 주택수당으로만 월 5000만루피아(430만원)의 주택 수당을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인도네시아 월 최저임금은 540만루피아로, 주택수당은 약 10배에 이른다.
 
특히 경찰이 발생한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오토바이 배달 기사인 아판 씨를 장갑차로 치어 숨지게 해 시위에 불을 붙였다. 전국으로 확산돼 과격 시위로 번졌으며, 10명이 숨지고 20명이 실종되기도 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우리나라 은행 현지 법인들도 최소 인원만 영업점에 출근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현재 시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정상 근무하고 있으나, 정세가 불안해지면 다시 축소 근무를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발 글로벌 경기둔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돼 실적 악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업권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상쇄 정책이 중요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시위 등 현안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사안의 심각성에 방중을 취소하기도 했다.
 
시위가 일어나기 이전인 상반기 경제성장률도 정부 연간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상반기 경제 성장률은 5%로, 연간 목표치인 5.2%보다는 낮다. 특히 OECD등 국제기구들도 글로벌 무역 갈등 심화와 인프라 투자 축소 등으로 올해 성장률 전망을 4.7%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외국인직접투자(FDI)도 감소추세다. 인도네시아 상반기 FDI 규모는 432조6000루피아다. 전체 45.9%를 차지하는데, 올해 역대 처음으로 50% 밑으로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시위가 일어나기 이전에도 경제 불안정성이 심해지면서 하반기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은행 보유 법인 실적 악화 '불가피'
 
우리나라 보유 현지 은행 실적도 갈렸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PT뱅크KB인도네시아 808억8500만원 ▲우리소다라은행 603억84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현지 법인은 ▲신한인도네시아 151억4100만원 ▲PT뱅크KEB하나 282억8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을 소폭 키웠다.
 
뒤늦게 인도네시아에 재진출한 국민은행 외 인니 법인은 모두 제 역할을 해줬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인도네시아는 해외 진출국 중 주요 국가에 속하기도 한다. 국민은행 인니 법인도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상황이 개선됐다. 
 
PT뱅크KB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상반기 1514억9200만원 적자에서 절반 가량 규모를 줄였다. 특히 현지 회계 기준으로는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지 규제 비율과 회계기준에 따라 실적을 산출하고 있는데, 국민은행의 경우 대손충당금 정책을 비교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탓에 차이가 벌어졌다.
 
다만 현지 상황이 지속되면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있다. 영업 환경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디지털 금융 서비스 부문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전체 대비 규모가 작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총 대출은 4698억4300만달러인데, 같은 기간 디지털 대출 잔액의 경우 90억달러에 불과하다. 시위가 계속된다면 고객이 영업점을 찾을 수도 없을뿐더러 영업사원이 현장에 투입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각 법인마다 포트폴리오가 다르기는 하지만 소비자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은행 대출은 회계상 크게 소비자대출, 운전자금대출, 기업투자대출 등으로 나뉜다. 우리소다라은행의 경우 소비자대출이 가장 많다. 특수관계인 대출을 제외하고 루피아로 실행된 대출은 총 33조884억루피아다. 이 중 18조루피아가 넘는 규모를 소비자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PT뱅크KB인도네시아도 단일 규모로는 소비자대출의 규모가 가장 커 외화대출 제외 총액인 42조루피아 중 16조루피아가 소비자대출로 실행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인도네시아 현지 시위는 소강상태에 있으나, 만약 대치 상황이 지속돼 시위 규모가 커진다면, 현지 법인 영업에도 큰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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